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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인생의 황금기를 바친 대가 #2
게시물ID : readers_327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디
추천 : 1
조회수 : 5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2/04 22: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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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http://todayhumor.com/?readers_32707
 
2화입니다. 하루에 한챕터 정도로만 간단하게 쓰고 있습니다. 5화나 6화정도가 완결입니다.
 
내용전개나 에피소드가 점점 길어져서 지루하게 느껴질까봐 걱정스럽네요
 
한분이라도 좋으니 피드백좀 부탁드립니다^^
 
 
 
#2.
 
이른 아침에 문자소리에 잠이 깼다.
‘동민. 좋은 소식이 있다. 연구실로 최대한 일찍 올 것.’
 
졸업을 유예하며 바로 휴학했을 때
어딘가에 소속감이 없다는 것에 크게 혼란하던 차에
교수님이 공부도 하고 취업준비도 하면서 대학원생들 잔심부름이라도 하라면서
제안한 연구실생활은 어느덧 2년이 넘었다.
 
그동안 연구성과의 일부로 -아니 5할은 되었으리라- 내가 백데이터를 만들어 왔고
그 성과에 스스로 성취감을 간만에 느낄만큼 열심히 했다.
혹시나 교수님정도의 인맥이라면 내 취업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해줄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소속감의 대가로 나는 연구실에 소속되어
목적을 알 수 없는 내 개인통장 하나를 드렸다.
작년말쯤 호기심에 조회를 해보니 몇천만원의 큰돈은
수차례 내 통장을 거쳐 어디론가 송금되어 있었다.
돈세탁인가 탈세인가 많은 궁금증이 생겼지만 나는 절대 묻지 않았다.
나는 교수님의 충실한 개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 부모님께
‘아 이번 연구가 끝나면 취업하려고 생각중이야’라는
그럴듯한 거짓말도 할 수 있고 동기나 후배한테는
‘이번 연구가 좀 중요해서 취업은 미루고 있는 중이야’라는 허세도 부릴 수 있었다.
 
그리고 최소한 연구실의 다과비 정도로 같은 처지인 친구 기문과 나는 끼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할 용의가 충분했으며,
그것이 비록 불법적인 일일 지라도 내가 피해받지만 않으면 나는 수긍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연구실 427호 문을 열었다.
어젯밤 밤을 새워 연구결과물을 만들던 대학원생 형과 대학원생 누나는
칸막이를 두고 잠을 자고 있었다.
우리는 으레 연구실에서 밤을 세우며 딱 칸막이 하나를 두고 잠을 잤었다.
어제는 내가 취업준비를 핑계로 조금 일찍 자취방에 가서 잠을 잤기에
형은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안락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대학원생 누나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몇일째 빨지도 않은 회색 후드티는 때가 묻어
 흰색이 회색으로 변한 듯 했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은 개기름이 화장을 대신했다.
더러움이 느껴졌다.
지난번에 듣기로는 집안 사정이 힘들어서
1년 남은 대학원 생활을 정리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었다.
불쌍했다.
그따위 어리석고 안일한 생각으로 취업이라니.
취업시장이 지금 어떤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가.
차라리 저런 생활 끝에 임팩트 있는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려 특채로 채용되는 편이 훨씬 낫다.
나는 골아떨어진 그들을 뒤로하고 교수님 방을 노크했다.
 
“동민. 내가 너의 재능을 좀 알아봤었다”
다짜고짜 교수님은 내 칭찬을 해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널 좋게 본 회사 인사과에서 연락이 왔어.
대원전기 알지? 인턴을 제안한대나? 너 하기에 달렸긴 한데,
사실 특별 채용식으로 인턴을 하는 거라 크게 사고치지만 않으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할 거라고 살짝 말해주더라. 너 취업된거야~”
“네? 네..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널 내가 넣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원전기면 사실 이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인거 알지? 이런 기회 흔치않다 너?”
“네? 네 알죠.. ”
“다른 연구생들한테는 적당히 둘러대라.
사실 같이 프로젝트하면서 너만 스카웃제의 받으면 좀 샘날 수도 있잖니”
“네.. 교수님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래 저 명함 있지? 저거 들고가서 전화해봐라.
다음주 월요일쯤에 회사 나와서 인사치레 정도는 해야할 거야.
면접? 면접까지는 아니고 그래도 인사과 사람들끼리 약식으로 면접형식은 좀 취해야 겠지?
뭐 사실 너 한번 보려는 거지. 얼른 나가서 전화드리고 나 수업끝나고 나서 회식이라도 해야겠는걸?”
 
뭔가 얼떨떨하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몸이 안좋다면서 회식은 내일 하면 안되겠냐고..
그래도 감사하다는 큰 소리와 함께 황급히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
.
.
.
 
“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는 ‘소통’입니다.”
한 방안에 까마귀 떼들이 짖어대던 소리는 일순간에 고요해졌다.
적막이 흐르는 방에서 먹이가 된 까마귀 새끼의 발악을 지켜보는 쾌감이랄까.

한 까마귀가 푸드덕대며 먹이를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대자
나머지들도 날아든다. 그리고 그 먹이에 불과한 까마귀는 산산히 조각난채 짓이겨지고
뜯겨나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그들 앞에 또 다른 먹잇감이 발악한다.

“이 회사에서 제 꿈을 이뤄 내고 싶습니다”

아류의 아류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두고도
그렇게 미쳐 발악한다.
방안에 낭자한 피와 살을 밟고 선 또 다른 까마귀는
자신의 발악은 앞선 그들과는 다르다고 믿고
그렇게 외친다.
 

420번째 까마귀가 그들앞에 섰을 때
물어뜯고 발톱으로 찢어발기는 것도 지친 까마귀 무리들은
푸드덕거리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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