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집에서 밥을 해먹는다는게 참 어렵더라구요.
매번 시켜먹고, 인스턴트로 때우기 일수고.. 오늘도 힘든 날이었지만 오랜만에 직접 저녁을 해먹어봅니다.
이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원룸의 주방
오늘의 메뉴는 '삼겹살 덮밥'입니다. 예전에 고기를 구워먹고 남은 삼겹살이 기억이 났거든요.
일단, 나의 5년지기 쿠쿠에게 오랜만에 일거리를 줍니다.
크큭..쿠쿠..쿠쿠.. 등짝.. 등짝 좀 보자(앙)
그리고 이건 정말 저만의 밥지을 때 맛을 내는 비법인데, 바로 '양념명란'을 넣어주는 것입니다. 아, 광고아닙니다.
태영식품 관계자님 개인쪽지 기다립니다 (찡긋)
명절 때 어머니가 밥지을 때 같이 넣어 먹으라고 주신 콩입니다. 콩이름은 기억이 잘 안납니다. 먹으면 건강에 좋답니다.
이제 밥은 올렸고, 신나는 마음으로 냉장고를 엽니다. 그런데..
응? 차가운 돌덩이가 있네?
아침에 출근하기 전 냉장실로 옮겨둔 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왜냐구요?
차가워진 몸은 뜨거운 물에 '지져주면' 녹습니다.
고기가 몸을 녹이는 동안 양념장을 준비합니다. 특별히 계량은 없습니다. 자취생활 10년. 감으로 대충 만듭니다.
간장, 참기름, 굴소스(*갓굴선생), 고춧가루, 미림, 벌꿀, 설탕
미림은 혹시나 냉동고기를 바로 쓸거라 냄새 날까봐 쓰는거고, 벌꿀은 그래도 설탕보다 건강에 좋아보여서 씁니다.
"쉐낏쉐낏"
냉장고에서 소분해놓았던 마늘도 한조각 넣어줍니다.
차가운 돌덩이가 하나 더 있었네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뜨겁게 달궈진 삼겹살 체온으로 부빗↗부빗↘해주면 금방 녹을겁니다(앙)
알락잇↗ 부빗↘부빗↘ ~ 알락잇↗ 부빗↘부빗↘
달궈진 후라이팬에 버무린 고기를 올리고
미리 다듬어서 냉동고에 넣어두었던 파를
한주먹 올려줍니다. 여기서 잠깐!
미리 파기름 왜 안내고 고기랑 같이 넣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깜빡했습니다. 여러분은 파기름내고 고기를 볶아주세요.
"쉐낏쉐낏"
처음에 좀 물이 많습니다. 간장, 미림에 얼어있던 파가 녹으며 나오는 수분까지.
개인적으로 저는 찐득찐득 탄듯 안탄듯한 맛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타기 직전까지 볶아줍니다.
이때쯤 얼추 밥도 다됩니다. 밥냄새가 좋습니다. 참 어릴땐 콩을 그렇게 싫어 했었는데..
이제는 콩밥을 먹으면서 가끔씩 느껴지는 콩의 쌉싸름한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엄마가 담궈서 보내주신 김치도 꺼냅니다. 이거 하나면 됩니다. 다른 반찬 필요 없습니다.
직상생활 시작하며 알았습니다. 약 10년의 자취생활 끝에 비로소 내가 요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음을.
예전에는 친구들한테 요리도 해주고, 친구집에 이것저것 반찬 싸들고 가서 같이 나눠먹고도 그랬는데 말이죠.
사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면 오늘 하루 고생한 나를 위한 밥 한끼 짓는 것 조차 노동처럼 느껴집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해가 질때까지 친구들하고 신나게 놀고 집문을 열었을 때 맡던 따뜻한 밥냄새.
된장찌개 하나로도 밥 두세공기 뚝딱하던 나날들.
조금씩 다시 집밥에 익숙해지려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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