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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싸이코패스인가 고민했던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8270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숙집딸내미
추천 : 3
조회수 : 40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1/11 13: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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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하세요.

저는 엄마 식당일을 도와드립니다.
본업은 아니고 퇴근하고 서빙이나 청소 정도 도와드려요.
엄마도 몸도 안좋아지시고, 좀 더 넓어진 가게로 옮겨지면서 도와드리게됐어요.
넓어졌다해도 작은지라 직원없이 엄마 혼자서 장사하시거든요.
도와드리면서 알게 되었는데 진짜 진상들 많더라구요.
구구절절 쓰면 끝도 없는데 그중 한명 이야기예요.

그 사람 직업은 선생이라고 합니다.
같이 오는 손님중 한분은 제 중학때인가 고등학교때인가 교감이었던 분이었어요.
일반화시키고 싶지 않은데 아 선생님들은 보통 대접받는 데 익숙합니다.
분명히 안주를 시켜야 되는 가게인데도 기본 안주에 술을 마시며 반찬 더 내오라는 격이죠.

근데 그 사람은 평소에 아주 양반입니다.
꼭 안주도 시키고 먹는내내 짜다 비싸다 그런말도 없고 잘 먹어요.
그러다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죠.
뭐라고 딱 단어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어떤.. 그냥 귀신 씌인사람같이 굴어요.
같이 먹던 일행들은 놓고 도망가기가 일쑤구요.
그럼 그 사람은 테이블에 혼자 남아 건너편에 아무도 없어도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빈병을 본인 잔에 따르는 시늉하며 마시기도 하고
허공을 보면서 깜짝 놀래며 반가운 사람 만난 것처럼굴기도하고.. 혼자서 그러고 말면 그나마 다행인데
다른 테이블에 가서 친한척 하면서 같이 마시려다가 던져지기도 하고.. (체구가 작아요)
손님이 데려온 5살 손녀에게 성적인 단어로 (ex.창x) 얘기한다던가
남녀 불문하고를 불문하고 생식기의 각종 명칭들을 큰소리로 외친다던가
엄마한테도 이년저년하기도하고 참 여러가지합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평소엔 양반이신 분이시라며 쫓아내는 법이 없어요.
그러다가 술이 조금 깨면 집으로 가더라구요.
그러고 다음날 얼마 나왔는가 계산하러 오구요. 네 양반이예요. 잘먹었다고 하고 어제 미안했다고 하고 그렇게 가요.

그러다가 어느날 그 사람이 또 술이 취했고 또 일행들은 다 도망갔습니다.
엄마가 가끔 일행들한테 좀 데리고 가달라고 사정해도 그사람들은 술값낼 사람 취하면 그냥 갑니다.
여튼 그렇게 그 사람은 혼자 남고 여느때처럼 진상을 부렸습니다. 다른 손님들은 다행히 그냥 진상인가보다 하고말았어요.
가게 화장실이 밖에 있는데 화장실 간사이에 제가 문을 잠궈버렸더니
발로 쾅쾅쾅쾅 차고 난리여서 문을 열었습니다.
제가 못들어오게 막았더니 저를 연신 발로 차더라구요.
제가 키가 큰편이고 상대가 체구가 작다고 해도 남자는 남자더라구요. 어떻게 이길 수가 없더라구요.
저랑 잠깐 몸으로 실랑이 벌이고 나서 가게로 들어와 한참 진상짓을 하고 가더라구요.
저는 뿔이 날대로 났고 이렇게 장사해야겠냐고 엄마한테 잔뜩 성질대로 부렸었습니다.
엄마가 무슨 죄가 있겠나요. 다 우리 키우려고 하는 장사인데 말이죠..
가게에 남자가 없어서 우리를 우습게 보는거라고 밖에 생각이 안들더라구요.
이렇게 돈 벌면서 사는 삶이 삶인가 우울하더라구요.

그런데 다음날 그 인간이 또 와있는거예요.
그날은 선생들이 다 같이 뭐 모이는 자리인지 두테이블 합쳐서 10명 넘게 모였더라구요.
제가 서빙보면서 열이 받아서 그 진상한테 나즈막히 선생님 술드시지마세요 어제 저 때리셨잖아요. 그랬더니
딸 조용히해 그러더라구요. 다른 선생님들한테 창피한거였겠죠. 제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자리였구요.
그런데 한번 더 얘기했습니다. 선생님 술드시지 마세요. 어제 저 때리셨다니까요. 그러니까 딸 조용히 하라니까 하고 화내더라구요.

