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단편 하나 읽기) 06. 나와 B-김중혁
김중혁의 소설들은 멍청한 내가 알아채기 쉬울정도로 메시지가 명확하다. 본작품도 마찬가지다. ‘나’와 대조되는 B라는 인물을 설정해 놓고, 나는 퇴사만 반복하다가 결국 손가락에 굳은살 하나 박히지 않는 인물이 되었고, B는 자신이 성공하기 전에 지구가 망하는 걸 걱정하는 소심한 인물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가서, 성공한 기타리스트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는 내 손가락은 아직 무르다, 라며 다시 기타를 연습한다. 와. 너무나도 명확한 소설이구만.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몰래 들었던 라디오 인트로가 기억이 난다. (그 라디오 인트로 또한 갈려나가는 작가가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나가며 쥐어짜낸 메시지였겠지만) 이런 말이다. “세상이 바쁜 건, 계속 자신이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의 꿈을 계속 바라보고 산다면 세상은 아마도 덜 바쁠테죠.” 밤공기 갬성이 가득 묻어나온 말이지만 참 좋았던 말이었다.
메시지만을 위한 소설, 집요한 주제의식이라는 좋은 결과로 다가온다. 하지만 뭐든 그렇듯이 그건 아름답고 훌륭하며 적절한 조화로움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조건 주제만 고집한다면, 앙상한 뼈다귀만 독자들에게 먹으라고 던진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햇빛 알레르기는 대체 왜 집어넣은겨.
밑줄 친 것들
-그때는 음반산업이 브레이크 고장난 자동차처럼 언덕 아래로 내리닫던 시절이었던데다-지금은 바닥에 처박혀 있다-주변에는 어찌 그리 음반매장이 많은 손님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었다.
-“형, 좋아한다면 두세 번은 시도해봐야지. 계속 시도하다보면 어느 순간 정말 좋아지거든.”
-아직 내 손가락 끝은 너무 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