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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비밀
게시물ID : panic_998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사쿠라
추천 : 6
조회수 : 21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22 23: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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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와-!! 이게 다 금이에요?”
성일은 소파에 앉아 탁자 위의 관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수천 년 동안 동굴에 잠들어 있던 황금빛 관은 조금도 빛바래거나 흠집 난 곳 하나 없이 형광등에서 내리쬐는 빛을 영롱하게 반사시켰다.
아마 그럴 거야. 사금이 발견되는 호수에서 발굴했으니까.”
권재호가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했다. 그는 성일의 옆에 앉은 김홍택이 욕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관에 손을 올리려하자 가볍게 손을 쳐 제지했다.
아얏!”
장갑 좀 끼고 만져라. 침도 좀 닦고.”
김홍택은 원망 섞인 눈으로 권재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권재호는 오히려 그 새빨간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뭘 봐?”하는 눈빛으로 그 기세를 간단히 제압했다. 김홍택이 소파 구석에 쭈그러들었다.
그런데,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요?”
정은주가 물었다.
권재호는 눈을 흘기며 몇 초간 뜸을 들이더니 하얀 면장갑을 낀 손으로 알지 못할 문자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관이야, . 시체 넣는 관. 고대 아스테카 문명의 유물인데, 밖에서는 열지 못하지만 틀랄록의 관이라고 쓰여 있어.”
틀랄록이요?”
김성일이 말했다.
그래. 틀랄록. 태초신 격인 오메테오틀의 막내아들로 비의 신이지.”
권재호가 관에 새겨진 구름 모양 조각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별 거 아니네. 달랑 비의 신이라니. 게다가 막내잖아요.”
김홍택이 딴죽을 걸자 권재호는 오히려 김홍택에게 알밤을 먹이며 가운데 소파에 앉았다.
번개도 관장했단다. 그리고 막내로 치면 제우스도 막내다.”
권재호는 부드러운 어투로 아파서 바닥을 구르는 김홍택에게 말했다. 아픔이 다 가신 듯 다시금 일어선 김홍택은 권재호에게 따지듯 소리쳤다.
에이, 그래서 뭘 했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금으로 관까지 만들어 주는데요? 제우스나 토르처럼 뭔 신화가 있어요?”
권재호는 김홍택의 삿대질하는 검지를 부드럽게 꺾은 다음 이마 중앙에 당수를 먹이며 말을 이었다.
좋은 질문이다.”
김홍택은 검지를 입에 물고 반대쪽 손으로는 이마를 감싸며 다시금 사무실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아스테카인들은 지난 무수한 역사를 다섯 번의 태양시대로 표현했다. 첫째 태양시대는 오메테오틀의 장남인 연기 나는 거울이라는 뜻의 어둠과 죽음의신 테스카틀리포카가 만들고 다스린 시대였어. 아스테카 인들이 정복자인건 잘들 알지? 테스카틀리포카 또한 난폭한 투신이었어. 그랬기에 아스테카 민족에게 숭배를 받았겠지.”
권재호가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난폭한 권력자가 으레 그렇듯 얼마 못가 폐위당하지. 바로 동생 케찰코아틀에게 말이야. 오메테오틀의 차남이자 깃털달린 뱀이라는 뜻의 뱀 신, 빛과 생명의 신이자 금성의 신인 그가 첫째 태양인 테스카틀리포카를 호수 위에 떨어트렸어. 그렇게 두 번째 태양시대가 찾아왔지.
하지만 피로 흥한 자 역시 피로 망하는 법. 호수에 빠진 테스카틀리포카는 검은 재규어의 화신으로 호수에서 빠져나와 케찰코아틀을 떨어트리곤 두 번째 태양시대를 멸망시키지. 케찰코아틀은 다음을 기약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대.”
, 그럼 아스테카 인들이 남미를 정복하러 온 스페인군을 케찰코아틀로 알았다는 얘기가.......”
정은주가 말했다.
그래. 그게 그 케찰코아틀이야. 그리고 그 다음에 오메테오틀의 넷째아들인 틀랄록이 세 번째 태양시대를 열었다.”
권재호가 대답했다. 그러자 김성일이 그의 말을 끊고 나서 물었다.
근데 틀랄록이 사남이면 삼남은 누구에요?”
숄로틀이라고, 케찰코아틀의 쌍둥이야. 애꾸눈의 개나 도롱뇽의 모습을 한 신인데, 큰형만큼은 아니지만 얘도 나름대로 케찰코아틀의 안티테제야. 케찰코아틀이 행운과 금성의 신이면 숄로틀은 반대로 불행과 태백성의 신이지.”
그가 말했다.
자꾸 다른 데로 새는구나. 틀랄록 얘기는 여기 쓰여 있으니까 한번 읽어보자.”
