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의 육아일기를 쓰는 인스타에 들어가서 100일전쯤의 영상을 보았는데, 첫 뒤집기를 하던 널 보고 기뻐하던 내모습이 담겨있었어.
고개들기, 뒤집기 뭐든지 첫순간은 너무나도 벅찼는데 그때의 감동은 어디간건지 ㅎㅎ 기저귀 갈때나, 옷 입힐때나, 잠잘때나 제발 뒤집지 말라고 온 힘으로 파닥거리는 널 잡고있는 나의 요즘을 보니 사람은 참 간사한가봐
열심히 기기 연습을 하는 널보면 빨리 기었으면 싶은데, 나중에는 그거도 힘에 부쳐하겠지?
최근에는 엄마, 아빠소리를 곧잘하게 되었어. 물론 엄마랑 아빠가 엄마아빠인지 모르고 하는말 같지만 우리는 그래도 감동이 흘러.
가장 정확한 발음일때 영상을 찍어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들 한테 쫙 뿌리려고 동영상모드로 항상 대기중이야. 하지만 약이라도 올리듯이 동영상만 틀면 아부아, 음.... 마!!!! 하고 발음하는 너 ㅋㅋㅋ 그런 영상이라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라 했다며 천재아니냐며 너의 팬클럽 명예회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있어.
7개월이 된 너는 부쩍 혼자 잘 놀게 되었어. 아, 엄마나 아빠가 네 시야에 보일때만. 잠깐 화장실 가거나 부엌가거나 할때면 넌 어김없이 으아-으아- 하고 김흥국소리를 내지. 무슨일 생긴건가 하고 가보면 혼자 잘 놀고있는 너. 내가 옆에 있을때면 안고있지 않아도, 나혼자 책을 보거나 밥을 먹고 있어도 김흥국 소리를 내지않고 혼자 어마어마하게 잘노는 너. 그라다가 가끔 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다시 노는데에 집중하는 너.
너가 내가있어 안심하듯 나또한 네가 있어 안심이돼.
널 낳기전 나는,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 내가 더 잘할수 있는것은 무엇일까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 정말 지구에 먼지같은 사람이니 대단한걸 하려하지말자고 무한하게 나의 존재에 대해 고민했었어.
너를 낳고 나서는 나의 대부분의 고민이 너로 바뀌면서 먼지같았던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었어.
널 위해 소고기육수도 끓이고 남은 고기로 반찬도 만들고 재료들도 손질하고, 너와 책도 읽고 장난감도 만지고, 인형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가끔은 너무 이쁜 네모습에 "여러분!!!! 내새끼가 이렇게 이쁩니다!!!!!!" 하고 뜬금없이 지인들에게 너의 안부를 카톡 보내기도 해.
이런 내자신이 너무 잘해내고 있는것만 같아서, 그리고 너의 세계엔 나와 아빠 밖에 없다는 사실이 꼭 나는 없어서는 안되는 대단한 존재인것만 같아.
가끔은 너로인해 뽕맞은 기분도 느껴져. 널 데리고 밖에 나갔을때 사람들이 너보고 이쁘다고 하면 난 집에서 아기뽕에 잔뜩 취해 남편에게 "나 오늘 아기뽕 맞고 왔으니까 말리지마!!" 라며 네가 오늘 얼마나 이쁨 받았으며 넌 모든 아가들중에서도 특히나 이쁘다는 일장연설을 펼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