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의 소환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소회가 듭니다. 그는 사법연수원 2기, 1970년에 임용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주도한 재판들을 보면 그가 누구인지 그림들이 나옵니다. 양승태는 김기춘이 공안 사건을 만들어내면 그걸 유죄판결 해 줌으로서 독재정권의 고문 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사법살인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를 대법원장으로 만들어 준 건 이명박이었습니다. 사실 임기까지 다 채운 대법원장을 소환하는 것도 역사에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우리는 원초적인 조건을 잊고 있습니다. 그는 대법원장이 되면 안 되는 인물이었던 겁니다.
사법 농단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그가 이미 박정희 정권 시대부터 이런 사법 농단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는 유죄가 나오면 안 되는 재판, 그리고 공안검찰에 협력함으로서 자기의 사적 이익에 복무하고 양심적으로 일해야 할 판사의 직무를 유기한 역사는 이미 그의 판사 시절 전체에 점철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내려진 판결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가 사법부를 자기의 입맛대로 운영한 것을 목도하면서, 그에게 사법권 독립이란 것이 과연 머리에 들어 있었을까 의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민족 정기를 훼손하고, 친일파의 입장을 공유하던 박근혜와 함께 짜고 일본 기업,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하려고 한 죄에 대해 조사받고 있습니다.
저는 그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는 그 자체가 그의 의식 수준을 그냥 드러내는 것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가 되어 그들이 하라는 판결만 하던 시절에 그는 가장 앞장서서 독재권력의 시녀가 되길 자처한 사람이었고, 그때의 그 버릇이 그대로 들어 있기에 저렇게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거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는 이런 대법원장을 지명하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겠지만, 법원이라는 조직 자체가 이미 일본식 조직에 가깝고, 합리적인 보수적 사고를 가진 인물들보다는 양승태처럼 오래전 사고에 젖어 있는 인물들이 법원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임명했지만 그가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것같은 개혁을 이루기는커녕 조직 보호에만 전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도, 결국은 대한민국 법원이 갖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바라건대, 다음에 개헌이 될 때는 법원의 중요 보직만큼은 선거로 임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난 선거에서 이곳 카운티 법원, 지방 법원의 판사를 뽑기 위해 투표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워싱턴주의 시애틀을 포함하고 있는 '킹 카운티'라는, 우리 식으로 굳이 말하면 지방의 군 같은 행정단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도 해당 지역의 판사,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판사 정도는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됩니다. 그리고 직접 선거를 통해 보직을 받는 판사들은 아무래도 시민들의 여론을 더 존중할 수 밖에 없겠지요.
아무튼 양승태가 무슨 쇼를 하는지 지켜보긴 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그 선을 넘지 못하겠지요. 판사는 양심에 충실해야 하는 거지, 정권에 충실해야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판사로서의 금과옥조를 지키지 못한 자가 대법원장에 앉아 있었다는 그 자체가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겠지요.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