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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쫄보형의 베트남 여행기(feat. 연애기) #프롤로그
게시물ID : travel_273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문트
추천 : 5
조회수 : 294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3/22 17: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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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쫄보형의 베트남 여행기(feat. 연애기)
 

    
 
 

 

 

# 프롤로그
 
 
 

베트남 하노이로의 여행을 결정한 것은 다소 충동적이었다.
 

긴 수험생활로 인해 심신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고, 시험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내 삶에 자극이 필요했다.
 

시험이 끝난 1월 이후에 거의 두달 간을 방구석만 뒹굴뒹굴하며, 발전적인 행위라고는 의욕적으로 끊어놓고 몇 번 가지 않은 헬스장과 독서실 결재 행위 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한국 생활은 많이 망가져 있었고,
해외로의 짧은 여행을 통해서 재충전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백수상태인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주위에는 달고 갈 친구 하나도 없었다.
 

혼자하는 해외여행은 사실상 처음이라 약간 쫄린 것도 사실었이지만,
그간 몇몇 국가로의 여행 경험을 통해서 그 준비를 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진 않았다.
 

어디로 갈지, 언제 갈지, 며칠을 갈지는 나중 문제였고,
당장 백수인 내게는 싼 항공편만이 절대적인 변수였을 뿐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스카이 스캐너(www.skyscanner.co.kr)에 들어갔다.
 

스카이 스캐너라는 웹사이트는 항공편을 예약할 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곳인데,
내 일정이나 희망가격에 따라서 최적의, 즉 최저가의 항공편을 검색해주는 통합 검색엔진으로,
언제나 나의 해외여행의 첫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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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백수 생활로 가진 돈은 넉넉지 않았고, 일정이고 뭐고 그냥 최저가 항공편 위주로 검색을 했다.
 

항공편이 가장 저렴한 국가는 주로 아시아였다.
 

그중에서도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항공편이 굉장히 쌌다.
 

말도 안되는 일정만 감내한다면 10만원 돈에도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부담이 없었다.
 

예컨대 2122일 캄보디아 여행이라던가, 12일 라오스 여행이 그랬다.
 

거기에 몇 만원만 더 붙이면 감내할만한 일정의 항공편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주에서 일산까지 고속버스비가 왕복 10만원쯤 하는데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
 

물론 인천공항까지 버스타고 가려면 또 왕복 돈 2만원 내야된다.
 

나는 사실 동남아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 동생은 동남아를 수차례 여행 다니면서, 아니 여행이라기보다는 휴양을 다니면서 그곳의 아름다운 물색과 저렴한 물가에 대해서 자랑스레 떠벌리기 일쑤였다.
 

그래 이번 여행은 동남아로 하자.
 

동남아 여행 3대장이라고 불리우는 필리핀, 태국, 베트남에 대해서 알아봤다.
 

필리핀은 추적60분으로부터 떠오르는 불안정한 치안과 외신으로부터 들려오는 두테르테 성님의 흉폭한 칼날 앞에 GG(게임에서 포기선언, Good Game)를 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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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 국가답게,
수려한 경관과 왓포 등의 불교 사원 등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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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도 동남아 국가 1위를 차지 할 만큼 안전한 곳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항공편이 문제였다.
 

필리핀과 베트남이 10만원 후반에서 20만원 초반대면 왕복 항공권을 구입 할 수 있는데 반해 태국은 항공권이 가장 저렴한 수도 방콕이 30만원을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물가 역시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는 그다지 저렴한 편도 아니라고 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많이 싸겠지.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돈이 없어 주로 얻어먹고 다니는 일개 백수에 지나지 않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의 입장에서 태국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였지만,
여타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그다지 없어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안정적인 치안상황과 저렴한 물가만큼은 확실하다고 했다.
 

내 목숨은 하나이고, 지갑은 기아상태였다.
 

무엇보다도 항공권의 가격이 참 착했다.
 

다만, 여행정보가 많지 않고(물론 지금은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되고 있지만), 공산주의 국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약간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박항서 형님께서 가져다주신 베트남의 뜨거운 한류 열풍과 아직은 코끝이 시린 4월의 찬바람을 피할 따뜻한 동남아시아의 열기가 필요했다.
 

망설임을 길지 않았고,
부자이신 동생님께 약간의 차관을 얻어 그간 꽁쳐 논 쌈짓돈과 합쳤다.
 

베트남 하노이로의 항공권은 22만원이었다.
 

베트남은 주로 수도인 하  
4.jpg
  노이와 호치민, 그리고 다낭으로의 여행이 많이 알려져 있었다.
 

내눈에는 아무리봐도 토끼인, 호랑이 모양의 한반도 지형과는 달리,
베트남의 국가 형태는 아래위로 엄청 길었다.
지금 잘 생각이 안나고 나중에 그림 첨부하면 비웃음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약간 우산을 닮았다.
 

세계에서 제일 긴 국가가 페루라고 하던데,
한번 대보고 싶을 정도로 길었다.
 

하노이는 예전 북베트남의 수도로 베트남의 북부에 있고,
관광 도시로 많이 알려진 다낭은 중간쯤 오른쪽 있고,
경제 수도이자, 예전 남베트남의 수도인 호치민은 약간 왼쪽 엄청 밑에 있다.
 

항공편은 청바지 항공(진에어)이었다.
 

저가라도 국적기를 타야 애국한다.
 

진에어의 하노이행의 항공편은 다른 저가항공과 다르게 무료 수하물까지 있었다.
 

