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50화를 끝으로 생각했는데... 50화를 넘어갈 것 같기도 해서 좀 무섭네요.
44.
“사건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어서요.”
“뭔데?”
“신고자가 목격자 진술도 했나요?”
“어제처럼 신고자가 누군지 물어보기라도 하려고? 안 된다니까.”
경찰은 내 대답을 능숙하게 회피했다. 그러면서 신고자에 대해 알려줄 수 없음을 말했다. 물론 그것도 알고 싶은 부분이긴 하지만 알려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목격자 진술을 했는지도 확실치 않아도 괜찮다.
“아뇨. 괜찮아요. 그걸 물어보려는 게 아니에요.”
“그럼?”
경찰의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깃들었다. 살짝 호기심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중요했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것만 알아둬. 넌 용의자니까.”
“신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죠?”
“그것도 못 알려줘.”
정말 일일이 안 된다 그러네. 그렇게 말 안 해도 알겠다고.
“알려줄 필요 없어요. 아저씨가 확인은 가능하죠?”
“... 신고 내용은 녹음되니 확인하려면 못할 건 없지.”
“제가 대충 알기로는 그 신고 내용에 제가 하연이를 납치해서 지하실로 끌고 갔다고 하던데.”
“... 말 못 해준다니까.”
“하연이에게 물어보세요. 하연이가 제가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 거 말고.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구출되기 전에 신고받고 경찰이 출동해서 구출되기까지 시간에 하연이가 밖으로 나와 이동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 신고 내용은 어디서 들었냐.”
경찰은 잠깐의 침묵을 가진 뒤 나에게 물어보았다. 경찰도 조금 의구심이 들은 거겠지.
“아까 처음에 취조하던 경찰이 떠들던데요.”
“어휴... 그 새끼 그거 입 좀 조심하라니까.”
“그리고 그 신고 내용도 이상하잖아요. 그 대낮에 여자를 들고 밖에서 옮긴다고요? 그것도 지하실로? 문을 망치로 부숴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
통화 너머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사건에 관한 서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제가 범인이 아니라고만 주장하려는 게 아니에요. 잘 생각해봐요. 내가 범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왜 그 신고자가 거짓말을 했는지. 이상하잖아요. 함정이라니까요. 이유 없이 거짓말하면서까지 절 신고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어떤 놈이 망치로 지하실 문을 때려 부수고 있다. 이렇게만 신고했어도 됐겠죠.”
“그냥 과장해서 신고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니가 용의자인 건 변하지 않아..”
“제가 용의자인 걸 부인하려는 게 아니에요. 과장해서 신고했다고요? 그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어떻게 신고자는 여자인 피해자가 있는 걸 아는 거죠?”
“......”
경찰은 대답하지 못했다. 설령 경찰 말대로 내가 범인이고 신고자가 과장 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의문에 대해 경찰이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당사자인 나와 하연이 신고자 그 셋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였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에요. 신고자가 이상하다는 거. 신고자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어떻게 여자가 있는지 알았는지 그게 의심스러워요.”
나는 신고자를 찾으라는 말까지는 직접 하지 않았다.
그 셋 중에 하나인 내가 신고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경찰도 그것에 의구심이 생겼다. 그가 그 의구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하연이와 신고자에게도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신고자를 경찰서로 불러들여 취조를 해야겠지. 경찰이 스스로 찾아서 불러들일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경찰이 불러들일 때 신고자가 누군지 확인하는 것.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도 이미 생각해두었다. 내가 직접 경찰서 근처에 가는 것은 별로 좋지 못했다. 경찰에 걸릴 가능성도 있었고, 목격자에게 걸릴 가능성도 있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디지털카메라를 통한 촬영이었다. 카메라로 오늘 하루 종일을 경찰서 앞을 촬영하며, 그 앞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배터리 용량이 부족한 것은 보조배터리에 연결해두면 문제없었다. 오늘은 토요일. 내일은 일요일이니, 경찰은 의심이 간다면 최대한 빨리 용의자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최대한 밤이 되기 전에 하려고 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8시에는 카메라를 회수해서 10시까지 출입 인원들을 확인하고 그 신고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엔 계획대로 리와인더를 사용하면 된다.
