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입시제도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수능이건, 내신이건, 논술형 본고사건 간에 어느 별나라의 외계인이 문제 내는거 아닙니다. 무슨 대학 졸업논문 수준의 생뚱맞은 문제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노력한 사람은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입시제도가 무슨 '과외를 필수로 받아라' 라던가 '무슨 학원을 꼭 나가라'따위의 엽기적인 것만 아니라면, 어떻게 바뀌든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한번이라도 1등급을 놓치면, 서울권의 괜찮은 대학 가는것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여러분은 어느 별나라의 외계인들과 입시경쟁 하는게 아닙니다. 다 같은 고등학생끼리 경쟁하는 겁니다. 3학년 내내 1등급만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시험 한번 실수하면 보고 좌절하네 뭐네 하는데, 다같이 한두번씩 실수하고 그럽니다. 아니, 실수랄 것도 없이 그것이 실력입니다. 1등급만 받는 사람, 가끔씩 2등급으로 떨어지는 사람, 수시로 1등급과 2등급을 오르내리는 사람... 어디 하와이에서 1등급만 받는 학생들이 대거 전학오지 않는 한, 입시제도 바뀐다고 1등급만 받는 사람이 갑자기 늘거나 하지 않습니다. 모 대학에서 '우리 학교는 전학년 1등급인 학생만 지원가능합니다~'라고 떠벌이지 않는 한 달라질 것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지레 겁먹고 벌벌 떠는 모습에 한숨만 나옵니다.
수능을 12번 치는 기분을 아느냐,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 생각이냐는 말도 들립니다. 학생시절을 날로 먹을 생각이었습니까. 시험에 집중하지 말고 생활에 집중하세요. 시험 전 1,2주 집중적으로 공부할 생각만 하니 부담되고 힘든 겁니다. 몇달 배운걸 드립다 외울 생각하니 사지가 경련되고 눈앞이 깜깜하지요. 평소에 좀 하세요. 평소에. 괜히 이상한 과외나 학원나가서 몇달 후에 배울꺼 미리 배워서 수업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대충 진도나 따라가면서, 진도에 맞게 폭넓은 학습이나 하세요. 아는 것도 늘고, 시간도 남고, 성적도 잘 나옵니다.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은 시험 바뀌면 피보지만 '공부'를 하는 사람은 어떤 시험이라도 잘 봅니다. 덤으로 쓸모도 많지요.
저 때에도 내신, 수능, 논술이 다 있었습니다. 그 때, 내신이 좋지 않은 애들은 웃으면서 '수능이라도 잘보자'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자신이 한 '시험공부'에 맞게 시험을 바꾸라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