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존하는 모든 VR기기들의 디스플레이 수준은 아주 비싼 기기든 아니든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나온 Pimax 8K의 경우엔 모기장(디스플레이 픽셀의 격자)은
거의 보이지 않을 수준이며 해상도와 시야각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해상도 스펙이 늘어난 배경에는 시야각만큼의 디스플레이를 추가로 더 넓게 배치하였기에
뻥튀기된 부분도 있는지라,
국지적으로 체감되는 해상도나 선명함은 기존 기기에 비교하여 아주 큰 차이까지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로인해 비싼 VR기기를 사면 뭔가 다른 품질의 선명함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사람들은
많이들 실망을 하게 되죠.
특히 동영상을 보는 것을 목적으로 VR기기를 사는 사람의 경우엔 특히나 더욱 그렇습니다.
VR 동영상을 보는 목적 하에서는 2~3만원짜리 저렴한 VR기기든,
백만원대 비싼 VR기기든 그리 대단한 차이가 없죠.
그 까닭은 동영상은 그게 VR용도로 찍힌 영상이더라도,
찍는 카메라들의 위치와 시점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물체 하나하나가 완전히 분리되어 완벽히 입체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선명도는 카메라 성능과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으며
내가 몸을 움직여 물체와의 거리를 좁힌다고 해서 더 선명하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인코딩 과정에서 화질에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할 수도 없습니다.(뇌 인지구조상 몰입감이 떨어지면 현실감도 떨어집니다.)
또한 VR의 광활한 해상도로 영상이 확대되어 키워지다보니
웬만한 고용량의 영상들도 영상의 부분 부분에 눈의 초점을 맞춰보면 화질이 좋게 느껴지질 않습니다.
시야각에 가득 찰 정도로 화면만 엄청 클 뿐, 세세한 부분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면
화질의 품질이 떨어지는게 느껴지죠.
이로인해 PC모니터에서 유튜브 영상을 480p 정도 화질로 보는 느낌을 받습니다.
헤드셋을 쓰고 있기 때문에 무게나 압박감 혹은 빛의 세기,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장시간 사용 시 눈이나 머리 등 신체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죠.
이 때문에 고해상도 모니터를 사용하여 고화질 영상을 시청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VR기기를 사용해서 동영상을 보는 순간 대단히 실망을 하게 되죠.
마치 90년대나 2000년대 초로 되돌아간 느낌?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로선, VR기기는 동영상 감상 목적으로는 그다지 적합하지가 않다고 봅니다.
VR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가 없는 한계가 있는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낮은 품질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기대치가 낮다면 충분히 볼 만 합니다.)
그러나 VR기기로 게임을 할 때는 이야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동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한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화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까닭은 텍스쳐 맵핑 때문입니다.
3D모델링된 오브젝트를 이용해 만들어진 게임들은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게 VR이식이 가능한데,
이로인해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GTA와 같은 대작 게임들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VR 버전으로 탈바꿈되어 출시될 수 있었죠.
또한 게임사에서 VR버전을 시장에 내놓지 않은 경우에도
유저들이 직접 구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VR기기에서 실행시킬 수 있게 패치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근데 이 3D 모델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잘 아시다시피
폴리곤이라는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텍스쳐를 입혀 물체에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이 텍스쳐를 얼마나 고화질로 입히느냐와 더불어
어떤 고급 매핑 기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광원과 음영, 그림자까지 생동감있게 구현되는 거의 실사에 가까운 수준의 질감을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공간에 존재하는 오브젝트에
고용량, 초고화질의 텍스쳐를 폴리곤 뼈대 위에 입히면
정말 선명하고 현실적인 질감의 물체를 VR기기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록 솜털과, 주름, 모공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해지죠.
처음 접하는 사람은 눈 앞에 진짜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3D 모델링게임에서는 원하는 대로 외모를 꾸밀 수도 있죠.
최근 출시된 바이오하자드는 모드를 통해 아예 주인공과 악역의 캐릭을 뒤바꿔 놓기까지 하죠.
VR Chat에서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 이용하는 사람도 많이 있죠.
문제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입니다.
VR 헤드셋은 사실 라이트하게 본다면 그냥 모니터와 큰 차이가 없는 출력장치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헤드셋에 데이터를 쏘아주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중요합니다.
근데 현존하는 아무리 좋은 그래픽카드도
지금 출시된 VR기기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보니
개발자들이 현재 소비자들이 가진 보편적인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맞춰
게임이 원할히 구동할 수 있는 한계점을 찾아
그 한계점 내에서 최대의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텍스쳐의 품질 수준을 조정합니다.
이 때문에 PC연결형이 아닌 종류의 VR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통은 개발자가 정해준 한계 범위 내의 품질로만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플랫폼 생태계를 이용하지 않는 제품은 즐길 수조차 없습니다.
반면 PC연결형 VR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세계의 다양한 유저들이 업로드하는 각종 모드 등을 이용해,
게임사가 기본 제공하는 텍스쳐를 더 고화질의 4K 혹은 8K 텍스쳐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화질을 실사에 근접한 수준으로 높게 끌어올릴 수가 있습니다.
다만 초당 프레임이 줄어들고, 빠릿빠릿한 구동이 어려워 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거의 최고사양의 그래픽카드가 요구되기도 하죠.
대신 '어? 현재 수준의 VR로도 이정도 수준까지 가능했어?'라는 시각적 충격을 조금은 앞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PC연결형 VR기기는,
플랫폼이 제한된 VR기기에 비해 경험할 수 있는 컨텐츠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고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VR기기를 지금 꼭 사야 하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있죠.
그 까닭은 VR이 주는 다양한 경험들은 처음에는 무척 재밌고 신기하지만,
익숙해지면 익숙해질 수록 그 모든 것들이 점차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게 되며
점차 특별함이 사라지고 그 빈공간이 식상함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당연할 뿐 절대 특별하지 않죠.
VR의 숱한 컨텐츠 중에서 그나마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라 생각하는 것은
리듬게임(리듬게임: 저스트댄스 / 비트세이버 등)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운동'과 '음악'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을 지루하지 않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오랜 시간 플레이하죠.
그러나 운동을 해야 겠다는 동기를 가지지 않는 사람들은
두세달만 지나도 점차 VR기기 위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하죠.
그럼 VR기기가 언제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올 것인가,
실생활에 의미있게 침투하기 시작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전문가들은 2026년이 되어야 VR기기가 비로소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하는 수준에 다다를 거라고 예측합니다.
사실 이건 그때쯤은 되어야 나올 그래픽카드가
그나마 VR기기를 구동하기에 쓸만해지지 않을까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죠.
저같은 경우 만약 다음에 VR기기를 사게 된다면 최소한 4~5년은 지난 후가 아닐까 싶네요.
4~5년 내에 나오는 기기들이나 그래픽카드에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습니다.
이건 반대로 말하면 지금 바로 사더라도 4~5년은 신제품 걱정 없이 그럭저럭 쓸 거라는 것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