사실 나는 수하물을 자주 부치는 스타일의 여행자는 아니었고,
주로 엄청나게 큰 백팩 하나만을 매고 다니는 고난의 행군 여행을 즐겼다.
 

왜냐하면 캐리어는 생각보다 움직임에 심대한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특별히 꼭 수하물로 부쳐야할 액체류가 없다면 공항에 도착해서 가방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가끔 수하물을 부칠때면,
내 가방은 항상 맨 꼴찌였다.
 

어쨋건 기념품이라도 뭘 좀 사오려면 수하물이 있으면 좋겠지 싶었다.
 

그렇게 여행 3일전에 항공권을 예매했다.
 

딸린 식구가 없으니,
출발 날짜며, 이것저것 상의할 필요도 없고,
내 맘대로 막 해도 되서 그건 좋았다.
 

진에어의 슈퍼할인 항공권은 진즉에 완판됐지만, 그냥할인 항공권 역시 꽤 많이 저렴했다.
 

어쨋건 22만원이면 꽤나 선방이었다.
 

동생에게 차관을 얻은 300불과 내가 쥐고 있던 700불이면 베트남의 왕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항공권은 카드로 긁었다.
 

첫 이틀 동안의 숙소도 카드로 긁었다.
 

다음달 일은 다음달에 생각하자.
 

그리고 남은 3일은 하노이에 대해서 이래저래 알아봤다.
 

그런데 웬일인지 알아보는게 너무 귀찮아서 그냥 안알아봤다.
 

가방도 안챙기고 있다가 출발 두시간전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막 챙겼다.
 

나는 원래 굉장히 섬세하고 철두철미한 척 하면서 애매 미이 엄청 해놓고 여행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혼자라서 그런지 막 갔다.
 

그러나, 여행을 위해 나도 놀랄 정도로 정말 준비를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정말 열심히 했다.
 

같이 공부를 했던 형님 중에 베트남에 다녀오신 분이 계셨는데,
그 형님께서 위챗(Wechat)이라던가 미프(Meeff)라던가 하는 채팅어플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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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챗과 미프는 포맷에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외국 사람들과 자유롭게 채팅을 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으로서, 특히 동남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형님께서는 혼자하는 여행이라 쓸쓸할텐데,
채팅어플이라도 깔아서 현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색다른 경험을 추천해주셨다.
 

나는 특별히 여분의 장기가 있다거나,
안구가 서너개쯤 있는 것은 아니라서 약간은 쫄보 기질이 발동하기도 했지만,
안되면 말지 하는 평소 성품이 발휘되어 둘다 깔고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못난 내 얼굴을 확인하고도 꽤나 귀여운 베트남 아가씨(cô gái, 꽁까이) 둘이 나를 위해 베트남 여행일정 중 일부를 함께 해주기로 약속했다.
 

나는 한국 나이로 34살이었고, 생일이 안지서 만으로 32살이었고, 베트남 나이로는 30살이었다.
 

한 친구는 하노이에서 두시간쯤 거리의 타이응우옌(Thai Nguyen)에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는데,
금토일월화수목 67, 내 하노이 여행의 토요일 하루를 통째로 안내 해준다고 했다.
 

심지어 하노이로 직접 와준다고도 했다.
 

또 한 친구는 하노이에서 약 4시간 거리의 베트남 제3의 도시 하이퐁(Haiphong)에 사는 친구였는데,
너무 멀어서 디테일한 약속은 못 잡고, 하롱베이를 가게되면 하루 정도 하이퐁에 들러서 안내를 부탁하기로 했다.
 

말뿐인 약속이었고,
쌩까면 그만이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혼자하는 여행도 제법 운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되면 말면 그만이었다.
 

막갔는데도, 비행기는 잘 탔다.
 

전에 국제선 비행기를 한번 놓친 적이 있어서,
심지어 저가항공이라 환불을 하나도 안해주는 바람에, 피를 토하며 새 항공권을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문에 나는 비행기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지켰다.
 

비엣젯(베트남의 저가항공, Vietjet) 잊지 않겠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1터미널이라고 내리란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고, 나는 1터미널에서 내려야 하는가, 아니면 2터미널까지 더가야하는가 !
 

인천공항에 2터미널이 생겼단다.
 

2터미널은 대한항공이랑 비싼 항공사 몇 곳만 들어 가 있고,
대부분의 항공사들의 부스는 여전히 1터미널에 있단다.
 

2터미널에는 한동안 갈 일 없겠다 싶었다.
 

인천공항의 진에어 부스에서 예매번호로 실물 항공권을 취득했다.
 

엄청 큰 백팩이 여전히 무거웠지만 안무거운척 근엄한 표정으로,
인천공항을 우리집 앞마당 쯤 생각하는 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항공권을 교부 받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인천공항 안에만 와도 약간 쫄리는 감이 있었다.
 

다만, 그 쫄림은 항상 설레임과 함께였다.
 

설레임을 가득 안고서,
이제 비행기를 탄다고, 가족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타이응우옌 친구에게 미프를 보내고, 하이퐁 친구에게 위앳을 보내고,
그리고 나는 비행기에 탔다.
 

당연하게도 동남아 행, 저가항공 항공편은 연착이었다.
 

두 번 연착이었다.
 

세 번 아닌건 다행이었다.
단체 관광을 가시는 듯 한 아버님들의 사이에서 4시간 남짓 동안 자는 척을 하며 날아갔다.
 

자리는 매우 좁고 불편했으면,
아버님들이 자꾸 맥주 시켜드셔서 부러웠다.
 

그렇게 내 베트남 하노이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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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썼던 글인데, 정리를 좀 해서 다시 써보려고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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