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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또 가을
게시물ID : love_458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n_Arang
추천 : 1
조회수 : 5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4/25 00: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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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봄이나 가을이나 쓸데없이 예민해진다.
그깟 꽃 좀 핀 게 뭐라고, 그깟 단풍 물든 게 뭐라고
같이 볼 사람 하나 없이 사무실 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씁쓸한 담뱃불이나 붙이는 내 신세가 못내 처량하다.

10대 때는 주변 여자애들을 이름만으로 부르는 게 어려웠다.
20대 초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 연애는 언제든 가능할 것 같았다.
20대 후반에는 한 것 없이 늘어가는 빚을 갚느라 연애가 사치였다.
30대가 되고보니 연애를 하기엔 내가 맞춰야할 조건이 많아져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내 눈이 너무 높다고... 눈을 좀 낮추라고 조언한다.
나는 내 눈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 눈이 꽤 높다는 걸 깨달았다.
내 기준은 똑같은데 내 입장이 너무 초라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확신이 생겼다. 나는 연애는 못 할 놈이구나라는 확신...
그리고 자괴감도 같이 생겨버렸다. 내 주제에 연애는 무슨...
누군가는 기적처럼 찾아온 사랑, 운명처럼 맺어진 인연에 행복해 한다.
겪어보지 못한 것은 상상할 수 없듯 나에겐 로또같은 허무맹랑한 꿈이다.

사람들에게는 그런 운명같은 사랑이 한 번쯤은 반드시 찾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 운명을 일찌감치 놓쳐 버린 것 같다. 정말 병신같이...
요즘들어 부쩍 술이 늘어간다. 술 한모금 대는 것도 위험한 몸뚱아리인 주제에...

사실 잘 모르겠다. 술이 올라 센치해진 지금 사실 난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 서러워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저어기 어디쯤, 인적이 드문 저어기 어디쯤에서
있었던 듯 없었던 듯 타인의 기억에서 희미해진 채 사려지고 싶다는 허세에 찌들어
눈을 억지로 감은 채 입에 담배 한 개비 물고 오지 않는 어쩌면 깨지 않길 바라는 잠을 청해본다.
출처 술에 좀 취한 Rin_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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