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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내아가..
게시물ID : freeboard_18377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에바
추천 : 6
조회수 : 47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4/11 15:54:07
아직도 그냥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무일 없는듯이 출근을 하고 일을하고 밥을먹고 퇴근을 하고

첫째와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고 침대에 누워 잠이들고.

아무렇지 않게 웃음짓고 라디오를 듣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이전과 달라진 것 없는 일상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냥 뭔가 가슴 한구석이 좀 허한것 외에는 변한게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좀 늦게 장가를 갔습니다. 첫째를 빠르게 가지고 연년생으로 바로 둘째를 가졌습니다.

첫째가 아들이라 둘째는 딸이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아들임을 알고 와이프와 저는 참 많이 실망을 했죠.

지금와서 보면 이것도 참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우리가 딸을 너무 원해서 그래서 우리에게 미안해서 먼저 떠나버린게 아닌가..

네... 태어난지 3일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렸습니다.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았기에 둘째도 수술 날짜를 잡고 와이프와 장난을 치며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한번 해봤던 거라고 둘다 여유가 넘쳤고 첫째때와 같이 둘째에게도 영상 편지도 남겼습니다. 

그렇게 와이프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첫째는 태어났을 때 정말 무슨 원숭이 같았는데 둘째는 생각보다 많이 이뻤습니다. 

두상도 이쁘고 첫째도 제가 아니라 와이프를 많이 닮아 어디가도 이쁘다는 소리 많이 듣는데

둘째는 정말 한 인물 하겠구나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신생아 실로 가고

그렇게 잠시후에 수술 끝난 와이프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한참후에 병원 의사 선생님이 산소포화도가 좀 낮아서 산소를 주고 있는데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별 걱정 안했습니다.

한시간쯤 뒤에 아무래도 좀 큰 병원에서 조치를 취하는게 나을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크게 걱정 안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간혹 있는 일이었기에..

아이를 근처 큰 종합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산소 호흡기를 낀 것을 확인하고 그러고 다시 와이프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조금 걱정은 되었으나 의사 선생님도 크게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에 안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 면회 시간에 가보니 산소 호흡기 대신에 기도 삽입을 하고 있는 아이를 봤습니다.

좀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 할 일은 아니라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병실에 와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병원에서 연락이.. 아이 상태가 많이 안좋다고

병원으로 바로 차를 끌고 갔습니다. 

안에서는 제 아이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하고 있었고 제 심장이 막 요동을 치더군요.

잠시 후에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심정지가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실감이 안나더군요. 그 티비에서 보던 그 심폐소생술을 내 아이가 받고 있다니.

그거 드라마에서 나오던 이야기 아닌가. 영화에서나 나오던 이야기가 아닌가. 그 작은 몸에...

사람이 아니 저란 사람이 웃긴게 그 순간에 든 걱정이 혹여 장애가 남으면 어떡하지 이 걱정을 하더군요.

아빠로써 또 사람으로 실격인거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서 아이가 떠나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이제와서지만 이런 생각했다는게 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다행히 심폐소생술로 아이는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계속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심장이 다시 뛰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누구 앞에서 이렇게 울어본게 성인이 되고 있었나 싶습니다.

그 작은 몸에 더 많은 호스들이 연결되어 있고 주사바늘 자욱들이 늘어나 있고..

그래... 장애가 남던 뭐하던 살아만 줘라. 그냥 어떤 모습으로든 좋으니 제발 살아만 달라고 애원하게 됩니다.

아직 엄마 얼굴도 못보고 지 형도 못 만나보고...

그렇게 다시 와이프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이 걱정을 하는 와이프에게 자세한 설명은 건너 뛰고 지금은 괜찮다고 전해줬습니다. 아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왔는데 도저히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괜찮을거라고 걱정 말라고 서로에게 위로 하며 그날 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상태는 괜찮았습니다. 경과도 좋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와이프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그런데 또 저녁에 병원에서 연락이...

아이 상태가 또 갑자기 약간 나빠졌다고.

하아..... 그래도 무사히 저희 품으로 돌아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다음날 면회 시간에 아이에게 가니 혈압이 많이 낮았습니다.

소변도 안나와 문제라고 합니다.

모든 쓸수 있는 약들이 최대치로 들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고 하더군요.

아이만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아직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했는데. 모유 한번 먹어보지 못했는데.

한달전에 와이프와 심하게 싸운게 생각이 납니다.

그거 때문인가? 내가 이름을 잘못 지었나? 사주를 잘못 타고 나게 했나? 온갖 생각과 죄책감이 ...

그저 아이에게 미안 할 뿐이었습니다.

첫째가 요즘 투정이 늘어 가끔 짜증이 났었는데 복에 겨운 일이었구나 싶은 생각이들고

그냥 장애아가 되던 커서 문제아가 되던 

아빠가 너 평생 일 안하고도 먹고 살수 있게 만들어 놓고 죽을테니 제발 살아만 달라고 빌어도 봅니다.

