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 학기가 되니 저마다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고, 그룹에 끼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이렇게 성인의 입장에서 글을 씁니다. 한국 사회에서 '무리'를 형성하는 것은 중요하고, 특히 10대들에게 그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 수업, 점심시간, 쉬는 시간, 방과 후에 그룹으로 뭉쳐 다니다가 말다툼으로 멀어지고, 험담을 하고, 심지어 그룹 내에서 자진 탈퇴하거나 탈퇴 당하는 일이 벌어지는 일도 흔합니다. 저는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됐습니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같이 잘 다니고 일상을 잘 공유하던 친구들끼리 알고 보니 오히려 가짜 우정에 가까운 우정을 나눴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처음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어떻게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했던 것일까요? 사람이 가까이 지내다보면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속속들이 알게 되어 그로 인해 갈등이 생깁니다. 또한 어린 나이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잘 못할 때가 많아 더욱 갈등이 자주 생깁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면 그 이유를 다른 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봤을 때 중고생들이 겪는 다툼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친목을 위한 친목'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무리에 끼지 못하고 혼자 다니는 아이를 소위 '찐따'라고 합니다. '찐따'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서로를 알아가기도 전에 남에게 보여주기식 우정을 만들면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수밖에 없겠죠. 또한 학생 때에는 직장인들과 다르게 서로 진심으로 사람을 사귈 시기인데 급하게 만들어진 무리 내 사람들끼리 감출 건 감추지 않고 생각과 감정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다보면 당연히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을 조금 알기에도 시간이 걸리는 법인데, 학기 초 그 짧은 시간에 상대방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까요? 제가 볼때 학교 내의 무리가 찢어지거나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는 어떻게든 무리 내 인원수를 많게 하다 보니까 '친구의 친구'도 무리에 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그 '친구의 친구'가 나와 친한 관계라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그 경우 싸우기 십상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고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게 더욱 편을 들어주고 싶은 법인데 같은 무리 내에만 있고 친하지 않다면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에 원래 성격이 조용했고 혼자 다니기 좋아하며, 관심사도 일반적인 또래 친구들과 동떨어져 있어 학창 시절 그룹 내에 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때에는 옛날이라 저를 소위 찐따, 왕따로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과 무리하게 친해지려 하기보단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친해져 오히려 학기 말에 친한 아이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학교를 다닐 때에는 거의 이야기도 해보지 않다가 오히려 졸업하고 나서 막역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요? 학교를 다닐 때에는 남의 시선 때문에 우정을 위한 우정을 만들어서 오히려 나중엔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학교를 떠나고는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정한 우정을 만들 수가 있다고 봅니다. 비단 학교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서도, 어느 집단에서도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관계가 불화가 없고 오래 간다고 봅니다. 지금 학기 초에 그룹에 끼지 못했다고,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학생들에게 지금 외톨이라고 해서 나중에도 외톨이라는 법은 없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정을 위한 우정은 곧 불화일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