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된 딸을 데리고 미국 시댁에 놀러와 있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남편과 저랑 단 둘이 보러 가라고 하키게임 티켓을 사 주셨어요.
경기장은 집에서 왕복 4시간 거리.
기왕 간 김에 큰 서점에도 들르려고 하니 오후 2시에 출발해서 밤 12시 넘어야 돌아올 것 같아요.
아기가 태어난 이후 이렇게 오래 아기와 떨어져 있어보는 건 처음입니다.
주로 모유 먹는 아기라서 더 그렇죠.
알바를 다녀서 평소에도 주 2~3번 정도는 4시간씩 떨어져 있기도 하고,
간혹 친구들이랑 저녁먹으러 갈 때 남편이 봐주면 6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본 적도 있지만
반나절을 아기와 따로 있는 건 처음입니다.
설레는 기분보다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커요. 티켓을 주셨을 때도 왜 굳이??? 란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그런데, 남편이 너무너무 좋아해서 안간다고 하기가 그렇네요.
데이트다!!! 데이트다!!! 이러면서 완전 신났습니다.
시부모님과 시누는 아기를 너무너무너무너무 예뻐하십니다.
아기도 시댁식구들과 놀 때 엄청 잘 놀지만 배고프거나 피곤하면 아무래도 엄마를 찾구요.
엄마 찾으며 울다가 지쳐 잠드는 거 아닌가 걱정스럽네요.
근데 남편은, 제가 너무 아기에게 시댁식구들 공간을 안내어주면 식구들이 서운해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자주 볼 수도 없는데, 아기와 시댁식구들만이 보내는 시간이 없으면 겉도는 느낌이 들 것 같나봐요.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서 잠이 들기도 하고, 젖병으로 주는 분유를 먹어보기도 하고 그래야 진짜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반나절 쯤 떼어놓고 있는 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죠.
기왕 이렇게 된거 출발하기 직전에 그렇게 먹고 싶던 와인 원샷 때리고 갈까봐요.
뭐... 이걸 계기로 아기랑 조금씩 거리를 둘 수 있게 되면 서운하긴 해도 편해지는 부분도 있는거고,
반작용으로 아기가 엄마 품에서 안떨어지려고 하면... 그걸 핑계로 계속 아기랑 붙어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