만약 신고자가 오늘 경찰서에 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게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럴 경우엔 리와인더를 통해 사건이 벌어졌음을 알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다음을 노려야겠지. 그건 그때의 일이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 했다.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 생각대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카메라를 챙기고 보조배터리를 챙겼다. 1만짜리면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은 버티겠지. 거기에 카메라에 렌즈를 끼운 채 가방에 넣고 렌즈만 나오게 꺼냈다. 간신히 가방에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지퍼를 열면 바로 렌즈가 빼꼼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실험 삼아 카메라로 영상을 찍어보니 몇십 미터는 끄떡없이 찍혔다. 얼굴이 충분히 구분 갈 정도로. 휴대폰 카메라가 아닌 카메라를 따로 준비한 이유가 이거였다. 휴대폰 카메라는 확대하면 화질이 너무 떨어지니까. 렌즈는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으니까. 휴대폰용 줌렌즈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캡모자를 눌러쓴 채 바로 발을 옮겨 경찰서 근처로 향했다. 건너편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카메라의 각도를 맞추고 잘 고정했다. 화면을 보자 경찰서의 문이 훤히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보조배터리에 연결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좀 모자를 눌러쓰거나 마스크를 끼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면 계획을 좀 돌아가겠지만... 아는 사람이라면 리와인더의 계획에 반드시 걸릴 것이다. 저녁에 잡아 둔 만큼 그만큼 더 많이 치밀하게 짜두었으니까.
“하아...”
그래. 아는 사람이면 이번 리와인드로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의 정체를 확실하게. 하지만 아는 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충격적이겠지. 조금은 짐작가는 부분이 있어도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누가 그런 걸까. 왜... 왜 그런걸까? 하연이는 괜찮을까? 스마트폰을 켜봐도 아직 전혀 연락이 없었다. 혹시 몰라 전화를 해보지만 전화가 꺼져있다는 말이 들릴 뿐이었다. 어쩌면 좋을까. 집으로 찾아가도 안 되고 다른 방면으로 연락할 방도도 딱히 없었다. SNS는 내가 딱히 하고 있지 않으니까. 아니 친구로는 추가되어있나.
스마트폰으로 SNS 어플을 업데이트시켰다. 데이터가 느린지 서버가 느린지 속도가 꽤나 느리다.
기다리는 김에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제 50프로인가...
“아.”
잠깐 졸아버렸다. 시간은.... 아.
“후...”
아직 시간은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은 충분했다. 그래도 꽤나 많이 자버리긴 했다. 심적으로 피곤했나. 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그래도 계획에는 차질이 없었다. 좀 있으면 카메라를 찾으러 갈 시간이었다. 까먹을 일은 없겠지만, 조심해야지. 그리고 SNS였나.
당연히 업데이트는 끝나있었다. 배터리는 충전시켜야겠네. 충전기를 꽂은 뒤 SNS에 로그인을 시도한다. 비밀번호를 한두 번 틀리고는 접속할 수 있었다. SNS에 접속하자 쌓여있는 알람이 눈에 띄었다.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 때 아이디를 만들어 애들이랑 친구 추가를 해놓고는 알람이 쌓이기 시작하자, 더이상 로그인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툭하면 업데이트를 해서 켜려면 업데이트를 해야 하기도 하고 귀찮았으니까.
어쨌건 SNS를 킨 것을 이것으로 하연이에게 연락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연이가 컴퓨터가 있었나? 있다면 SNS는 그걸로도 접속이 가능했으니까. 아니 그러면 피시 톡으로 이미 말을 걸었으려나. 젠장. 생각이 짧았다. 그래도 SNS로 개인메세지를 보내볼까 싶어 하연이에게로 개인 메세지 창을 띄웠다. 그리고 그제서야 SNS를 통해 하연이로부터 메세지가 와있는 것이 보였다.
멍청이... 하연이는 진작부터 메세지를 보냈는데 이걸 떠올리지도 못하다니. 평소에 앱 업데이트 좀 제때제때 해놓을 걸 그랬다. SNS도 하고 말이다. 자책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메세지를 확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