그는 군데군데 패인 황금으로 새겨진 그림과 정체불명의 문자들을 더듬더듬 읽어가며 틀랄록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셋째 태양 틀랄록께선 지난 세상을 평화로이 다스리셨....... ........ 하지만 야욕을 버리지 못한....... 테스카틸....... 테스카틀리포카 얘긴가? 틀랄록의 아내를 겁탈해 자기 아내로 삼았고....... 우리는 기다리리....... 끝없이 바치리라....... 나올 때까지.......”
권재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뭐래는 거예요?”
김홍택이 일어서서 권재호에게 물었다.
재미있는 발견이야. 학회에 보고해야겠군.”
권재호가 말하며 작은 수첩에 관의 그림과 이 해석을 써 내렸다.
무슨 일인데요?”
김성일이 물었다.
아니. 테스카틀리포카는 틀랄록의 아내, 꽃의 여신 소치케찰을 빼앗아 자기 아내로 삼아. 그러자 실의에 빠진 틀랄록의 앞에 누이인 물의 여신 찰치우틀리쿠에가 나타나지. 둘은 서로 눈이 맞아 결혼하고, 복수라도 하듯 세 번째 세상을 부수고 찰치우틀리쿠에가 네 번째 태양이 되어 네 번째 태양시대를 만들지. 좌우지간 아스테카 인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네 번째 세상이 망하고 난 뒤의 활동하는 태양, 나우이 올린의 시대라고 생각했데.”
그런데 이 관이 왜 발견이죠?”
이번에는 정은주의 차례가 돌아와서 물었다.
내가 말한 것들이 학계의 정설이야. 그런데 저 관의 내용을 쉽게 풀이해 보자면, 아내를 빼앗긴 틀랄록이 분노해 세상을 멸하는 것이 두려워 여자를 바친다, 이런 내용이니까. 저 관을 만든 이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다섯 번째 세상이 아니라 세 번째 세상으로 인식했다는 얘기야.”
권재호는 장갑을 소파 위에 벗어던지고 외투를 새 가운으로 갈아입으며 외출 준비를 했다.
어디 가시게요?”
김성일이 물었다.
그래. 학교로 가야하기도 하고, 너희도 슬슬 가야하지 않니?”
권재호는 손목시계와 벽에 걸린 시계를 번갈아 바라봤다. 시침과 분침이 각각 93을 가리키고 있는 가운데 초침이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셋은 아차!”하며 허둥지둥 자신들의 짐을 챙겼다.
저기....... 재호 씨.......”
순간, 정은주가 슬며시 권재호의 옷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
저 오늘....... 자고 가면 안 될까요?”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소파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권재호는 아무 말 없이 정은주를 노려보았다. “안 돼.”라는 무언의 의사표시였다. 하지만 그를 오래간 알고 지내왔던 정은주였기에 되도 않는 애교까지 부려가며 권재호를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저희 집이 멀어도 좀 멀어야죠....... 그리고....... 여기 이 관, 좀 더 보고 싶기도 하구....... 어떻게 안~~~~?”
그만해.......”
권재호는 구역질이 난다는 듯 정은주의 눈을 피하며 손을 뿌리치고 웅크렸다.
~? ~~~?”
결정타. 권재호는 마치 격투기 선수가 항복을 하듯이 소파 팔걸이를 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알았다....... 늦게 돌아올 거니까....... 밤에는....... 옆집에 민희 방 들어가서 자....... 오늘 없다니까........”
그리고는 어영부영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며 문을 향했다.
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하의 권재호가 이런 식으로 쳐발리다니!”
김홍택이 폭소를 내뿜으며 소파 위에서 뒹굴 거렸다.
귀엽다.......’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김성일이 두 뺨을 붉히며 쾌재를 부르는 정은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넨 따라 나와야지.”
권재호가 발걸음을 돌려 소파 위의 김홍택과 김성일의 멱살을 잡고 집 밖으로 나갔다.
키히히히히.”
정은주는 권재호의 책상 아래에서 아무래도 그의 사촌동생 민민희가 숨겨뒀을 법 한 감자칩을 빼냈다. 그리고는 소파 위에 있던 검은 리모컨으로 사무실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웅장한 스피커 사이의 조그만 TV를 틀었다.
이 아저씨 TV는 우리 할머니 댁에도 없는 고물 테레비나 쓰고. 드라마는 잘 나오려나? 키히히히.”
어느새 금빛 관은 정은주의 안중에서 벗어났고 그 자리를 TV가 대신했다. TV는 소파에 길게 드러누운 정은주의 발밑에 딱 위치해서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를 송출해냈다.
어느새 드라마는 서서히 끝나갔고 시계는 11시를 가리켰다.
