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안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절약이 몸에 익었다.
하루 용돈 500원으로 갖고 싶은건 가졌고 못가지는건 포기했다.
자라면서 갖는 것보다 포기하는게 더 많았다.
더 자랐다.
스스로 벌기 시작했다.
절약은 여전했다.
더 싼걸 입었고, 더 싼걸 먹었고, 더 싼 이동수단을 택했다.
물론 더 비싼걸 살순 있었겠지. 하지만 과연 그래도 될까.
애인은 없고 친구도 적다.
돈 나갈 일이 적으니 약간이나마 쌓였다.
... ...정말 약간이었다.
퇴근 후 맥주 두 캔을 사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 옆에 있던 맥주. 그거 맛있던데. 지금 사온 거 보다 2천원 더 비싸지.
그런데 이제까지 그 2천원 아껴서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과도한 사치 부리자는게 아니야.
지금까지 난 그 몇천원 아끼자고 얼마나 많은걸 포기하고 지나쳐왔던 거지.
그러지 말자.
남에게 못 쓸 망정. 적어도 나를 위해 그깟 몇천원은 더 쓰자.
신기하게도 그렇게 결심한 순간.
그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