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랑 저랑 둘다 취준생 신분이고요,
사실 저는 지금 좀 황당합니다.
저는 이때까지 연상이든 연하든 만나오면서 여자들이 저한테 순간이동하지마라, 연락 더 자주해달라 소리를 들어왔는데요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는 저보다 한살 연하인데도 제가 오히려 이 친구의 사랑을 갈구하게 되어서요.
자기 주관 뚜렷하고, 성숙한 모습에 반해 사귀자고 했는데 한달정도 사귀면서 제가 느끼기로는 이친구한테 남자친구는 10순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주관 뚜렷하고, 성숙한 모습의 이면에는 엄청난 개인주의?가 있어요.
만나자고 하면 곧 잘 만나고 데이트도 하고 얘기도 하지만, 속 깊은 얘기는 서로 피하면서 얘기합니다. 관계가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자꾸 받게 됩니다.
그래서 대화가 잘 안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귄지 얼마 안됐을때 여자친구는 전남친이 연락을 5분에 한번씩 해줬음 좋겠다 라는식으로 집착을 해서 싫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살아있는것만 알면 되지 왜 연락을 자주 해야하냐면서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자기는 길게 연애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구요. 한달 두달 정도 기간으로 많이 만나봤다고요. 많이가 어느정도를 말하는 줄은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제 전여자친구가 정말 저한테 연락문제로 극성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했고, 오히려 연락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근데 이제 보니 그냥 남자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별 신경을 안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전 날에 저한테 다음날 뭐 할 예정이라고 말은 하는데요, 다음날 그냥 뜬금없이 그 장소 사진이 보내져 옵니다. 일명 순간이동이죠. 한두시간 전부터 여기 와있었다. 이런식의 통보?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섭섭했습니다. 사실 제가 왜 섭섭해 하는지 기분이 이상해요. 서운해 하는게 맞는거죠?
얼마 전에는 여자친구가 가족여행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되어서 저는 가족끼리 즐거운시간 만들고 오라고 했죠. 그리고 저는 저 할일 하면서 있었는데, 그냥 일어났어? 밥먹어~ 등의 형식적인 인사만 오고가길래 답답해서, 오늘은 어디에서 노는데? 뭐하고 놀건데? 하고 제가 물으면 그제서야 오늘 뭐했고 뭐했는데 하면서 사진이 보내져 오더라구요. 제 생각에는 와~ 여기 좋다 하면서 먼저 사진도 보내져 오고 할 줄 알았거든요. 본인 사진도 안보내주고 다음날 눈떠보면 그냥 프로필 사진이랑 배경이 해외여행지 사진으로 싹 다 바껴있어요. 저는 본 적도 없는 사진이..
엄청 서운하더라구요.
그냥 모든 생활 전반에 걸쳐서 저를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느껴져요. 서로 졸업을 하게 되면서 2시간 거리 지역의 본가로 돌아가게 된 여친한테, 제가 "너 본가로 돌아가서 자주 못보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가끔씩 돼" 하면, "남들이 보면 우리가 무슨 3년 사귀고 그런줄 알겠다" 라고 하더라구요. 물론.... 맞는말이죠. 왜 걱정을 사서하는지,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면 되는 문제고, 그만큼의 걱정을 할 만큼 오랜기간 사귀지 않은건 맞죠. 저도 압니다.
근데 이런 말들이 저를 좀 초라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요.. 만나면 뭐 데이트비용도 거의 반반으로 부담하는 편이고 나름 개념도 있고 합리적이게 잘 대해 줍니다. 근데 사람관계라는게 나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면 단칼에 정리할 수 도 없을 뿐더러 한마디로 정의하기 복잡미묘한 것이 인간관계잖아요. 근데 이런 인간관계를 너무 단 칼에 정의하고 정리하는 모습이 보여요. 이런게 저하고 안맞는건가? 지금 그냥 헤어지는게 맞나? 싶습니다.
엊그제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는 했는데요. 그냥 제가 느끼기엔 대화 자체가 피상적이에요. 딱 서로 감정상할 일 없는 대화주제, 딱 서로 약점보일 일 없는 대화주제. 굳이 애인에게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내 일상에서 많은걸 공유하고 나눌 순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초저녁에 여덟시 밖에 안되었는데 얼른 일어나서 각자 집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얼른 집에가서 깨끗하게 씻고 드라마 보고싶다고... ㅠㅠ 솔직히 저는 같이 시간 더 보내고 싶었어요.
