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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다 감독의 '아이 3부작', <미래의 밀아이>를 본 소감입니다.
게시물ID : animation_4384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osephKnecht
추천 : 4
조회수 : 27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1/24 21:10:41
일단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고 저도 다 보고 나서 호불호가 갈리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 호불호가 갈리고 불호 의견이 조금 더 많은 이유가 좀 떠올랐습니다.
애니메이션 애호가 분들 중에서도 작품에 대해 실망했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이 작품을 보고 '그래도 결국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저는 제가 작품이 좋았다고 느꼈던 이유와 감상을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이번 호소다 작품에 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많겠지만
저는 감히 그 이유 중 하나로 '팬들이 호소다 감독의 과거 명작들의 잣대를 너무 들이대기 때문'이라고 말해보겠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은 언제부턴가 호소다 감독이나 신카이 감독의 최신작이 나오면

'현 시대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 감독! 과거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의 명맥을 잇는 작품들!
무조건 작품성이 좋을 거야! 아니 좋아야만 해!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에서도 상을 받을 거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고, 아 모르겠고 현 시대의 명작 애니가 나왔다!'


라고 믿거나 그렇게 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들게 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이번 <미래의 밀아이>를 감상한 후 '이게 진짜 <늑대아이>를 만든 그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라는 괴리감을 느꼈고 그게 실망감으로 변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쩌다 보니 호소다 신작을 보기 전에

'오랜만에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 만연한 세크스 어필, 자극적인 전개, 충격적인 반전, 부담스럽고 과한 설정과 연출에서
좀 많이 떨어져 있는 작품이 나오겠다. 난 그런 작품이 아직도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고 이건 그래서 재밌을 것 같다'

라는 마인드로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100분 뒤 엄청 흐뭇하게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일단 아이들이 너무 귀엽게 묘사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뭔가 감독이 진짜로 현실의 아이들을 많이 탐구하고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2D에 그대로 옮겨 놓으려고 애썼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 디테일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 남자아이의 질투 내지 아따맘마짓도 저는 현실적인 묘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작중 그 질투가 보는 입장에서 짜증이 날 정도로 리얼해서 남자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것이 현실에서 볼 법한 아이들의 반응이라고 느껴져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대 호소다 감독 작품 중 제일 인물들의 표정이 다채롭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미덕 중 하나가 제작진 내지 감독의 능력에 따라
애니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하고 확 와닿는 표정묘사, 감정표현이 가능하다는 건데
호소다 감독이 미래의 미라이에선 작정하고 인물들 표정묘사에 엄청 신경을 썼고 다양하게 표현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볼 법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동시에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귀여움이 엄청 많이 묻어나왔고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도 호소다 감독 작품을 관통하는 특유의 애틋한 정서나 이를 뒷받침하는 배경음악의 퀄도 여전했습니다.
이건 호소다 감독의 전 작품을 이미 본 상태에서 직접 영화관에 가서 느끼는 게 정확하실 것 같네요.
(물론 모든 분의 감상이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이번 <미래의 밀아이>는 호소다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 사람들에게는
호소다 감독 작품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호소다다운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호소다 감독의 작품이 '그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를 만든 감독의 차기작',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했고 토미노 옹에게까지 칭찬을 들은 천재 감독의 작품'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예 없진 않지만
그 이전에 '언젠가 내게 행복한 느낌을 줬던 감독의 작품'이고,
'일본 애니 감상이 교육적으로도 권장되던 그 시기의 테이스트가 남아있는 작품'이라서 좋아하는 것이 더 크기 때문에
이번 <미래의 밀아이>는 제게는 '계속 일본 애니를 좋아해도 괜찮겠다'고 재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고,
다 떠나서 다 보고 나니까 그냥 '내가 생각했던 대로 보는 내내 아빠미소가 나오는' 흐뭇한 애니였습니다.

제 생각에 이 작품은 이전의 호소다 감독의 작품이 그랬듯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지도,
입소문을 타고 영화 팬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지도,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아니메 부문에서 상을 받지도 못하지 싶습니다.
이 작품은 <늑대아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완성도적 성취를 거둔 작품은 분명히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호소다 감독 특유의 연출과 서정이 살아있어서 오랜만에 반가웠던 애니메이션이고,
근 몇년 동안 일본 애니 업계에서 나온 작품들 중 가장 따뜻하고, 모에한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았습니다.


P.S. 쿤의 증조할아버지가 다리를 다친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은, 그럼에도 보다가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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