에이....... 다른 채널 없나? 이게 나오면 분명 다른 것도.......”
정은주는 리모컨의 버튼을 연타해대며 채널을 마구잡이로 돌려댔다.
“......늘 속보를 말.......”
“......일찍 일어나는 새......”
“.......가면라이더 빌.......”
“......우의 수.......”
“......무안계 내지무......”
“....... 세미......”
브라운관 사이로 가지각색의 채널에서 나오는 방송들이 번갯불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뉴스, 예능 재방, 만화.......로 치고, 교육, 종교......... 이건 만화야 교육이야? 채널 꽤 많네.”
그러던 중, 한 채널이 정은주의 손가락을 멈춰 세웠다.
? 이거 우리집에서도 월정액으로 별도요금 내야 나오는 영화채널이잖아? 이게 브라운관 유선으로 나온다고?”
영화 채널에서는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영화가 송출되었다. 정은주는 입에 함박미소를 머금으며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가 끝나자, 시계는 1218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TV에선 다음 프로그램과 예고가 뜨며 기나긴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 이건 꼭 봐야 돼!”
다음 방송되는 건 정은주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스릴러영화. 영화관에서 보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였기에 그녀는 방의 불을 끄고는 다시 소파 위에 누워 발끝의 TV를 바라보았다. 스릴러 영화 특성상 초반에 뿌려지는 떡밥에 가능한 주의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풍부한 서라운드 오디오에서 새어나오는 몽환적이고도 오묘한 관현악단의 연주로 이뤄진 영화의 OST 속에 들리지 않는 잡음이 스며들었다. 보이지도 않는 시계는 어느새 오전 1시를 가리켰다.
끼기기기기긱........”
그것은 탁자 위에 올라서 미세하게 비춰지는 브라운관의 빛에 반짝이는 황금 관에서 새어나오는 소리였다. 소리는 조금씩 커져가다 정은주가 느낄 정도가 되기 직전에서야 그 성장을 멈추었다. 관 뚜껑은 6/1 정도 열려서 비쩍 마른 닭 모가지나 드나들 정도의 틈새를 벌려두고 있었다.
하지만 비쩍 마르는 건 닭뿐만이 아니다.
비쩍 마르기는 물론 삭고 삭아서 나뭇가지 정도로 얇고 곰팡이 핀 손가락이 관 뚜껑의 틈새로 살금살금 기어 나와 푹신한 소파를 툭툭 건드리더니 이내 그 뿌리격인 팔꿈치 관절을 꺾어 정은주의 다리를 강하게 쥐어잡았다.
!”
축축하고도 차갑고 기분 나쁜 감촉이 다섯 갈래로 갈라진 뼈 모양으로 새빨간 바지를 꿰뚫어 스며들어왔다.
“Vemana....... Chipuchica.......”
돌과 돌이 긁히며 관 뚜껑이 거칠게 열려가는 소리는 어느새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배우들의 대사를 집어삼켰다. 이내 관뚜껑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에서 그것이 괴성을 지르며 일어섰다.
“Chipuchica.....!!!!!!!!!!!!!!!!!!!!!!!!!”
머리에는 무언가를 꽂고 지저분하게 난 손발톱에 전신을 천 조각으로 뒤덮은 채 군데군데 말라비틀어진 살과 뼈가 튀어나온 그것은 얼굴에 감은 헐거운 것 사이로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붉고 째진 눈을 번뜩였다.
정은주의 강렬한 저항에서인지 녀석이 힘을 주지 않은 탓인지 손에 잡혔던 정은주의 발이 떨어져 소파에서 그 몸뚱이를 밀어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트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정은주는 몸을 일으켜 전등의 스위치를 눌러 형광등을 환하게 켰고, 이내 그것의 모습이 드러났다.
부러져가는 길고 누런 손발톱과 이빨, 몸을 둘둘 감았던 것은 곰팡이 핀 붕대. 머리에 꽂은 건 빛이 바랜 새의 깃털이었고 가죽 같은 노리개로 치장된 몸과 붕대 사이로, 썩어 문드러진 생살 사이로 드러난 누런 뼈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듯 했다.
녀석은 밝은 빛에 두통을 잠시 호소하는 듯싶더니 몸을 허공에 띄워 사무실의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Cemanahuatl cueyatl.”
정은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리모컨을 정확히 녀석의 몸통에 던졌지만 그녀석의 가까이로 리모컨이 다가간 순간 알 수 없는 힘에 반사되어 TV로 튕겨나갔다. TV는 즉시 망가진 것인지 여러 채널이 돌아다니면서 알 수 없이 커다란 오디오로 떠들어댔다.
“Tlahtōlli!”