근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이게 이 친구의 연애 스타일이고, 자기 일, 휴식이 중요한 스타일인데, 왜 나를 더 좋아해주지 않느냐고 강요할 순 없다. 오히려 내가 이 친구의 스타일을 존중해줘야 연애를 길게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래. 집에가서 쉬자 하고 각자 집에 왔습니다. 씻고 휴대폰을 보는데
"아 씻고 누웠는데 갑자기 너무 피곤하다. 드라마는 내일보고 그냥 바로 자야지 오빠도 할일 하다가 자~" 하고 잠들었더라구요.
좀 어이가 없었어요. 이게 과연 연인관계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서 오늘 잠 한숨 안자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이 친구의 스타일을 존중해줘야 하는건 맞지만, 같이 좋다고 하는 연애에서 한쪽이 참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고요. 그래서 잠깐 쪽잠을 자고, 서운했던 점을 대충 얘기했어요. 내가 너한테 한참 뒷전인것 처럼 계속 느껴진다..
어떻게 생각하냐, 너무 내 감정만 앞세워서 얘기하는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대화해보고싶다. 이런 식으로요.
근데 첫마디가 오빠 무슨말하는줄 알겠어, 근데 뭐 카페에서 나와서 하고싶은거라든지 가고싶은데가 있었냐, 그냥 별 말없길래 난 당연히 집에 가는줄 알았다. 잠와서 일찍 자버렸다. 미안하다 하더라구요.
사실 무슨말하는줄 알겠다는 저를 이해한다는 뉘앙스가 아닌것 같았어요. 저 마음속 깊은 기저엔 아 귀찮아 서운햇어? 별다른 뜻없었는데 그게 왜문제지? 하는 뉘앙스였어요. 저를 이해한다면 오빤 그렇게 생각했구나, 근데 난 오빠를 좋아한다는 식으로 저를 안심시키는 말이 나왔어야 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솔직히 대화해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질 않았어요. 그래서 전화가 한통 왔는데 받지 않았거든요 감정상하는 말이 나갈 것 같아서요
그랬더니 여친이 "내가 미안하다고 했고 전화도 했는데 전화도 안받으면 내보고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각자 시간을 가지자, 나중에 연락줄께" 하더군요. 일전에 자기는 다툴 일이 생기면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몇번 얘기했는데, 이건 그냥 한두번 자기만의 마지노선 기회 줘보고 혼자 마음정리 하는것 같아보이거든요. 비율 해보자면 마치 화나있는 사람한테 "화내지마, 화내지말라고 한번 얘기했는데 화내네? 말을말자" 하고 가버리는 것 같아요.
원래 실증도 빨리 내고 성격도 급한건 알고 잇었지만 솔직히 이런 일방적인 통보도 맘에 안듭니다.
남자인 제가 여자친구한테 뒷전인 느낌받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지금 다투고 난 직후라 너무 서운한것만 생각이 나네요. 만나면 또 여느 연인 못지않게 잘 지내는데, 만나자고 하는 것도 제가 거의 만나자고 해야하니.. 제가 좋으니까 사귀고 좋으니까 만나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이렇게 이 친구한텐 자기 생활, 일, 휴식이 그렇게까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좀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보통은 남자문제, 데이트 비용문제, 연락문제로 골머리 앓는게 대부분인데, 특이하게 그런건 없는데 남자인 제가 사랑받는 느낌을 못받아서 고민이니..
이쯤 되니 사랑해 하면 돌아오는 사랑해가 진심이 아닌걸로 보여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남녀사이 결혼식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모르는거 알거든요. 저도 또래보다 연애경험도 많고요. 근데 왜 제가 별것아닌사람처럼, 인생에 있어 지나가는 사람인 것 처럼 느껴지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혼하고싶다 이런말은 바라지도 않거든요. 똑부러지고 눈치빠른건 알겠는데 본인만 세상 혼자 똑똑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이런식으로 얘기하면 감정만 상할것 같고요.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요? 아님 여자친구가 잘못하고 있는게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