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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화이트 토크
게시물ID : readers_328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콜이
추천 : 3
조회수 : 46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8/12/25 06:32:39

크리스마스 기분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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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토크. 매년 한살씩 늙어가고 있던 우리는 무언의 합의를 했다. 연말 행사에 모여 현실의 일을 떠들어봐야 마음만 아파올 뿐이니까, 그러니 되는대로 즐거운 농담만 따먹기로 하자.

 그런 취지로 시작해 이름붙였던 '화이트 토크'라는 것은 어느새 허언의 장으로 변질되어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진행한 크리스마스 선물 행사에, 내 썸남이 1등 당첨됐다구! 나는 이거 싼타 코스프레 복 당첨 됐었는데~ 4등 상쯤 됐었어~"

 주섬주섬 인터넷에서 절찬 판매 중인 크리스마스 코스튬을 꺼낸다. 4등 상쯤. 처음엔 꽤 디테일에도 신경을 썼었던 이 거짓부렁 행사는 어느새부턴가 설정마저 대충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당연히 뻥일 것이다.

 어쩌면 싼타 코스프레 복을 선물로 나눠주는 굉장한 교회는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썸남이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허위진술이었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내 친구, 28세 윤모양은 솔로다. 그 옆에 앉은 긴 검은 머리의 민모양은 솔로다. 그 옆에 앉은 귀 피어싱이 인상적인 단발 머리의 진모양은 솔로다. 그리고 나도 솔로인 것이다.

 썸남이란 우리가 항상 모이면 화이트 토크의 주제로 떠드는, 상상의 동물 같은 것이었다.

 교회다니는 윤씨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내 썸남이 1등에 당첨됐는데, 무려 크리스마스 기념 천국 여행권인거야. 그래서 싼타 할아버지가 와서 직접 천국으로 데려갔어~ 인스타에 셀카도 올린다고 했는데, 여튼 아쉽다. 파티에 데려오고 싶었는데 말야~"

 아쉬울 것이다. 썸남이 산타와 함께 천국여행을 다녀오게 되는 바람에 데려오지 못하다니. 그래서 크리스마스 당일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본 친구들이랑 솔로파티를 하게 되다니. 그렇게 아쉬울 수가.

 윤씨의 택도없는 거짓부렁이 끝나자 긴 머리에 그대로 목도리를 두르고다닌 탓에 머리가 버섯처럼 되어버린 민씨가 대화를 이었다.

 "윤이 이야기 들으니까 나도 이 얘기를 안할 수가 없겠네. 사실 나도 너희 몰래 썸타는 사람 있었거든. 우리 동네 담당 택배원인데, 내가 인터넷에서 즉석식품만 시키면 꼭 그 사람이 갖다 주는 거야."

 담당 동네 택배를 꼭 그 사람이 갖다 준다라.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소리였다. 굳이 표현하자면 굉장히 당연했다. '그것 참 존?나게 당연한 일이로구나' 하고 지금당장 맞장구를 쳐주고 싶었지만 뒷 이야기가 남은 것 같아 잠자코 계속 들었다.

 "집밖에도 안나가고 모든 생필품을 택배로 시키는 내 생태상, 그렇게 매번 찾아오면 싫어도 서로 얼굴이 익숙해지지 않겠니? 그래서 그게 당연하게도 썸으로 발전했는데.. 글쎄 엊그제 택배를 시켰더니 이거봐봐."

 민씨는 스마트폰의 택배앱의 [주문하신 택배가 12/25일에 배달완료 예정입니다.] 하는 메세지를 모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 택배를 꼭 크리스마스날에 갖다주겠다지 뭐야?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인줄은 몰랐는데 말야~"

 요즘은 공휴일에도 일하는 근면성실한 사람을 적극적이라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 정해놓은 암묵의 룰으로 어떤 허튼 소리에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대신 윤씨가 의문스럽게 물었다.

 "오늘 택배 올 예정인거면 지금 오매불망 방구석에 박혀서 택배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거 아니야?"

 실로 예리한 지적이었다. 모두의 의문스런 시선을 민씨에게 향했다. 그러자 민씨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메세지를 보여주었다.

 "그게, 이렇게 되었더라구."

 보여준 것은 택배의 배송현황정보였다.

