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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鬼家)
게시물ID : panic_99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화류씨
추천 : 46
조회수 : 5818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9/03/05 02: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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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빌라 101호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꽤 오래 되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집값이지만 구입하는 이 하나 없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집에서 죽었으니까.

 

다양한 소문이 돌았다. 터가 좋지 못하다, 귀신이 들린 집이다, 저주를 받았다 등 온갖 좋지 못한 이야기가 떠돌았다.

 

우리 집은 D빌라 102호이다. 문제의 장소가 있는 옆집이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이사를 가자고 재촉했지만, 그게 쉽나? 소문난 빌라의 옆집이라는 사실에 우리 집의 집값도 똥값이 된지 오래이다. 집이 팔리지 않을 뿐더러, 이사를 간다면 또 다시 전세를 전전하며 살 수 밖에 없었다.

 

동네 호사가들이 옆집에 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대다수의 공통 된 말이 우리 집에서 이상한 낌새를 못 느꼈냐는 것이었다. 낌새라고 할 것이 뭐가 있겠나? 현관문만 닫으면 다른 세상의 사람들인데, 옆집에서 무엇을 하던 아무 상관이 없었다.

 

사실, 언제부터 사람이 죽었는지 모른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중학생 시절에 산모가 우울증으로 목을 매달고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었다는 걱정보다, 재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한탄을 했던 시절이었다. D빌라에 살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렇게 말을 했으니까, 말이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녀만 죽은 것이 아니라, 태어난 아기도 몇날며칠을 울다가 죽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이었다. 하지만 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우리 가족의 삶은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렇게 합리화를 하고 살아야,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그 집에서 여럿이 죽어갔다. 혼자 사는 할머니가 돌연사 하고, 20대 남자가 삶을 비관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40대 기러기 아빠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이쯤 되니 소문이 돌고 돌아서 흉가로 불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 또 한 번 이상한 소문이 떠돌았다. 동네 꼬마들이 101호에서 귀신을 봤다며 난리를 쳤던 것이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는 녀석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소문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삽시간에 귀신이 사는 집이라며 온갖 이야기가 난무했다.

 

특히 도한이라는 녀석이 101호 베란다에서 어떤 여자를 보았다고 하자, 동네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서웠어요. 어떤 아줌마가 줄을 목에 달고 있었는데요. 근데 혀... 혀가... 배꼽까지 길게 늘어나서 마구 움직이는데.. 아줌마가 자꾸 쳐다봤어요.”

 

모든 이들이 자살한 산모를 떠올렸다. 아이를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울증으로 자살한 산모를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역정을 냈다. 안 그래도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는 집값인데, 그런 소문을 내면 D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3층부터 5층까지는 매매도 하고, 전세도 들어오긴 하지만, 1층과 2층은 재앙 수준이었다. 엄마는 이사를 가고 싶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귀신이 나타나는 빌라라며 소문이 퍼졌다. 이후, 무당이며 철없는 사람들이 귀신을 찾겠다며 찾아오는가 하면, 방송국에서 촬영을 한다며 찾아왔다. 방송국에서는 유명한 퇴마사라는 사람을 데려왔는데, 아주 구경꾼들이 우글우글 모이면서 이곳에 사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이었다.

 

엄마와 아버지는 짜증을 냈지만, 나 역시 철이 들지 않았는지 구경꾼에 속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퇴마사가 야릿한 웃음을 지으며, D빌라 주위를 돌아다녔다.

 

어허, 이곳에는 귀신이 아주 많군요. 지금 피디님 옆에서 귀신이 반갑다며 쫓아다니는데, 조심 하십시오. 자살귀입니다.”

 

남자의 말에 구경꾼들이 쑥덕였다. D빌라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빌라에 사는 사람들까지 공포심에 휩싸였다.

 

나는 남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순 연극 같은 것이, 얼굴에 철판 좀 깔고 저렇게 분위기 좀 조성하면 방송국에서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퇴마사란 사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째려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왔다.

 

저기요. 그대 말이에요. 이 집에서 사람이 죽을 거라는 거,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죠?”

 

당황했다. 토끼 눈이 되어 손가락을 내 가슴팍에 대며, 나를 말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래, 당신 말이에요. 당신이랑 당신 부모님은 이 집에서 사람이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잖아요? 왜 모른 척 해요?”

