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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흔들리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게시물ID : sisa_11278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설쓰는구만
추천 : 5
조회수 : 16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06 21: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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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글
"현실주의"로 유명한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스티븐 M. 월트가 또 한 번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 https://foreignpolicy.com/…
 
역시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칼럼인데요, 그런데 트럼프가 처음 갖고 있었던 방향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철저히 실패했기 때문에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가 옳다고 판단했던 트럼프의 큰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유럽은 자국의 방위를 위해 더 힘써야 한다
(2) 미국은 불필요한 해외개입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을 줄이고 국내경제 재건에 힘써야 한다
(3) 중국이야 말로 미국의 최대 위협이며 따라서 이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4) 러시아와는 일정한 타협이 필요하다
(5) 북핵문제의 제한적 해결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는 트럼프의 큰 방향은 옳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그는 다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1) 트럼프는 유럽국가들을 모욕주기만 하였고, 그 대신 얻은 것은 없다 
(2)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갈팡질팡하면서 뚜렷한 출구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
(3) 중국을 봉쇄하는 건 좋지만, 봉쇄를 위해 그 어떤 전략도 세우지 못했고 오히려 핵심 축이었던 TPP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4) 트럼프의 개인사정(러시아게이트)으로 인해 러시아와의 타협은 국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5) 트럼프는 북한이 완전하게 비핵화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이는 비현실적인 목표이다) 이마저도 실패했다. 
 
스티븐 월트와 존 미어샤이머는 미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학파입니다. 현실주의 학파는 '자유주의 학파'와 다르게 '민주평화론'을 믿지 않으며, 국제정치의 본질은 '힘'이며 외교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라고 보는 학파입니다. 
 
이들은 냉전 이후 미국 외교가가 심각한 오만에 빠졌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외교가의 기득권층을 일명 The Blob이라고 하는데, 이는 영향력 있는 미국 국무부 관료들, 안보보좌관, 오피니언 리더들을 포괄하는 명칭입니다. 
 
냉전 이후 미국의 주류 오피니언 리더들은 '역사의 종언'을 신봉하였고, 하느님이 인간을 자신의 형상으로 만들었듯이 미국의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를 미국의 형상대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대단히 오만한 발상이고 또 비현실적인 발상이지만, 당시 미국은 세계 유일무이의 초강대국이었고 이 강대국의 주류사회는 기독교적 복음주의적 사상으로 무장하여 실제로 세계를 완전히 재탄생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현실주의" 학파는 이 상황을 개탄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이젠하워부터 닉슨까지 이어졌던 미국 외교의 계보를 그리워합니다. 이들의 사상적 계보는 미국의 소련 봉쇄정책을 입안한 조지 케넌을 비롯해서 헨리 키신저, 브레진스키로 이어집니다. 그들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외교가 실패한 것으로 인식하고, 이는 미국이 현실주의의 지혜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9.11 이래 미국은 일방적으로 자국의 힘을 투사했으며 NATO를 무리하게 확장시켰고, 또 중국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전쟁으로 어마어마한 전비를 지출했고, 또 경제위기까지 겪었습니다. 
 
이에 비용이 더 싸게 먹히는 프리즘(PRISM) 같은 어마무시한 세계 감시체계를 만들기도 하였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위신이 실추되었고, 한편 오바마 행정부 때 입안된 "드론 정책"은 유럽인들의 맹렬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특히 그 드론 공격을 조종하는 본부가 독일에 위치해 있어서 유럽인들의 반감이 컸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이제 다극적 세계입니다. 미국도 유럽도 중국도 모두 자기 앞가림 하기에 바쁜 세계이죠.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가스관 사업을 더욱 심화시키려고 합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며, 독일과 "아헨조약"이라고 아주 전향적인 협정을 맺었는데, 여전히 불화가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UN상임이사국 진출을 약속하고 독일과 외교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약조했는데, 독일의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해서는 독일 뒤통수를 쳤지요 (아헨 조약은 2019년 1월, 프랑스의 독일 뒷통수는 2019년 2월)... 
 
러시아도 미국과 서유럽의 제재에 대항하기 위하여 중국과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협력을 심화하고 있으며 과거 소련과 중공 간의 그 어떤 협력 시기보다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소련은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였는데, 지금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중국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되는데, 선택도 못하고 집중도 못하고 있습니다. 현실주의 학파는 이러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될런지. 
 
굉장히 혼란스러운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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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입니다. 근데 너무 좋은 내용이라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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