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 기업에 끌려가서 강제 노동을 한 우리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면 나라 망신에 국격 손상이다' 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업무 수첩' 10여 권을 확보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이 됐는데 그 수첩에 들어있는 내용입니다.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재판을 마무리하라는 취지의 노골적인 지시가 담겨 있습니다.
한민용 기자입니다.
[기자]
"망신이고, 국격 손상이다."
지난 2015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규현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말한 지시의 일부입니다.
대법원에서 2년째 시간을 끌던 '강제 징용 재판'을 겨냥한 발언이었습니다.
대법원에 정부 의견을 분명히 보내 일본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재판을 끝내라는 취지입니다.
만약 그렇게 안 되면 '나라 망신'이니 '세계 속의 한국'을 유념해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에는 외교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이같은 정황은 검찰이 확보한 김 전 수석의 10여 권에 달하는 '업무 수첩'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 전 수석 역시 대통령 지시를 받아적은 뒤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첩에 담긴 내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3년부터 징용 재판을 고의로 미루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긴 뒤, 재판을 일본 기업에 유리하게 끝내려는 과정도 그대로 담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