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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 간 인턴샘 [만화]
게시물ID : humordata_1800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플랑
추천 : 14
조회수 : 1853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9/02/23 16: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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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병원으로 환자가 전원해야 할 상황에서,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의료진이 동반해서 가야 하는데 이를 '트랜스퍼'라고 부릅니다. 응급이송 이라고도 하지요. 
대부분의 경우 의료진 동행의 목적은 말 그대로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거여서, 대부분은 수련의 중 연차가 제일 낮은 사람...그러니까 인턴이나 1,2년차 전공의가 따라가게 됩니다.

 트랜스퍼가 끝나고 나면 사설 구급차가 동행한 의료진을 원래의 병원으로 다시 데려다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 이 경우에는 가운을 입은 채로 처음 와 보는 병원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되고, 트랜스퍼를 갈 때는가방도 없이 가기 때문에 가운을 벗어 둘둘 말아 쥐고 알아서 원래 근무지로 돌아오게 됩니다.
교통비는 따로 지원되지 않고요, 대부분 교수님들이나 상급 전공의가 사비로 줍니다. 

 한 번은, 응급실에서의 나이트 근무, 즉 밤샘 근무를 마치고 근무 종료까지 10여분 남은 시점에 트랜스퍼를 가게 되었습니다. 데이 근무를 시작하는 인턴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인턴 한 명이 부족한 채로 응급실이 돌아가기 때문에, 근무가 끝난 인턴을 보내는 것입니다. 트랜스퍼가 끝나고 나서 택시를 타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니 몇 시간 쉬지 못하고 다음 근무를 위해 출근할 시간이 다가왔었습니다.

 또 다른 기억 하나는, 수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힘들었던 주말 당직을 마치고 잠시 콧바람이나 쐬려고 병원 앞에서 아무 버스나 잡아탔는데, 버스를 타자 마자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종점이니 일어나 내려라'는 버스 기사님의 말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런데 내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남한산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했죠. 수원에서 버스를 탔는데 남한산성이라니. 잠깐 신선들끼리 장기 두는 것을 구경하고 나니 도끼 자루가 썩어있더라는 나무꾼처럼, 저 역시 잠시 졸고 나니 남한산성이었던 것입니다. 

조용하고 낯선 풍경에 마치 시간여행을 와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나 혼자 다른 세계로 넘어 와 버린 것 같은 느낌.

 두 가지의 기억을 조합하여 '남한산성에 간 인턴샘'이라는 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1화를 그린 뒤로 워드프로세서가 잘 작동되어 아직 2화는 그리지 못했습니다.


출처 https://brunch.co.kr/@passwordfo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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