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머니 생신 때 부모님댁에서 아내가 화장실에서 한참 나오지 않아서
화장실문을 똑똑하고 아내를 부르니 아내가 나왔다.
아내 : "물이 잘 안내려가."
변기를 보니 물에 휴지조각들이 뿌옇게 있었고 변기가 막힌 느낌이었다.
나 : "내가 뚫어줄게"
아내 : "안그래도 신랑 부를려고 했어."
아내의 말에 의지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물을 한 번 더 내렸을 때 물이 한참 차오르다가 변기 속에서 갈색의 커다란 덩어리가 머리를 잠깐 내밀었다가 사라졌다.
깜짝 놀라서 아내를 쳐다봤더니 아내는 눈을 반짝이면서 기대에 찬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혼 때였으면 창피해서 소리지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을 텐데 지금은 부끄러운 걸 보일 수 있는 아내의 유일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난 아내의 기대를 업고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피스톤질을 했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변기가 뚫렸다.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를 바라보며 아내는 기뻐했다.
마음은 아직 신혼인데 어느덧 결혼한지 11년이 지난 그 세월은 험난한 여정이 가득했고 우린 그 힘든 고개를 같이 이겨내고 살아온 부부였음을 막혔던 화장실에서 다시한번 인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