태어나서 부모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게 너무나도 불쌍하고

태어나서 계속 고통만 받고 있는게 또 미안하고

......

또 저녁 면회 시간에 찾아갑니다.

더 안좋아져 있습니다.

치료 때문에 손을 만져도 차갑고 발도 차갑고

주삿바늘자욱은 더 늘었고 얼굴도 붓고 손발은 푸른빛이 돌고

이대로 가면 가망이 없다고...

소리내어 통곡을 해봅니다. 제발 떠나지 말아 달라고...

하느님도 불러보고 부처님도 불러보고 조상님도 불러봅니다. 제발 제발....

상태가 더 안좋아지면 연락을 준다고 가서 기다리라 합니다.

다시 병실에 와서 전화기 벨소리 볼륨을 켜놓고 혹시라도 전화가 잘 되나 와이프 전화로 걸어도 보고

그러고 병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심장이 미친듯이 뜁니다.

아이가 더 나빠져서 무슨 시술을 추가적으로 진행 한다고 동의 없이 일단 먼저 조취한다고 합니다.

아직은 오지 말고 기다리라 합니다.

이른 아침에 다시 또 전화가 울립니다.

병원으로 오셔야 할것 같다고.

아직 거동이 힘든 와이프 옷을 입히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고 와이프는 아이를 처음 보는데 

갑자기 아이 상태가 더 나빠졌습니다.

밖에서 기다려 달라하더니 또 심정지가 왔다고 심폐소생술을 합니다.

...

...

...

...

아가...

내 아가...

한참후에 의사가 오더니 저보고 어떻게 할것인지 결정해달라 합니다.

심폐 소생술을 계속 할건지 여기서 그만 두실건지...

제가 울면서 되 물었습니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더군요.

의사 선생님. 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사 선생님이 제 입장이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 의사 분이 답하더군요. 보내주시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가망이 없습니다.

알겠다고 말하자 밖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제 아기는 사망선고가 내려지고 몸에 붙어있던 많은 호스들이 제거되고

그제서야 엄마 아빠 품에 안겨집니다.

너무 미안해서 

너무 너무 미안해서...

큰애는 4키로가 넘게 태어났는데 우리 둘째는 3.45키로라 아주 가벼웠습니다.

손발은 절 닮아서 길쭉하고 이쁘고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와이프는 다시 병원에 데려다 주고 돌아와 아이를 영안실에 안치 하는데

또 미안해서 눈물이 납니다. 차갑디 차가울 저 안에 넣는다는게

병원에서는 또 부검을 할거냐고 묻는데 한다고 했다가

또 그 고생한 아이 몸에 칼을 댄다는게 너무 미안해서 결국 거절 했습니다.

다다음날 화장터 예약을 하고 


화장하기로 한 날 아침 준비한 옷과 인형을 같이 넣어 입관을 시키고 

전날 출생 신고 하고 받은 주민 등본을 같이 넣어 줍니다.

그렇게 떠났어도 넌 내 아들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

관에 든 아이 얼굴은 차갑디 차가웠습니다.

영안실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미안해 또 눈물이 멈추질 않습니다.

힘들어 할 와이프땜에 안울려고 노렸했는데 어쩔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화장터에서 화장을 하고 한줌도 안되어 보이는 재로변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와이프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첫째를 보며 웃고 티비를 보며 웃고...

하지만 가슴 한구석은 계속 아립니다.

와이프 핸드폰에서 둘째 사진을 다 지웠습니다.


첫째에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첫째가 아니었음 아마 이렇게 잘 이겨내지 못했을것 같습니다.


아이의 투정도 고맙고 아이 돌보는게 힘들지만 고맙습니다.

그냥 내 아들로 있어 주는것 자체가 고마울 뿐입니다.

항상 내가 많은 것을 아이를 위해 해주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 이었습니다. 

전 많은 것을 아이로 부터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며 아이고... 부모들 심정이 말이 아니겠구나 했지만 

이번 일을 겪어보니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으셨겠구나 어떻게 견디셨을까 싶어 지더군요.

그리고 티비에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님들을 보며 아이고 어떻게 키우지? 나라면 못키우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니 그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세상에 당연한건 하나도 없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희는 아마 많이 진정이 되면 다시 또 셋째를 가질겁니다.

무섭고 두렵지만 그래도 가지기로 와이프와 이야기 했습니다.






....

....


누구와도 이번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 여기에 남겨봅니다. 

주변 사람들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는 그 모습들 때문에 

와이프나 가족들은 슬퍼하는 그 모습때문에

주위 누구와도 이야기를 할수가 없네요. 그래도 우리 둘째에 대한 기억이기에 더 흐려지기 전에 여기에 남겨 봅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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