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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wedlock_146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봄봄달★
추천 : 11
조회수 : 1503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3/12/09 02:24:24
후각이 예민한 건 아닌데 호불호가 좀 강한 편이다.
새벽공기 냄새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시골 집 여물 끓이는 냄새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이른 아침 집 안에 가득한 달걀말이 굽는 냄새는 소풍가는 날처럼 설렌다.
어린 시절 운 좋아야 만날 수 있었던 소독차 냄새와
주유소 휘발유와
절간 향 냄새도 좋아한다.
비에 젖은 풀냄새와 흙냄새도 좋아하고
여름의 더운바람의 냄새와
신문과 새 책으로 가득찬 서점과
도서관 먼지 묵은 책의 냄새도 좋아한다.
볼펜의 잉크냄새와
새 공책에 그 볼펜으로 쓴 글씨에서 나는 냄새도 좋다.
사람에게서 냄새는 불편한 것이 많다.
담배냄새, 입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을 많이 한 후 내 손 끝에 배인 양파와 마늘 냄새가 싫다.
출근 시간 만원 전철에 탔는데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나는
물기 어린 샴푸향과 약간의 땀내가 섞인 냄새는 참을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내 냄새도 많이 차단하는 편이다.
세탁과 환기를 자주 하고
음식을 할 때는 후드 잠바를 뒤집어 쓰고 하는데
음식에 머리카락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몸에서 음식 냄새 풍기는 게 싪어서다.
그런데 사람의 냄새가 좋은 게 있다.
가장 처음 느낀 건 엄마 옷이다.
텅 빈 집에 혼자 들어가 있을 때면 안방에 벗어 둔 엄마 파자마
냄새를 맡곤 했다.
야근하고 들어온 아빠의 옷에 배인 겨울 밤바람 냄새도 좋았다.
그런데 요즘 좋은 냄새가 추가된다.
남편이 자꾸 입에서 단내가 난다며 맡아보라고 내 코에다 하~하고 숨을 몰아쉬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고 좋은 냄새가 난다.
담배연기와 담배 냄새를 절대 못 참아해서 담배피는 사람을 사귄 적이 없는데 처음 만났을 때 우리 남편은 흡연자였다.
남편이 피는 담배 냄새가 좋아서 남편이 담배피러 나갈 때면 같이 나가서 담배연기 냄새를 맡곤 했다.
담배 핀 후 나는 입냄새도 군고구마 냄새처럼 좋아서 연애하는 동안 담배 끊으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남편 구렛나루에서 나는 냄새도 좋다.
막 머리 감은 후에는 샴푸향이 강해서 그저 그렇다.
아침에 감고 나가서 하루종일 일하느라 고생하고 난 후
저녁에 퇴근해서 뒤통수와 구렛나루와 정수리에서 나는 체취를 맡으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한 이틀까지는 안 감아도 좋고
사흘째까지도 괜찮다. 나흘은 힘들지만. ㅎ
요즘 또 좋아진 건 우리 아들들 냄새다.
18개월, 37개월 아들들의 샤워 후 하루 이틀 사흘 지난 머리카락 냄새와 고 작은 입에서 숨결을 내뱉을 때 나는 냄새는 나의 새로운 신경 안정제다.
하루종일 뛰논 작은 발에서 나는 연한 발냄새도 꼬숩다.
좋은 냄새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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