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성 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6일 “압박을 받고 강요당해 사퇴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 전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2017년 국정감사가 끝나고 교체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공교롭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먼저 찾아왔길래 ‘사퇴할 테니 후임자를 물색하는 게 좋겠다’고 먼저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6일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라며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이란 제목의 문건에서 ‘사표제출 예정’으로 분류됐던 인사다.
그는 ‘기조실장이 사퇴 의향을 먼저 물어봤느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나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기조실장에게 먼저 말했다”고 답했다.
또 “어차피 공공기관장이라는 게 정부가 바뀌면 교체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오지 않았나”라며 “공교롭게 (기조실장을) 만나는 기회가 있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 전 이사장은 지난 4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에서는 ‘기조실장이 온 이유가 그런 걸 물어보러 온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의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조실장 말을 듣고 내가 ‘예, 아니오’ 그런 말을 하겠나. 검찰이 그렇게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말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침소봉대되는 것 아닌가 싶다. (블랙리스트) 문건이 있었는지 나는 몰랐다”며 “기조실장이 한참 후배인데 그런 관계가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공공기관장이 바뀌는 것은 관례다.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 무슨 압박을 받고 그런 게 아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 "바이백 유무는 국가부채 비율과 무관" "바이백은 국고채 조기상환 아니라 조기 차환하는 것" "당시 시장 충격 미미..발행자의 변심 정도로 여겨"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최근 유튜브와 기자회견을 통해 '적자부채' 관련 폭로를 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2017년 5월부터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려고 하고 2017년 11월 15일 시행 예정인 국고채 1조원 조기 매입'(바이백)을 하루 전에 전격 취소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정작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신 사무관의 폭로가 촉발한 사회적 공방이 과장된 측면이 있고 바이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 비율 높이기 위해 바이백 취소 압박했다?
신 사무관은 청와대가 바이백 취소를 압박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임기 연도인 2017년 국가 부채 비율을 높이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랏빚 비율인데 문 정부 첫해에 비율을 높여놓아야 정책 여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백은 국가부채와 상관이 없다.
1999년 바이백 제도를 도입하는 데 참여했던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은 "바이백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남는 돈으로 국채를 만기 전에 되사는 조치인데 보통은 바이백한 만큼 다시 국채를 발행한다"며 "따라서 바이백을 취소하건 취소하지 않건 국가부채 비율은 전혀 달라지지 않으며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바이백이라고 하지 않고 조기 상환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의 A연구원은 "바이백은 국고채를 조기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 차환하는 것"이라며 "바이백은 어차피 단기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간 국가부채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바이백은 매입 재원을 국고채 신규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국고채 잔액에 변동이 없다"라고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바이백 하루 만의 전격 취소로 시장 참가자들 신뢰 잃었다?
바이백이 하루 만에 전격 취소된 과정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G 연구원은 "당시 갑작스레 바이백 취소해 짜증이야 났지만 이전에 바이백을 많이해서 그랬나보다라고 채권시장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라며 "이런 일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논쟁이 될 사안인지 의아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기재부에서 당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발행자의 변심 정도라고 여기지 이런 일에 대해 일일이 해명을 기대하지 않는 관례가 있다"라고 G 연구원은 지적했다.
한은 차현진 본부장도 "정부가 바이백을 하는 이유는 채권쟁이들이 오래된 국채보다 새 국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바이백을 많이 해야 하면 무계획하게 장기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왔다는 의미가 된다"라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바이백 제도는 1999년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져 채권업계 종사자들은 이 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높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백 제도는 헌 국채를 죽이고 새 국채를 유통해 국내 채권시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라고 설명했다. 차 본부장도 "바이백은 채권시장 관계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실무적 차원의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조망하기도 했다.
◇오락가락 바이백으로 시장이 요동쳤다?
기재부는 2017년 11월 15일 시행 예정이던 제 12차 바이백이 취소됐다고 시행 하루 전날 발표했다. 하지만 사흘 뒤인 11월 17일에 기재부는 오는 22일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을 시행한다고 번복했다.
기재부가 오락가락해 시장 참가들이 혼란을 겪었지만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전언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11월 둘째주(13~17일) 외국인은 국고채를 1307억원 순매도했다. 이는 그 전 주(6~10일)의 2237억원 순매도, 그 다음 주(20~24일) 2764억원 순매도보다 팔자세가 더 약한 수준이다.
국내 채권 시장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바이백을 취소한 날 일부 증권사 중개팀이 손절매해 금리가 0.031%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며 연 2.1%대에서 2.2%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15일 다시 2.1%대로 복귀했다.
익명을 요구한 P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기였고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미리부터 인상 신호를 보내왔고 실제 11월 30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6년 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됐다"며 "당시 채권 금리가 인상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라고 떠올렸다.
또 "바이백을 취소한 후 다시 하루 만에 바이백은 이뤄졌다"며 "바이백 취소로 외국인 자금에 하루 정도 영향을 줬지만 추세를 바꿀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으며 저희 업계 업무가 꼬일 정도의 타격을 준 것도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