 [대리점 /배송 물품의 집하가 완료되었습니다. /18-12-23]
 [물류센터 /간선상차 /18-12-23]
 [옥천HUB /간선하차 /18-12-23]
 [옥천HUB /배송중인 상품이 길을 잃었습니다. /18-12-24]
 [천국 /길잃은 배송품이 천사들의 인도를 받았습니다. /18-12-25]

 비극적인 메세지를 본 윤씨는 "어머 이럴수가."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천사의 인도를 받다니. 길 잃은 무슨 어린양이라도 된단 말인가? 민씨는 슬퍼하기 시작했고 윤씨는 놀란 마음을 추스리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리고 난 감탄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기 위해서 택배 메세지까지 만들어 오다니. 기막힌 준비성이었다. 그에 우리 모임의 유일한 흡연자인 진씨가 화이트 토크의 다음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럼 나도 남자 얘기를 해야되나."

 나는 기대를 하며 귀를 기울였다. 비록 매해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취미가 락, 피어싱, 바이크인만큼 진씨의 주변 취미동료는 대부분 이성이었다. 비록 진씨 본인은 그런 맘이 없어보였지만 꽤나 썸내돋는 이야기를 많이 가져오곤 했다. 진씨는 바로 방금전 일이라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까 여기 오려고 옷 다 입고 집에서 나오고 있는데 말이야, 문밖에 루돌프가 있더라고?"

 "뭐?"

 내가 놀라서 내뱉고 만 당황성 탄성에 네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여들었다. 화이트 토크에서 태클을 거는 것은 중죄다. 나는 죄인으로 처벌받기 전에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나의 무고함을 피력했다.

 "아 아니 뭐냐고 물어본게 아니라. 트름이었어 트름. 콜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빈 잔을 들고 카페 알바생을 불러 다음 잔은 탄산없는 콜라로 주문했다. 그 모습에 다른 세사람이 나의 결백함을 믿어주었다. 진씨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좀 기다리니까 길 반대편에서 젊은 산타가 나오는데. 할아버지는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나이대가 산타 아들래미쯤 되겠더라. 여튼 우리보다 좀 어린 애였거든. 그런 주제에 루돌프씩이나 타고다니는게 아니꼬와서 내가 냉큼 올라탔는데 이럴수가. 루돌프랑 나랑 상성이 너무 좋은거야? 이때까지 타본 바이크들 하고는 비교가 안될만큼 힘이 좋더라고. 다음부턴 바이크를 고를때 마력이 아니라 노루력이나 엘크력을 따져야 겠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타고와서 앞에 자전거 주차장에 묶어놨지."

 카페로 들어오기 전 밖에서 루돌프를 본 적은 없다. 사실 여부의 확인이 너무 뻔히 가능한 허언이었다. 그럼에도 진씨에게는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이딴 소리를 지껄이려고 평소에 진지한 사람인 척을 하다니.

 나는 속으로 감탄을 곱씹으며 나에게로 바톤이 넘어왔음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 자신이있었다. 나라고 못할줄 알고? 윤씨 민씨 진씨의 뻔뻔한 얼굴을 둘러본 다음, 나도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적당히 섞어서 훌륭하게 허튼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음 나도 말야 아까 좀 전에 있었던 일인데. 지하철에서 내려서 올라오니까 거리에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 초저녁부터 취한 사람들도 많던데, 그 취객 중에 몇 명이 나한테 막 다가오는거야. 내가 좀 쫄아있으니까 저리가라고 해도 안가고 해서 벽으로 밀어붙여졌는데, 그때 나타난 어떤 키큰 남자가 그사람들을 후려패더라고.

 그러니까 취객들이 놀라서 인파 속으로 도망가는데, 그 남자가 날 놔두고 그대로 쫒아가긴 마음에 걸렸는지 표정을 팍 찡그리고 내 어깨를 잡으면서 '괜찮아요?'하고 걱정해주더니, 벽을 쾅 치면서 '젠장 놓쳐버리고 말았어..!'하고 존;;나; 섹시하게 살짝 욕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 사람 손을 잡으면서, '그래도 제 마음은 사로잡았잖아요?' 하면서 연락처를 딱 줬지. 그 남자 심장 쾅쾅 뛰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더라. 그래서 우리 좀 있다 호텔 침대에서 뒹굴기로 했거든. 그 전에 잠시 여기 들른 거야. 금방 가봐야해."

