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삼부요인'의 하나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됐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축하의 인사들로 넘쳐납니다. 그러나 이건 법원이 국민 감정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양승태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국민들의 공수처 신설 요구가 빗발칠 것이 두려워서였다고 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양승태가 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20일입니다. 아마 이 기간 동안 양승태를 구속해 둠으로서 국민들에게 양승태를 구속시켰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는 다시 나오는 면피용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벌써부터 듭니다만, 어쨌든 상징적으로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그를 구속 입감시켰다는데서 오는 상징성은 클 것입니다.
양승태가 구속됐다 해서 그가 수사에 협조하고 자기의 죄상을 불 리는 만무합니다. 해당 사건들이 워낙 엄청난 것인데다 그가 관련된 사건에 함께 연루된 이들도 우리나라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어서 당연히 반발도 셀 것입니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우습게도 과거 서로 사건을 짬짜미 해 먹었던 검찰과 사법부가 지금은 그냥 겉으로라도 틀어질만큼 틀어져 있다는 것이고, 검찰 역시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공수처 설치 여부를 두고 여론이 뜨거울 것이기에 나름 '신경을 쓸' 거라는 거지요.
양승태는 애초에 대법원장이라는 직책에 올라가선 안 될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그릇에서는 사법부는 독립된 개체가 아닌, 정권의 개로서 일하는 것이 맞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해 합당한 댓가를 받게 될 것인가, 아직도 그것에 대해선 솔직히 의구심이 갑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 구조란 것이 애초 남에게 대한 배려 같은 것은 철저히 무시되고 경쟁사회를 뚫어야만 한다는 구조인데다, 애초에 서로 다른 출발선을 체념하며 받아들이도록 만든 구조적 문제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만들어진 인물들이 사법부를 지금까지 농단하고 있었고, 그들의 특권의식은 당연히 국민과 역사를 받들도록 하기보다는 깔보고 폄훼하게 만들어 온 게 사실이지요.
아무튼 그의 구속은 매우 큰 상징성을 지니는 것이 분명합니다. 무엇이든지 '처음'은 중요하지요.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 구속시켰고, 이제 대법원장을 지냈던 자도 국민의 힘 앞에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 그것만으로도 양승태 구속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