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 글을 쓰는건 오랜만이네요 알람귀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고 생각이 나서 몇자 옮겨봅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큰손주인 저를 참 예뻐하셨습니다.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저를 할머니께선 머리를 쓸어주시면서 깨우셨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를 깨우는 일이 참 어렵고 짜증도 나는 일이었을텐데 거칠게 흔드시거나 목소리를 높이시는 일도 없이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주시며 일어나야지~하고 깨워주셨어요
참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그러다 초등학교3학년때 심장질환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너무 갑작스러워서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저는 울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알람시계의 알람소리를 들은 아침에야 할머니를 뵐 수 없단게 와닿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죠. 다음날부터 알람이 울리질 않았습니다. 새로산 알람시계가 딱 하루 일하고는 파업을 한겁니다. 시계는 멀쩡하게 가고 알람테스트를 해봐도 잘만 울리는데 아침에만 울리질 않는겁니다. 엄마께서는 네가 잠결에 꺼버리는거 아니냐! 고 혼내셨지만 저로서는 정말 억울했어요. 그래서 하루는 엄마께서 제 손이 안닿는 책장 위에 시계를 두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엄마께서는 아침 준비를 하시다가 문득 제가 걱정이 되었대요 혹시나 단순한 잠투정이 아니라 몽유병같은거라면? 그래서 책장을 기어올라가다가 무슨일이 생긴다면? 걱정이 꼬리를 무는 통에 제 방으로 향하신 엄마가 문을 열려는 순간
따르르르르르 뚝
알람이 1초나 울리나 싶더니 끊기더랍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시계는 얌전히 책장위에 저는 침대위에 있었다네요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날은 제 머리를 쓰다듬어 깨워주셨는데 그날 엄마 꿈에 할머니가 나오셔서는 잘했다 아가~ 하셨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