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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재단사 로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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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레콜이
추천 : 2
조회수 : 3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1/17 18: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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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카단 최고의 의복 재단사인 로넬은 운좋게 손에 넣은 별빛 비단으로 그의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입고 움직일때마다 밤의 장막처럼 흔들리는 옷단과 그 위에서 반짝이는 별빛 비단만의 특별한 광채. 유일한 아쉬운점이라면 한정된 비단으로 만드려니 필연적으로 여성복이 되어버렸고, 그는 재단사이자 무용수지만 보통보다도 훨씬 큰 거구의 남성이었다. 크기만 맞았어도 여장을 불사했을 터인데 힘들게 만든 옷이 늘어나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는 무희를 찾아나서기로 했다.

 그런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것은 붉은 사자패의 중견 무희 노엘. 붉은 금발이 인상적인 그녀는 중견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굉장히 어릴때 데뷔를 한 편이라, 불명인 그녀의 나이가 혹 스물도 되지 않느냐는 말이 있을만큼 동안이었다. 햇수로 17년 이상을 활동했으니 농담임이 뻔하지만 어떻게 봐도 20대 초반인 그녀의 앳된 외모는 고혹적인 춤사위와 함께 굉장히 유명한 편이었다.

 로넬은 지체없이 그녀에게 오늘 저녁 무대에서 자신이 만든 옷을 입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굉장히 아름다운 옷이네요. 제안 고마워요. 하지만 난 붉은 빛 의상밖에 걸치지 않아요."

 로넬은 다시한번 권했다. 빙긋 웃고 만 노엘은 그 권유가 세번째가 되었을때 인상을 팍 찡그리며 다그쳤다.

 "아 좀 짜증나게 굴지 말아요. 뺨맞고 싶어요?"

 그녀의 동안인 얼굴, 매혹적인 춤사위와 함께 극소수의 매니아층이 선호하는 막돼먹은 성질머리가 채 세마디를 버티지 못하고 툭 튀어나와버렸다. 극소수의 매니아층에 속하는 로넬은 비록 옷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만족하고 돌아섰다. 물론 뺨을 맞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산너머의 한편에 벌써 푸른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름있는 별들은 벌써 반짝이기 시작한 시간. 무대의 밤이 오기 전에 이 장막과도 같은 의상도 반드시 주인을 찾으리라. 그렇게 결심한 로넬은 지체없이 다음 춤패인 푸른 코끼리패를 찾아갔다. 묘하고 이색적인 작풍으로 가득한 무대가 시야로 쏟아지듯이 나타났다.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이 무용단은 그녀들 끼리 남성역과 여성역을 나눠 맡아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무대의 미술도, 음악도, 음식과 소품설비까지도 모두 그녀들의 손에서 이루어졌다. 그로 말미암아지는 농도짙은 청색은 어떤 남성도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안면이 있는 긴 흑발의 무희 하나가 로넬에게 다가왔다. 항상 한참 내려다 보아야하는 다른 무희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흑발은 굉장한 장신인 로넬의 턱 아래에 거의 닿을듯했다. 다정한 웃음이 그를 반겼다.

 "반가워요 로넬. 직접 들고나올 정도의 의상이라니, 이번에 대단한 작품을 만드셨나봐요?"

 검은 흑발이 살짝 흔들리자 로넬의 심상도 함께 흔들리는 듯 했다. 이년이야! 하고, 로넬은 마음속으로 조금 상스러운 환호를 외쳐버리고 말았다. 고개를 두어번 흔든 로넬은 신중하게 의상을 권해보였다. 흑발의 여인, 미아는 마치 먼저 찾아온 밤이 눈앞에서 흘러내리듯한 아름다운 비단의 빛깔에 감탄을 흘렸다.

 "와 이런 천.. 정말 처음봐요. 게다가 이런 질감인데도 이음매 하나 보이지 않는 재단이라니. 로넬, 이번엔 정말 힘 좀 썼는데요?"