 진씨가 동그랗게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다.

 "대단한데?"

 윤씨와 민씨도 놀란듯이 '너 머리 괜찮아?'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자기네들도 방금 전까지 뻔뻔하게 화이트 토크 했으면서, 반응 왜 이런데?'

 내가 궁금해하는데 띠링하고 윤씨의 핸드폰이 울렸다. 메세지를 확인한 윤씨의 얼굴에 화악하고 웃음이 피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핸드폰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폰에 뜬 것은 인스타그램 알람이었다. 알람의 누르자 보인 사진에는 배경으로 흰 구름이 가득했고, 주변엔 천사들이 날아다녔다. 가운데에는 남자와 싼타 코스프레 할아버지가 있다. 누군가의 셀카처럼 보였다. 윤씨가 말했다.

 "이게 아까 말한 내 썸남인데, 진짜로 천국에서 셀카 찍었나봐. 아까부터 벌써 다섯 장이나 올라왔어."

 하며 순서대로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진의 CG가 놀라운 수준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뭐지? 나 가지고 지금 몰래카메라 하나?'

 세상에 아무리 머리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지만, 이렇게 합성까지 해서 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니? 그런데 넘기던 사진이 다섯번째가 되자 함께 구경하던 민씨가 셀카에 같이 찍혀나온 어떤 남자를 가르켰다.

 "어 이거 우리 동네 택배님인데? 저거 손에 든거 봐. 내가 시킨 택배 들고있다."

 자세히 보니 과연. 천국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택배원이 택배 하나를 들고 천국을 헤메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경찰이 카페의 입구로 들어닥치며 누군가가 뒤따라 뛰어들어왔다.

 금속빛 금발과 옅은 색 눈동자를 가진, 이탈리아계의 젊은 남자. 그 남자를 발견하자 마자 진씨가 '칫'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앉아있던 소파 뒤로 휙 뛰어넘더니 소파의 겉커버를 벗겼다.

 그 속에서 숨죽여 앉아있던 살아있는 슈퍼 바이크 루돌프가 일어났다. 루돌프에 올라탄 네츄럴 본 와일드 진씨는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

 "달려 루돌프!"

 경찰과 이탈리아계 외국인, 아마도 '산타 아들래미쯤 되는 남자'인 그가 맹렬한 속도로 루돌프를 타고 카페를 이탈하는 진씨를 쫒아 달려나갔다.

 천국 여행을 떠난 남자의 인스타 사진, 그 속에 찍힌 택배원의 존재, 그리고 이 카페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달려나간 루돌프까지. 인정하기 싫다. 싫다. 너무 싫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없다!! 없지만.. 놀랍게도 윤씨와 민씨, 그리고 진씨의 이야기는 일부분 진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카페에 남아있던 우리 셋은 어째선지 진상 취급을 받고 쫒겨 나고 말았다. 그저 탄산 없는 콜라를 시키거나 노루를 가게 내로 데려왔을 뿐인데.

 그때였다, 누군가 나의 팔짱을 껴 왔다.

 "어..어?"

 지하철 앞에서 만난 남자였다. 남자가 물었다.

 "제가 그쪽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요?"

 나는 오그라듬에 기겁을 했다.

 "누가 그런 끔찍한 소릴 해요?!"

 마주친건 사실이지만 그 외에는 그냥 내가 지어낸 얘기였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그러자 윤씨와 민씨가 다가왔다.

 "아 방금 네가 말한 그 남자분이시구나."

 "네 마음을 붙잡는데 성공했다는 그 캐치 마인드 고수분이시구나."

 ...두 사람이 확인 사살하는 대로, 그 오그라드는 소리의 출처는 틀림없이 내 주둥아리가 맞았다. 나는 결국 부정조차 할 수 없게 되어 고개를 좌우에서 에스자로 바꿔 흔들었다.

 잠시 후 윤씨 민씨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 한 뒤 쌩 떠나버렸다. 윤씨는 '앗 나도 1등상에 추가합격 했어!'하고 교회로 가버렸고, 민씨는 '아 택배가 길을 찾아서 이제 우리집으로 올거래, 가서 택배 기다려야겠다.'하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그 탓에 나는 길거리에 남자와 둘만 남겨졌다.