 

순간 기분이 나빠서 그게 무슨 소리냐며 버럭하고 소리를 지르고 집에 들어왔다. 안 방에 있는 창문을 통해 사람들이 술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퇴마사는 별 것에 사람이 연이어 죽어갔다며 혀끝을 차며 안타까워했다.

 

별것 아닌 것 때문에 사람 여럿이 죽어갔군요. 이웃들이 도와줬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쯧쯧쯧.”

 

순식간에 과거의 몇 장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매일같이 싸우던 옆집의 젊은 부부, 자살한 여자는 남편에게 매일같이 폭행을 당했다. 온갖 욕설이 난무하고, 물건이 파손 되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내 방이 옆집과 가까웠기 때문이었을까, 그들의 어지러운 갈등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엄마에게 옆집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려줬을 때, 나의 귀를 막았다. 남편의 욕설이 아주 험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벨을 눌러서 문을 열어주었다. 옆집 여자였다. 배가 엄청나게 부른 모습으로 한 손에는 허리를 움켜잡으며 과일 같은 것을 건네주었다.

 

매일 시끄럽게 해서 죄송해요. 어머니께 전해주셔요. 너무 죄송하다고...”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엄마에게 전했다.

 

이런 건 왜 준데? 싸우지나 말고, 조용히 지내지? 누구는 돈 없어서 과일 못 먹나?”

 

그건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던 것이, 그 뒤로도 허구한 날 싸웠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편은 아내가 싫었나 보다. 자신이 다른 여자와 같이 노는 걸 보았냐고 따져댔고, 그렇게 의심할 시간에 여자의 집에서 돈이나 가져오라고 했다. 여자는 자신과 제발 이혼을 해달라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남자의 폭행뿐이었다.

 

엄마는 옆집 남자가 인상이 더럽다며, 차마 따지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의 방을 다른 방으로 옮겨버렸다. 부부싸움을 하는 소리 때문에 나의 정서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관음증에 걸렸는지, 그들이 싸우는 소리에 재미가 들렸다.

 

아기를 놓고 나서도 매일이 싸움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해지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시끄럽다며 아이에 무슨 짓을 하려고 하자, 여자가 아이에게 손대지 말라며 남자를 밀쳐냈다.

 

부모님에게 옆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우리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도와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어린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끄럽게 싸우는데도 경찰이 한 번 와서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었다. 어떤 날부터 싸움소리가 나지 않았다. 다만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것이 났는데, 그것이 아기의 울음소리였다는 사실을 매우 뒤늦게 깨달았다.

 

그 무당 놈 새끼는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지네가 봤어? 우리가 옆집에서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알아?”

 

엄마는 짜증을 냈다. 계속해서 아버지에게 이사를 가자고 했지만,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에 이사 갈 곳이 없었다. 우리 집을 제외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 같았다.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자 소파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벨을 눌렀다. 낮에 보았던 방송국 사람들이었다. 담당 PD라는 사람이 인터뷰에 응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문을 닫았다. 그런데 잠시 후, 또 담당 PD양반이 벨을 눌렀다. 우리 가족은 당장 경찰을 부르겠다며, 호통을 쳤다. 바로 그때, 뒤에 있던 퇴마사가 요란한 종을 흔들어 댔다. 야밤에 흔들리는 종소리에 순간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어허, 이 집 식구들 참으로 비정합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습니까?”

 

퇴마사가 눈을 까뒤집는데, 귀신보다 그 남자가 더 무서웠다. 허연 피부에 찢어진 눈매를 한 얼굴을 마구 흔드는데, 숨이 덜컥하고 쉬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곳에 그 여자 분을 모셔왔습니다. 원통하고 비통해서 아직 저승에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이런...”

 

짜증과 복잡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피가 바싹바싹 마르는 것이, 영 기분이 나빴다. 방송분량을 뽑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도대체 왜 우리가족에게 이러는 것일까? 시끄러워진 상황을 수습하고자, PD와 퇴마사를 데리고 나갔다.

 

도대체 왜 오신 거죠? 인터뷰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이러시면 굉장히 실례를 범하시는 거 에요.”

