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애기 키우고 워킹맘으로 살다보니 오유는 다 잊어버리고
1년넘게 안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회사도 그만두고 잠 안오는 이 밤에 오랜만에 오유 들어옵니다.
아무 게시판 들어가서 글이라도 하나 남겨보고싶었는데
결혼생활 게시판이 있어서 들어와 봤어요 -
아직 결혼 4년차
연애때부터 싸움도 없이 결혼까지 순탄히 거쳐왔고
거의 허니문 수준으로 아기가 생겨 열심히 태교하고.. 그렇게 살다가
애기 낳고 키우고 있어요,
2년 연애 , 싸움 한번 없고
그렇게 많이 싸움이 일어난다는 신혼에도
다른점을 서로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며 오히려 즐겁고 다름을 신기해하며 잘 살아왔는데
출산을 하고 나니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었던 것 같네요.
다름을 신기해 했던 우리가 애기가 생기니,
애기를 위해 조금은 이해해주고 양보해줬던 단점인 습관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싸움이 되고
너나 할 것 없이 묵인해주던 단점을 드러내어 이제 고치라고 짜증을 내고..
타이밍이 안좋았다면 잠시 우리 사이에 권태기도 왔었던 것 같은데 -
잠도 못자고 밥도 제 때 못먹고 .. 절묘하게 그런것들이 모여모여 우리 아기가 태어난 후 6개월은 너무 힘들었네요.
그러고 6개월이 지나자 ..
아기 키우는 것도 , 먹고자는것도 조금은 안정이 되자
서로가 다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되었어요 -
그것보다는 ....... 서로가 싫어서가 아닌
아이를 위해, 우리가정을 위해 했던 말들 이었기 때문일까?
서로의 역할이 무엇인지 맞아 떨어지게 된거죠 -
아들이 응아를 하면
신랑은 군말없이 기저귀를 갈고, 바로 아들 엉덩이를 씻기러 화장실에 가면
저는 자연스레 기저귀를 치우고, 새로 입힐 기저귀와 로션을 셋팅해 놓는다거나 -
다같이 저녁을 먹고 후식을 먹고...그런 소박한 시간이 지나
신랑이 아들과 목욕을 하러가면 ,
저는 저녁먹은 설거지를 하고 또 아들이 입을 잠옷/ 잠자리 준비 등 -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것은 항상 신랑이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려고 하면 저는 비닐장갑을 꺼내놓는다던지........
엄청 소소하지만 그냥 쿵짝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 아시죠?
이제는 그렇게 역할 분담을 하니 정말 싸우지를 않네요-
오늘도 신랑이 옷을 개면 저는 그냥 말없이 서랍에 옷을 넣고..
정말 둘이 뭐해라 뭐해라 이런말도 없는데
그렇게 빨래개기 작업이 끝나고낫너 ㅋㅋㅋ둘다 쇼파에 앉아서
뜬금없이 회사얘기로 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가,
갑자기 내일 저녁은 뭐먹을까/ 우리 어디놀러갈까
이런얘기들을 하니
재밌는 거에요.
이 재미없는 행동들이 -
이게 뭐 재밌는 행동이라고 재밌을까요?
아들은 이제 말을 시작해서 꿍얼꿍얼 애교를 부리고..
저희는 둘이 대화하다가 아들 재롱보면서 박수치고 웃고
ㅋㅋ
그냥 결혼 '이 사람'이랑 참 잘했다.
또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20대 때 한창일 때 만나서 새파랗던 신랑이..또 내가,
어느순간 문득 신랑 얼굴이 전보다 늙은걸 발견햇을 때,
또는 흰머리가 하나 더 생긴걸 발견햇을 때
약간의 서글픔은 밀려오지만
신랑도 그렇겟죠?
참 젊고 예쁘던 내가 애기 낳고 몸매도 많이 망가지고
맨날 다크서클에 웃어도 뭔가 생기가 빠진 느낌?
ㅋㅋㅋ
그래도.........이 사람이라면 내가 못생기게 늙어도 예뻐해줄것 같다는 생각에
결혼생활이 이런거구나 ..
새삼 그냥 주저리 적어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