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채움, 아크릴+페인트+스테인리스, 900x515x35mm, 공병
사막을 건너다
두 개의 사막을 지나는 동안도
한 개의 샘물을 만나지 못했으니
마르고 마르는 일밖에 없었지요.
누우면 귀에서는 물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불면 바위의 뿌리들도 가볍게 흔들렸어요.
빛과 그림자가 낮이라면
별과 달은 밤이었어요.
우리네 삶처럼
사막은 이렇게 단순했지요.
어떤 날은 신기루에 미쳐서 날뛰고
지평선에 희망을 매달기도 했지만
쓰러지면 사막은 쉽게 목숨을 달라했지요.
모래폭풍이 불면
견고하게 생각의 탑을 높였던 언어들이
자음과 모음의 고리를 풀고 무너지고
나도 속절없이 무너졌답니다.
그러나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사막의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걷고 걸어서 그 중심을 지나는 것이었지요.
종종은
음악 같은 북소리가 들려오고
명상 같은 바람이 곤고한 내 몰골을 위로했지만
그런 것들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었지요.
사막을 건넜을 때, 알았답니다.
건넌 것은 사막이 아니라 사막 같은 내 마음이었어요.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스티브 도나휴, 고상숙 옮김)이라는 책에 첫 번째로,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막은 두말할 것도 없이 험난한 인생을 비유한 말이겠지요.
그럼 왜 사막은 지도가 아니라 나침판일까요.
바람이 불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막의 지형이 변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지도가 별 힘을 발휘할 수가 없겠지요.
지도가 있더라도 예측할 수 없이 변한 사막에서 길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사막에서는 지도가 오히려 가려고 하는 목적지를 방해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사막에서는 지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길을 수시로 잃습니다.
삶의 정열이 식어서도 그럴 수 있고, 모든 것이 귀찮고 현재에 안주해서도 그럴 수 있고,
목적을 잊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눈앞의 현실이 너무나 현란하게 변화해서 적응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과연 현실과 대면해서 이길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런 모든 이유를 통합하면
그 사람은 삶의 나침판을 잃은 사람이기 쉽습니다.
목적이 있는 사람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깁니다.
스스로 사막에 자신만의 발자국에 이정표를 남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삶의 나침판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내면의 견고한 모색에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롭고 힘든 것이겠지요.
모든 새로움과 모든 성취는 사실 ‘남과 함께’ 라든지 ‘남의 도움’이라든지 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독한 내면의 치열함에서 나옵니다.
내면의 열정에서 얻은 성취처럼 아름다운 향기는 없을 겁니다.
인생은 지도가 아니라 내면의 나침판입니다.
나침판은 모색이며 용기이고,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공감이며 위로입니다. 자존감의 원천이지요.
여러분들은 내면의 나침판이 있나요?
그러나 인생에는 내면의 나침판이 없을지 모르지요.
인생은 그냥 살아가는, 살아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다 살아낸 연후에나 발견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사막을 건넜을 때, 알았답니다./건넌 것은 사막이 아니라 사막 같은 내 마음이었어요.’처럼 말입니다.출처 : 뉴스로드(http://www.newsro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