저는 서빙보고 제 자리에 잠깐 앉아있는데 그 진상이 엄마에게 와서
내가 이제 이 가게를 못오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잘 다녔는데 고마웠다고 인사하면서
그러면서 저보면서 내가 딸뻘한테 그런취급 받아야겠냐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런말해서 기분나쁘다는 투였어요.
그러고 제가 앉아서 핸드폰 하는데 제 앞에 서서 내가 어린애한테 그런 취급받아야겠냐고 또 그러고 뭐라 하고 그냥 가더라구요.
저는 올려다보지도 않았어요. 체구가 작다고해도 남자라 무섭기도 했구 무시가 답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고 나서 신기하게 안오더라구요.
술취해서도 찾아와서 진상부리는 일이 허다했는데, 집에 갈준비하고 출발하려는 찰나에 진상돼서 와서
우리를 몇시간이고 기다리게 하기도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안오니까 더 꼴배기 싫더라구요.
취하긴했어도 안올 수 있었는데 결국은 우리를 괴롭혔다고밖에 생각이 안들구요.

단골은 하나 떠났지만 저는 괜찮았어요. 엄마도 다행히 괜찮아하셨어요.
그동안 제가 없는 동안은 엄마 혼자서 그걸 다 감당했을거라 생각하니 마음도 너무 아팠고,
이제 제가 없더라도 일단 진상중에 제일 진상은 치워버렸으니까요.
진상손님은 단골일때보다 끊기고 나니 편하다는 걸 깨달은 이후로
주구장창 진상들과의 싸움을 벌여서 ㅋㅋ 못오게 했었어요.
장사하기가 훨씬 수월하더군요!ㅋㅋ 다른 손님들한테도 안미안하구요.

여튼 그렇게 몇년 지나서 야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다니던 회사가 가게와 가까워서 끝나고 걸어가려고 횡단 보도에 서있었어요.
회사가 외곽에 있어서 다른 회사도 없었고 큰대로르 건너야 아파트와 상가가 있었어요.
혼자 서있기 무섭다 그러고 횡단보도에 덩그러니 서있는데, 택시 하나가 저를 지나서 멈추더라구요.
여기서 택시가 멈출리가 없는데 생각하면서 좀 무섭기도 했는데 내리는 손님이 몇년전 쫓아냈던 그 진상손님이더라구요.
저는 파란불이길래 후다닥 뛰었고 행여 저를 봤거나 쫓아올꺼나 무서워서 빠른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넜어요. 
그렇게 걸으며 돌아보니 차가 오든가 말든가 그 큰 대로를 건너고 있더라구요.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가게로 갔어요. 엄마한테 안좋은 기억이라 얘기 꺼내기도 싫고 행여 가게로 오는 길은 아닌지 걱정도 됐어요.
그날 오지 않았더라구요. 다행히 가게를 온건 아니었는데

다음날 엄마한테 교육청 직원분(손님)이 얘기해주시더라구요.
그분이 그날 그렇게 건너다가 돌아가셨다고 부고가 올라왔대요.
제가 본 그게 마지막 날이었었나봐요. 
돌아보면서 생각은 했죠. 저러다가 차에 치이면 어떡하지.
구해줄 생각은 없었어요. 제가 구해준다고 구해질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기도하구요.

그런데 돌아가셨다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1도 없어요.
그냥 그렇게 피해주고 살다가 갈때까지 무고한 운전자한테 피해주고 간건 아닌지 그런 걱정정도?
처음이었어요. 누군가의 부고를 이렇게 무심히 넘겨본 일이
사실 어쩔때는 편해요. 그분이 안오는 몇년간 올까봐도 걱정됐었고, 잊혀질쯤 생각나면 화가났었고, 
행여 제가 없던 어느날 가게에 와서 엄마를 힘들게 했던건 아닌지 그것도 걱정이었고
그러면서 제가 이렇게 부도덕하고 인간미없는 사람인가 생각이 들다가도
그 사람의 업보라고 생각이 들고 그렇네요.


마무리를 어떡하지!!!!!!!!!!

사실 그냥 아무리 생각해도 안타까운 생각이 안들어본 게 처음이라
좀 고민돼서 써봤어요. 내가 이런 사람인가싶어서

저도 정말 술 좋아해요. 술드시는 분들 술취하는 느낌도 좋고 술도 맛있고
이해합니다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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