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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전상서(前上書 /부모님 앞에 올리는 글)
게시물ID : humordata_17945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ccessact
추천 : 23
조회수 : 1647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9/01/20 14:25:07
부모님 전상서(前上書 /부모님 앞에 올리는 글)

우리 집은 가난했었다. 더 자세하게 말을 하자면 부모님이 가난하셨고, 나와 3살 터울의 남동생은 부유했었다. 

내 어릴 적 기억에 남는 것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다. 사글세방이었고 화장실도 밖에 있는 푸세식으로 여름이면 모기 때문에 에프킬라를 가지고 갔었고, 겨울이면 미끄러질까 봐 조심했었다. 방에는 바퀴벌레가 돌아다녔었고, 방바닥에 찬기와 방문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노란색 테이프로 붙였었다. 그런 집에서 10년을 넘게 살았었다.

우리 부모님은 잘 사는 집에 태어나셔서 고생을 몰랐다. 아버지는 동네 대장을 하셨고, 학교에서는 반장도 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는 먹을 것, 입을 것 부족함이 없으셨고 결혼하기 전까지 손에 물도 안 묻히셨던 것 같다. 그런 두 분이 만나서 결혼을 했다. 나름 재산도 물려받으셨으니 결혼생활이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으셨을 거다. 

아버지는 돈을 버는 것에는 그리 소질이 없으셨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셨다. 이런저런 일을 하셨고 꽃집도 하셨는데 잘 안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셨다. 돈을 몽땅 잃으셨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다 쓰러져가는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갔다.

아버지는 노가다를 하셨다. 그리고 택시도 하셨던 것 같다. 돈이 잘 벌리는 일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식당에서 일을 하셨다. 두 분 모두 귀하게 커서 할 줄 아는 것이 없으셨는데 살기 위해서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그렇게 몸을 쓰는 일을 하셨다. 분명 힘드셨을 것이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두 분이 너무 힘들어서 서로를 껴안고 많이 우셨다고 했다.

어느덧 나는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미칠 수 있는 무게를 생각해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어린 자식에게 부모는 이 세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부모님은 우리에게 세상의 어려움보다는 밝게 빛나는 면을 많이 보여주셨던 것 같다. 힘들어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세상의 긍정적인 면을 말이다. 두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도 힘들다고 할 수는 있지만 옛날을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삶을 부모님께서 살고 계신다. 물론 고생으로 인해 아버지는 허리와 여러 관절이 아프시고, 특히 이가 없으시다. 어머니는 당뇨가 있으시다. 하지만 괜찮다. 경제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이제 두 아들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니다.

힘들었던 시절, 우리를 지켜주시고 끝까지 책임져주신 아버지 이근재, 어머니 문순애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자주 연락드리고, 만나면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고, 그리고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이제 아들이 용돈을 드리면서 그렇게 효도를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삽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아.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580162209078368&id=578997282528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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