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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게시물ID : humordata_17955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6
조회수 : 13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25 20:00:18
 
 
 
 
 
  #1.
 
  엄마 : 어머, 얘, 어떻게 하니. 이번에 바람 부는데 날아갈 뻔 했어.
           어찌나 바람이 센지...
           아휴, 내가 다리에 힘을 꽉 줘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진짜 낙엽처럼 뒹굴었을지도 몰라.
 
 
나    : 에휴, 어련하시겠어요.
 
 
 
  몇 년 뒤, 평택에서 잠깐 지낼 때 태풍 루사인가 뭔가 왔을 때 느꼈다. 육중한 나조차 잘못하다간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갈 수도 있음을.
  엄마는 156cm에 38Kg이시다.
 
 
 
 
 
  #2
 
  엄마 : 얘, 이번 김장은 맛이 이상하게 됐어. 지구온난화인가 뭔가 때문에 김치도 이상하게 익고
 
  나   : 엄마, 내가 사드린 김치냉장고도 버리시고 배추절임도 너무 짰잖아요.
 
 
 
  그때 어머니 연세 78세셨다.
 
 
 
  #3.
  엄마 : 얘, 오늘도 이래서 몸이 안 좋고,
 
  다음 날 : 전에는 말이야 내가 죽을 뻔 해서
 
  다음 주 : 내가 전화를 못한 게 다리가 너무 아프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밥도 안 먹고 기도도 안 드리고 누워만 있었는데....
 
  다다음 주 : 얘, 아이는 잘 있니? 잘 먹고 잘 자야지... 엄마는 먹기도 싫고 잠도 잘 못 자겠고
 
 
 
  [그때 마다] 나 : (버럭) 엄마!!! 엄마도 못하시는 걸 왜 저한테 하라고 하세요!! 만날 그렇게 안 드시니까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요? 걔들 하다못해 최저임금이라도 줘야 공장이 움직이지. 먹을 것도 안 주는데 몸이 어떻게 움직여요!!! 제발 좀 드세요!!!
 
 
 
  #4
  엄마 : 바다에 물이 차면 나는 무서워. 왜 그렇게 무서운지 몰라. 그런데 여기 봐봐. 요렇게 하면 이런 조개가 나오는데 옛날 그 조개는...
 
 요랬는데 저랬는데 조잘조잘하시면서 물이 자꾸 들어오는데 엄마는 신이 나셨다.
 
 
 
  #5
  10년 전 쯤
 
  나  : 엄마, 엄마는 할머니 보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
  엄마 : 어쩌긴. 그냥 보고 싶어 하는 거지.
  나 : 그럼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건가?
  엄마 : 그래야지 뭐 별 수 있겠니.
 
 
 
  엄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무척이나 사랑받고 크셨음을 엄마 얘기를 듣다 보면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식성이 까다로운 것이나, 어릴 때 김치볶음을 엄마께서 어떻게 해주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 사랑받고 위함 받고 살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의아하기도 하고, 그때서야 내가 받은 사랑이 정말 컸음을 느꼈을 때도 있었다.
 
 
 
  나는 항상 엄마께 사랑을 받지 못해 반항적이고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웠는데.
  지금도 솔직히 밉기도 하다.
  만날 안 드시면서 아프다 하시고,
  우리 보곤 잘 먹어야 안 아프다면서 당신께선 만날 드시지도 않고 이런저런 영양제를 사드려도 아껴드시느라 제대로 드시지도 않고.
 
 
  게다가 같은 음식이나 먹거리를 사드려도 내가 사드릴 때는 입에 안 맞고 소화도 안 된다 하시다 동생이나 언니가 사드리면 정말 좋다고, 입에도 잘 맞는다 하실 때는 정말 화가 나다 못해 분노하게 될 때도 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다. 라는 말씀을 한두 번 겪은 것도 아니라 그러려니 하지만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원해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앞으로도 엄마께서 나를 그렇게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셨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 것이다.
 
 
  그토록 미워했던 아빠를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너무나 힘드셨었을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려 했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나는 엄마를 지금보다 더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
   이 글을 쓴 뒤 조금 지난 8 : 29 시각에 문득 내 트라우마를 깨달았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나는 상처를 준다.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상처를 준다.
  이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었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엄마께서 어린 날에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라던 말씀이나
  아빠께서 너는 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될 애니까 운동을 해라는 말씀이나
  나를 엄청나게 좋아하고 사랑[그때 당시야 여중이고 이성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 이성적 동성애를 착각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하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나를 상처 입게 하고, 나는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는가 보다 하게 했던 일에 쐐기를 박았던 일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일이었음을.
 
 
  이제 어머니께서 사실 날은 확실히 내가 살아온 날보다 훨씬 더 적다.
  호강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마음이 지금보다는 더 편하게 해드리는 일이 최선이고 사랑에 보답하는 일이 아닌가.
 
 
  사랑하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내 마음을 모두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받아들이실 수 있고, 어머니께서 감당하실 수 있는 정도로만.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태어났을 때의 모습처럼 죽음을 맞이하러 간다. 아가에서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이 되면서 다시 아이가 되다 아가가 되지만 몸이 늙을 뿐이다. 어쩌면 윤회를 하기 위한 준비인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그저 죽음 뒤에는 뭣도 없지만.
 
 
  엄마든 누구든 더 사랑해야지.
  내가 사랑해서 상대가 잘못된다면 내 아이도 잘못되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인데 결코 그렇지는 않으니까.
  스스로가 스스로를 증명하고
  스스로가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해야겠다.
 
 
  엄마, 사랑해요!라고 하면 엄마께서는 "너 또 술 마셨니?"라고 하시지만 나는 그게 참 속상하면서도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술 마셨을 때만 했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가 다시 할머니랑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돈은 없어도 까짓 것, 갔다 오면 좋지. 나도, 엄마도, 아이도 바다를 좋아 하는데. 사람이 정신적 숨은 쉬어야지.
  그리고 바닷가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말해야지.
 
 
  "엄마, 우리 셋 낳고 기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는데 제가 늘 반항적이고 일반적이지 않아서 죄송해요. 그런데도 이렇게 늘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사랑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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