 

담당 PD는 사과를 하면서도, 진실을 파헤치는 일이라며, 이해를 해달라고 했다.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나, 물질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퇴마사의 영감으로 진실을 파헤친다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들어가려고 했다.

 

어허, 이 여자 분께서 당신 집에 과일을 준적도 있었군요. 당신이 받았지요?”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퇴마사를 빤히 쳐다봤다.

 

당신은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 방에서 모든 걸 듣고 있었잖아요?”

 

매섭게 노려보는 퇴마사의 눈빛에 앞도 당했는지, 소름이 돋았다. 그는 자신의 새빨간 입 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내일 낮에 찾아오세요. 오늘은 피곤해서 안 되겠어요.”

 

그들이 자리를 떠나자,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 안을 들어왔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점점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이 엄청난 무게가 온 몸을 채우는 기분이었다.

 

퇴마사의 얼굴이 잔상처럼 눈에 아른거렸다. 그는 나와 우리 집에 대해서 어떻게 안 것일까? 정말 그 귀신이 된 여자가 옆에서 가르쳐 준 것일까? 궁금증에 일어나서 그들이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밖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터뷰를 허락 하고나니, 촬영을 철수한 듯싶었다. 길에서 담배를 한 대 피고 집에 들어가려는 찰라, 101호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허, 그랬군요. 도와달라는 말도 했었지만 외면을 했군요? 비정한 사람들이구만?”

 

잘못 들은 줄 알고 101호 현관문에 귀를 댔다. 필히 사람들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호기심에 현관문 손잡이를 돌렸다. 항상 닫혀있던 101호 현관문이 열렸다.

 

캄캄한 어둠이었다. 핸드폰으로 조명을 열어 집 안을 둘러댔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 보였다. 무서운 기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현관문이 잠겨버렸다. 어떻게 문이 잠긴 건지 모르겠지만, 열어보려고 애를 썼다. 그때, 방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지자, 궁금함에 다시 방 안을 살폈다. 안 방에서 우는 소리였다. 방문을 열고 핸드폰을 드는 순간, 경악을 했다. 퇴마사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자네 들어왔구먼? 여기 이분이 원통하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자네도 알고 있겠지?”

 

누군가가 뒤통수를 강하게 친 듯 현기증이 밀려왔다. 고막을 찌르는 듯 원통하고 분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퇴마사가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정신을 못 차리자 부채 같은 것으로 온 몸을 두드렸다. 그제야 최면에 풀린 듯 정신이 돌아왔다. 퇴마사는 101호에서 아주 못된 귀신을 잡았다고 했다.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에 맛이 들린 잡귀란다. 그것이 말하기를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모습에 신이 난 나마지,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스스로 죽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퇴마사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이것이 모두 귀신 때문이라고 할 수 없어. 사람이 죽는 것은 사람의 탓이 더 크다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사람의 역할 중 하나야.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외면을 하다니 말이야.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귀신세상보다 못한 세상이 되는 거야. 자네도 그 여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사실 알고 있었다. 외면하면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꽤 오랜 시간 마음의 짐이 커져갔다.

 

나는 옆집 부부의 싸우는 소리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옆집 여자가 아기를 매우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출산 후 그녀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매일을 기도했다. 아기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서 자신의 삶처럼 살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아프지 말고 잘 자라줘, 엄마도 최선을 다할게...”

 

하지만 그런 바람도 잠시, 남편이 들어오면 또 다시 시끄러워졌다. 아버지란 사람은 자신이 증오하는 아내의 피가 섞였다며 아기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말이었다.

 

아내는 살고 싶은 의지가 컸던 것이 분명했다. 반드시 남편과 이혼을 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매일을 했던 말이기에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더 이상 듣지 못했다.

 

퇴마사는 여자와 아이가 남자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며 확신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지난 사건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정말 어쩔 수 없는 결과까지 만든 것이었다. 퇴마사도 그것을 인정하는 바가 컸지만, 매우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이 집은 그 여인네의 원한이 풀리지 않는 이상, 영원히 귀가로 남을 걸세...”

 

그로부터 6년 뒤, 내 나이 서른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 아직도 101호는 귀가로 남아 있다.

출처 저의 경험담이 아닙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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