녀석은 고개를 돌려 TV에 집중했다. 붉은 눈은 마치 거울처럼 노이즈가 지지직거리는 TV화면을 반사시켜 그것을 그대로 녀석의 뇌에 꽂아 넣었다. 녀석은 한참동안 텔레비전을 바라보다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정은주를 바라보았다.
제물.”
정은주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황금 관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단숨에 이해할 수 있었다.
-.”
그것이 다시금 내뱉듯 말했다.
, 틀랄록. , 제물.”
흘러내리는 붕대 속에 찢어지듯 웃는 녀석의 입이 정은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잘 먹겠습니다.”
녀석은 불가사의한 마력으로 정은주를 공중에 두둥실 휘감아 올리고는 머리부터 자신의 입을 향하게 했다. 녀석이 입을 쫙 벌리자 입가의 붕대는 아래쪽으로 늘어졌고 누렇고 삐뚤빼뚤 어긋난 이빨 속 검붉은 혓바닥이 날름거리며 비대한 하악이 정은주의 머리를 단두대처럼 베어내기위해 아나콘다처럼 벌어졌다.
정은주의 육체는 서서히 녀석의 입가로 다가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녀석의 아가리에서 군침이 서서히 흘러나왔고 얼마 가지 않아 그것이 정은주의 검고 긴 머리카락에 닿으며 윤기를 불어넣어주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어두운 골목길에서 날아드는 구둣발에 유리창이 박살나며 그 파편이 튀어 정확히 녀석의 몸에 박혔다.
끄에엑-!!!”
급작스런 고통에 녀석의 마력이 해이해져 허공에 뜬 정은주가 바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부 다 이해했다, 틀랄록. 관에 그려진 건 단순한 인신공양이 아니었어. 네놈은 인간을 비료로 삼는 흡혈귀 일족의 낙오자야. 그렇지? 호숫가 부족의 처녀들을 제물로 받아먹다가 부족이 멸망하자 폭포의 동굴 속에 잠들어 있던 걸, 내가 가져온 거고. 그렇지 않으면, 관이 안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일 리가 없지.”
초인적인 도약력으로 창문을 깨부수고 온 남자는 바로 권재호였다. 밖에서는 순찰차와 경찰 두 명이 무전기로 어딘가와 무전을 주고받으며 비상시 난입을 준비하는 듯 했다.
정황상 창문에 내비치는 정은주와 녀석의 모습을 본 취객이 경찰에 그대로 신고하고, 경찰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연구소의 권재호에게로 연락해
똑똑하다.......”
녀석이, 틀랄록이 중얼거렸다.
권재호는 말없이 품안의 나이프를 꺼내들고는 특유의 안광을 내뿜으며 새빨간 홍채의 모습을 서로 주고받았다.
용자공(龍子公)........!”
틀랄록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녀석은 전의를 상실한 듯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으로 권재호와 자신 사이에 있는 탁자며 소파를 가로지르고는 권재호가 깨고 들어온 옆 유리창을 깨부수며 사무실을 탈출해 땅에 착지했다. 그와 동시의 녀석의 날갯죽지에선 검고 커다란 날개가 붕대를 찢으며 튀어나왔다.
“Memento mori.......”
녀석은 날아올라 2층 창가의 높이에서 고개를 돌려 권재호와 정은주 둘을 향해 소리치는 듯 중얼거리는 듯 오묘한 톤으로 중얼거리고는 저 밤하늘을 가로질러 달동네 위를 높이높이 날아갔다.
....... 윤 순경......! 저거 쏴!!!!!!!”
두 경찰은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겨 정확히 녀석의 머리통을 관통해 땅에 추락시켰다. 아마도 달동네 어딘가 옥상에 떨어졌을 것이다.
권재호와 정은주가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왔다.
아이고. 수고들 하십니다.”
태연하게 다가오는 권재호의 태도에 윤 순경과 조 형사가 어안이 벙벙해하며 손가락으로 녀석이 날아간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 저게 당최 뭡니까......?”
권재호는 피식 웃으며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걸쳤다.
순사 분들, 피곤하실 텐데, 그죠? 저건 그냥 잊으시고, 오늘 총 쏜 거하고 신고는 제가 잘 아는 높으신 분께 잘 말씀드려서 적당히 없는 셈 칠 테니까, 이만 가시는 게 어떨까요?”
....... .......”
두 경찰은 권재호의 생각보다 센 완력과 압력에 거의 떠밀리듯 순찰차에 올라타 서로 돌아갔다.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한 정은주가 권재호를 붙잡으며 물었다.
저기 재호 씨....... 아까 녀석이 흡혈귀라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아신 ........”
권재호는 검지로 정은주의 입을 틀어막았다.
.”
그는 다시금 녀석이 날아갔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재가 돼 있을 일이야.”
전생의 기억이란 매우 우연찮게 발현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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