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연애는 그만두겠습니다.”
여기 ‘탈연애’를 선언한 여성이 있습니다. 페미니즘 칼럼니스트 도우리씨입니다. “비혼·비출산에 이어 이제는 탈연애를 할 때가 왔다”고 도씨는 주장합니다. 탈연애 선언은 연애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기존에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정상 연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애 방식을 인정하자는 얘기인데요. 이성간 연애, 일대일로 서로를 소유하고 독점하는 연애, 정해진 성별 역할을 수행하는 연애 등 정상이라 불려온 연애 각본을 찢어버리고 자신만의 연애를 하자는 것이죠.
도씨는 세계여성의 날인 3월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탈연애 선언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정상 연애를 강요 받으며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돼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섭니다. 도씨가 말하는 정상 연애란 무엇일까요. 누구나 행복하고 자유로운 연애란 어떤 것이 돼야 할까요. 경향신문이 최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도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도우리라고 합니다. 나이를 밝히는 문화를 안 좋아해서 30대라는 것만 말씀드려요.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된 지는 1년째인데요. 미디어스라는 매체에서 페미니즘 칼럼 ‘도우리의 미러볼’을 1년째 연재 중이고 여성주의 웹진 쪽에서 ‘탈연애 선언’이라는 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쓴 글은 인디밴드 검정치마의 노래와 작가 이외수가 쓴 시의 여성혐오 논란 등이 있어요. 페미니즘이 제 삶을 설명하고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메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갖고 주로 이런 글을 썼어요.”
-비혼·비출산과 달리 탈연애는 아직 공론화된 게 아닙니다. 연애는 또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선택에 머무르지 않고 공론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애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운동이든 간에 ‘뭐 뭐 하자’고 고정하는 게 굉장히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요. 연애 역시 사회가 말하는 정상 연애가 있고 이걸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기준에) 벗어나면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피해를 받게 되죠. 정상 연애에서 벗어나는 측면에서 탈연애를 말한 거예요. 연애가 저 혼자만의 일, 즉 개인이 자존감을 높이고 꾸밈노동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연애 전체의 판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공론화를 결심했어요.”
-비혼·비출산에 대해서도 동의하나요.
“출산이나 결혼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결혼과 출산을 꼭 해야 한다는, 소위 말해 4인 핵가족 정상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흐름으로 비혼과 비출산을 지지해요. 결혼을 안 하고 싶은데 자꾸 부모님이 명절 때 그런 이야기를 하고 큰 불편감을 느끼고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는 것에 문제의식이 커서 그런 담론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런 의미에서 비혼과 비출산과 많이 연결된 연애에서도 벗어나보자는 말이에요.”
-탈연애는 정상 연애를 벗어나겠다는 의미라고 했는데요. 정상 연애와 비정상 연애란 무엇인가요.
“‘저거 너무 이상해’ 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비정상 연애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다 성격, 취향, 나이, 사정이 달라 각자마다 다양하게 연애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랑 가장 맞는 선택인데 ‘너 이상해’라고 누군가 말하고 한 명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참견할 때 정상 연애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것이 되죠. 30대가 다 되도록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그거 자체가 정상 연애 잣대에서 바라본 이상한 게 돼요. 연애하게 됐는데 상대방이 동성이면 그거대로 이상해하고, 여성이 10살 이상 차이나는 연하 남성을 만난다면 이상하다고 해요. 진도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기념일도 이벤트로 챙겨줘야 하고 여자는 도시락을 싸가야 하고 동거해선 안 되고. 이런 것들에서 벗어났을 때 손가락질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정상연애가 규정한 비정상 연애라고 봐요.”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3021104001&code=94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2_thu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