 로넬은 넘쳐 흐르는 자부심을 절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옷을 번갈아보며 눈을 반짝이던 미아는 이내 아쉬워하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데 정말 미안해요 로넬. 오늘은 소중한 사람이 만들어준 옷을 입기로 먼저 약속이 있어서.. 마음같아선 정말 입고싶지만 그녀의 옷 대신 이걸 입었다간 상처받을거에요. 너무 훌륭한 옷이라서 그녀가 자신의 옷과 비교하며 자괴심을 가지지 않을까도 걱정되구요."

 "흐음."

 끄덕. 재단사로써 로넬 스스로도 우려될 정도의 고민이었다. 선약이 있다면, 권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조심해서 의상을 갈무리한 로넬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푸른 코끼리 무용단의 거점을 떠났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선뜻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여자 무용수로 유명한 곳은 단연코 붉은 사자와 푸른 코끼리 두곳이었다. 자신의 인생 최고의 걸작인만큼 되도록이면 가장 주목받는 무대에 세우고싶다. 그것은 타당한 욕심이었다.

 그런 그가 문뜩 바라본 것은 큰 음악소리와 함께 넓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기찬 궤적을 그리는 소녀 무용수의 손끝이었다. 야외무대, 그것도 가끔 코끼리의 묘기도 올라올만큼 커다란 무대를 아무렇지 않게 누비며 커다란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춤사위. 빠르고, 경쾌하고, 활기차다. 잠시간 바라보는 사이 음악이 시끄럽단 사실을 잊었다. 그녀의 색깔도 잊었다. 그 요동치는 동적인 감각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로넬은 이끌리듯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히익!"

 어린 소녀의 거의 두배는 될법한 몸집의 사내가 갑짝스레 다가들어 소녀의 손을 붙잡자 주변의 분위기가 한순간 놀라 일어서며 들썩였다. 하지만 이내 사내가 재단사 로넬이라는 것을 알아본 이들 덕에 웅성거림은 큰 소란없이 수습되기 시작했다. 로넬은 그 틈에 소녀에게 옷을 권했다.

 이 상황을 이해시킬만한 설명은 없었지만, 솜털호랑이 무용패의 어린 소녀는 눈앞에 드리운 의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납득했다. 이 커다란 남자는 누군가에게 이 옷을 입히고 싶어서 내 손을 놓아주지 않는 거구나.

 그 누군가가 자신이라는 사실에 소녀는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하..하지만 토야는.. 입은 옷을 금방 더럽혀 버려요.."

 로넬의 눈길이 소녀의 옷매무새를 훑었다. 상의 쪽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하의쪽은 맨발에서부터 말아올려 무릎쯔음에 동여묶었음에도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풀어헤친 채로 춤을 췄다면 수선이 힘들만큼 너덜너덜해 졌을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로넬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몇 해에 한번도 손에 넣기 힘든 귀한 비단이다. 하지만 옷이 망가질테니 조심하라는 이유로 소녀의 힘찬 몸짓을 억누르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운 일이었다. 무용수의 매력은 곳 의상에 가치에도 직결되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상의 무대 위를 밤하늘처럼 흐르는 비단의 춤사위가 보고 싶다. 그러나 그 광경이 아름다울수록 닳는다는 사실 또한 안타까움을 더할터였다. 문제는 어려운데 고민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가 재개되길 기다리고 소녀 토야의 기대와 걱정이 로넬을 향해 별빛처럼 떨려왔다.

 그날 하루의 햇살이 얼마나 아름다웠더라도 별빛이 뜨면 석양을 거두는 하늘처럼, 로넬도 내일 새벽이면 닳아 사라질 밤하늘을 입히는 것을 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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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별쳐다보기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는데 옛날엔 어떤 이야기를 썼었더라하고 궁금해서 하드를 뒤지다보니 이런 글이 있었어요. 같이 게임하던 친구들 닉네임을 섞어서 쓴 짧은 글인데 겨우 3년 전쯤 글이지만 요즘은 제가 잘 쓰지 않는거같은 문장이 눈에 띄어서 신기한 느낌이 들더라구욤.
제 오따꾸감성이 절호조였던 이때로 돌아가고자하고 마음을 다져보았어요. 근데 옛날 글을 올리려고 하니까 왤케 사족이 길어지고 몬가 부끄러운지 몰르겟네요. 어릴때 쓴 일기장 발표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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