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활발하고 사교적이고 센스 있는 사람에게 열등감 느끼는데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너는 너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이런 성격의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건 꽤 복잡한 배경에서 나옵니다.
제 성격이 내성적이고 사람들이랑 빨리 친해지지 못합니다. 이런 성격 탓에 나의 사교성을 지적한 상사들은 꽤 많았으며, 특히 똥군기를 좋아하는 상사들은 내가 센스가 없고 빠릿빠릿하지 못하다는 것에 크게 불만을 가졌어요. 혹시 같은 부서에 누군가 활발하고 사교적이고 센스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들과 비교를 당하곤 했습니다.
제가 가장 최근에 활발한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꼈던 것은 작년에 다녔던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직원에 의해서였습니다. 그 사람은 가끔 만나서 술도 마시고 속내도 털어놓았는데 언젠가부터 그 사람이 자꾸 우리 파트에 있었던 여직원(나와 재직기간이 아주 짧게 겹쳐서 난 이 사람과 일해본 적도 회식자리에서 함께한 적도 없음) 얘길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직원이 회식자리에서 술만 마시면 애교가 엄청 많아지네, 남자도 때리네(물론 세게 때리는 건 아니고) 이 말을 하였어요. 그러고는 애교가 많아서 남자들이 다 옆에 앉으려고 하고 아무튼 애교 많고 활발해서 인기가 많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이 여직원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어요. 하기사 같이 일해본 적도 피해준 적도 없는데 무슨 나쁜 감정을 갖겠어요? 그런데 자꾸 이 얘기를 들으니까 나도 은근히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예쁜데 애교가 없어서 저 사람이 그 여직원 얘길 하는 것일까?' '나보고 그 여직원처럼 애교를 기르라는 것일까?' 근데 자꾸 그 얘기를 들으니까 그 여직원에게 없던 열등감도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여직원은 내가 항상 비굘 당하던 활발하고 사교적인 스타일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애교가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집안에서 지적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또한 말수도 적고 그래서 어쩌면 남자들이 가장 매력 없어 하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애교가 필수는 아니지 않나요? 게다가 저는 이성에게 크게 관심이 없고 남자들의 관심을 바라지 않아요. 아무리 남자가 많은 회사여도 남자 직원들이 나를 좋은 직원, 실력있는 직원으로 봐줬으면 하지 나를 여자로 보는걸 별로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 하면서도 그다지 남자들한테 인기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뭐 이건 제가 다니던 회사의 남직원들이 거의 유부남 아니면 연애 중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렇다곤 해도... 앞에서 언급했던 그 회사는 특이하게도 미혼율이 높았고 연령대도 낮았어요. 그런데도 저는 남자들한테 그다지 인기가 없었습니다.
원래 내가 남자들의 관심을 바라는 여자도 아니고, 남자들이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 것에도 별로 불만이 없는데 자꾸 나랑 친했던 사람이 저 여직원 얘길 꺼내면서 애교가 많아서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네, 파트장이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네 이런 얘길 하니까 솔직히 열등감 느낍니다. 이 사람이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이면 별로 열등감 안 갖는데 문제는 이 사람이 '활발한 성격'을 지녔단 것입니다. 난 애교가 없어서 내가 저 사람보다 매력이 떨어지나? 남자 직원들이 날 동성 직원처럼 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 그 사람의 말 때문에 저 여직원에게 없던 열등감이 마구마구 생깁니다. 제가 자존감이 낮아서 저 사람의 별 뜻 없는 말을 과하게 해석하는 것일수도 있고... 게다가 전 쩌리 취급 받는 포지션인데 저 사람은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고 나이도 어린데 경력도 저보다 훨씬 많고... 아무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