벌써 15년 전이구나
너를 처음 만났던 건 말이야
그때의 너와 난 둘 다 너무 어렸어
네가 우리 가족에게 왔던 건 토요일이었지
학교 오전 수업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웬 처음 보는 강아지가 있어서 너무너무 기뻤어
전부터 꼭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었으니까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고 네가 어떻게 우리 집 앞에서 떨고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우리 집으로 와줬다는 게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고맙고 너무 놀라워
처음의 너는 날 보면 으르렁거리기만 했지
하지만 그마저도 나는 너무 좋았어
아빠만 쫄쫄 쫓아다녀서 아빠는 너를 사랑이 라는 이름 대신 쫄쫄이라고 불렀어
그렇게 넌 우리 가족이 됐고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 누구보다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되었지
넌 너무 당연한 존재가 되었고 네가 우리 집에 온 이듬해 낳은 새끼들과 더불어 집에서 가족들을 가장 반겨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어
몇 년쯤 전부터 네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게 특별한 이상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화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있었지
너의 기침소리와 힘들어보이는 숨소리도 신경쓰지않으려 했어
너와 헤어진다는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두려웠거든..
니가 강아지별로 떠나기 2일쯤 전 새벽
우연히 화장실가려고 일어났다가 거실에서 자고있는 너를 발견했어
살짝 쓰다듬어줬더니 벌떡 일어나 더 만져달라던 너
피곤하다는 핑계로, 빨리 다시 자야한다는 핑계로 얼마 만져주지않고 일어나버린 그때의 일이 너무 후회 돼
4월 24일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식탁 밑에서 영원한 잠을 자고있는 너를 발견했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져내리는줄 알았어
마지막 순간에, 먼 길 떠나야 하는 순간에 가족들이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너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사랑아
네가 지금 있는 그 곳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여기는 너를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비가 오고있어
거기서는 아프지말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이 못난 주인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조금만 기다려줄래..?
그리고 다시 만나는 그 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너무 고맙고
너무 미안하고
너무너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