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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1화
게시물ID : readers_332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디
추천 : 1
조회수 : 3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2/21 01: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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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수지는 오늘도 바쁜 출근길에 정신이 없다.
얼만큼 잤는지 모를 정도로 열시간 가까이를 자놓고도
끝없는 피로감의 보상심리로 버스 중간 교통카드 기기 뒷자리에서 정신을 다시 놓고 잠에 들었다.
 
아주 잠시라도 모든 것에서 해방이 되고 싶은 심정이지만,
누구나 부러워 할만큼 회사생활을 착실히 해내고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남자친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것을 전혀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버스는 오늘따라 더 사납게 달려가고
그에 맞추어 버스안 사람들이 다같이 의도치 않은 바운스를 해대지만
수지는 현실세계를 초월한 내면세계의 블랙홀같은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수지가 손목의 때묻은 작은 패션시계를 올려봤을 때는 버스가 이미 강남역을 지나고 있다.
 
“아 아저씨 잠시만요 잠시만요.. 저 내릴게요”
큰 소리로 아저씨에게 외쳐보지만 강남역 11번 출구 앞
버스차로에서 이미 테헤란로 신호등쪽으로 진입한 후 였다.
여러번의 사정후에도 결국 3번출구 앞에 내린 수지는 지하상가를 거슬러 신논현역 방향으로 온힘을 다해서 달리고 있다.
 수지는 신논현역 근처 회사에서 근무한다.
벌써 2년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심각한 취업난에도 목표로 했던 회사에 남부럽지 않은 조건으로 근무한다는 것이
그녀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가족들과 남자친구, 지인들에게 보여지는 수지 자신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강남대로 한복판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커리어 우먼’
그토록 가지고 싶던 수식어였다.
하지만 그 수식어를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고,
빈번하게 이렇게 1km에 달하는 거리를 단숨에 달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지각의 위기속에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 그녀는
2월말 아직 매섭게 추운 아침 날씨에도
이마에 맺힌 땀을 딱으며 불현듯 세뇌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솔직히 이 연봉에 이 외모에 이 능력이면 어디가서도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지.”
그렇게 그녀는 8시 48분을 즈음하여 회사 정문을 통과한다. 오른쪽 어깨위에 있어야할 가방의 존재를 잊은채로. 
오전 9시 30분 그녀는 가방을 찾기 위해 차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뛰어왔던 그길을 다시 찬찬히 걸어간다.
도저히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난리를 친 탓에 버스기사가 CCTV까지 돌려봤지만
버스를 내릴때까지 분명 수지의 오른쪽 어깨위에는 까만 준명품가방이 올려져 있었다.
 
취업선물로 그녀가 부모님에게 받은 첫 가방이자 회사출근 시에는 어김없이 매고 다녔던 가방이다.
이리보고 저리 둘러보아도 길가에 가방은커녕 광고성 찌라시들 만이 길위에 난무한다.
흩어져 날리는 찌라시들 위로 수지는 자신의 애장품을 찾기 위해 여념이 없다.
하지만 대로를 두 번이나 왕복으로 걸었음에도 가방은 온데간데 없고 결국 빈손으로 회사입구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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