 놀라운 크리스마스다. 우리의 허언 가득한 화이트 토크가 이딴식으로 현실이 되다니. 작금의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본 나는 매우 놀라고 말아버렸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힐끗 올려다 봤다. 어디서 나쁜 최면이라도 걸린 것 아닐까? 내게 팔짱을 낀 남자는 웃고있다. 찬 바람을 많이 맞은 것인지 얼굴이 붉기도 했다. 그가 내게 물었다.

 "친구분들이랑 놀고 계셨나봐요?"

 "그게 화이트 토크를 좀.."

 "화이트 토크? 그게 뭔데요?"

 질문을 받은 나는 당황했다. 남들에게 알려준 적이 있는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설명을 바라는건 조금 곤혹스럽다.

 원래 처음의 뜻은 신세 처량해지지 않기 위한 새하얀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이후엔 얼탱이를 실종시키는 허언대전으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오늘의 화이트 토크는 인정하기 싫어도 상당부분이 사실이었던 만큼, 또 뜻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설명했다.

 "그 그냥.. 좀 현실기반..? 농담;;? 같은 거에요."

 "음, 잘 모르겠어요. 혹시 예가 있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자는 정말로 궁금해한다기 보다는 대화를 이어나갈 주제를 구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물었다. 나는 사교성있고 성격좋기 때문에 완만한 대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예라니. 예? 예에? 뭘 예로 든단 말인가. 오늘 나눈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전부 다 통틀어서 좋게 말하자면 의식의 흐름이나 개?같은 소리정도로 축약할 수 있었다.

 많이 당혹스러운 점을 꼽자면 그 중 일부가 사실이 되었다는 점 뿐. 짚고 넘어가겠지만 엄연히 토크 전부가 사실이 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마지막에 했던, 침대에서 뒹굴거릴거란 이야기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

 나는 침을 꿀껌 삼키고 화이트 토크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런 거에요. 혹시 황새가 아기를 물어준다는 말 알아요?"

 남자가 눈썹을 살짝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죠?"

 "그런데 통계를 보면, 크리스마스가 가장 그... 아기 생길 확률이 높다는 거에요!"

 찬바람이 휙 불었다. 내 얼굴이 확 빨개졌다.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아기를 물어다주는건 황새가 아니라 산타였던거에요 사실은!"

 "오, 그렇군요."

 남자는 감탄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당황했다.

 여기서 '혹시 머리 괜찮으세요?'하고 걱정해오면, '이런 소리가 바로 화이트 토크에요!' 하고 설명할 생각이었는데, '오 그렇군요'라니.

 직감이 솟는다. 이대론 안된다. 이렇게되면 나중에 집에가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됐을때 '그 여자 머리가 조금 이상했지?' 하고, 항변의 기회가 없는 장소에서 판결이 내려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우연히도 우리가 서있는 바로 건너편엔 러브호텔이 자리해 있었다. 놀라운 논리가 뇌리를 스친다. 나는 호텔을 가르키며 말했다.

 "마침 크리스마스니까 잠시 산타 할아버지 좀 기다렸다 가실래요?"

 누군가 이름모를 옛날 사람이 정해놓은 것이 있다. 크리스마스의 기본 상징색은 붉은 색이라고.

 붉은 책, 붉은 비디오, 붉은 산타 코스튬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드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없다. 오히려 눈이라도 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부르는 것이다.

 지금의 내 발언도 그렇다. 비록 저 숙박업소의 간판이 새빨간 빨간색이지만, 거기에서 무려 산타를 기다렸다 가자니. 이렇게 새하얗고 순수한 의도가 또 있을까. 그야말로 화이트 토크,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심지어 그 산타라는 작자는 오늘 남은 시간동안 [진씨 on 루돌프]를 쫒느라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다. 차분하게 화이트 토크에 대해 설명하고 내가 아주 건전하고 올바른 정신상태를 소유했다는 것을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숙박업소의 입구에는 붉은 산타 코스튬의 대여에 관한 안내가 있었다. [해당 상품은 교회의 경품 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하여서도 획득이 가능하며, 간혹 크리스마스날 발견되는 산타를 붙잡아 직접 벗겨내는 것으로도 훌륭한 코스튬이 될 수 있습니다.] 라고, 안내는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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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맞이 한 제 정신상태 매우 화이트합니다.
흑흑 싼타 기다리고 싶다(순수,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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