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을 안 보신 분은 보고 오시면 이글을 읽기 더 수월하실 거에요...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 지인과 함께 동네
물만두집을 재방문하게 되었어요..
혹여나 추석연휴라 가게를 쉬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게문은 열려있었어요...
할머님은 오늘도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두번째 방문인지라 나름 익숙하게 저희는 자리에 앉았어요
이 가게는 메뉴판이 없는 집이었어요
저번에는 경황이 없어 물어보지 못해서 이번에는 뭘 시킬수 있냐고 여쭤보니 주인 할머님은
가정식 백반과 물만두가 가능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가볍게 물만두 2인분을 주문하기로 해요...
그리고 이내 할머님의 공격이 시작되셨어요....
이거 한번 먹어봐요.....
삶은 계란과 함께 제공되는 동태전과 중국식 튀김.....
이미 까페에 올렸던 물만두집 방문 1편 글을 읽은 관계로 사전내용을 알고있는 지인과 저는
"아 시작되었구나"하고 무언의 눈빛을 주고 받았지요....
씨에씨에의 연발과 함께 하오츠를 외쳐드리며 전을 먹고 있었더니
할머님은 전을 구워놓은 접시를 다시 가져오시며 손으로 집어 전을 리필(?)해 주셨어요...
"이것도 먹어봐요....."
다음 코스는 고추가 잔뜩 들어가있는 돼지고기 장조림................
오늘 국은 소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는 육개장이시네요....
메인 요리인 물만두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에피타이저라 해야할지
밑반찬이라 해야할지 모를 것들을 잔뜩 받아든 저희는 맥주를 한병 시키고야 말았네요....
짭쪼름하니 맥주 안주로 죽이네요...
드디어 메인 메뉴인 물만두 2인분이 나왔어요...
그리고 예의 900ml양조간장과 1.5리터 식초병을 들고 오셔서 접시에 부어주셨어요....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셨던 지인은
정말 간만에 먹어보는 중국식 만두라며 연신 맛있다를 외치셨어요....
지인의 땡스타그램에서 퍼온 사진과 평가글이십니다...
라고 극찬을 하셨어요...하아...
지난 글에도 썼지만 이집 물만두는 불호가 힘든 맛입니다....
밑반찬(??)과 물만두는 이내 순삭되셨어요...
좋은 식사였다...
거의 식사가 마무리될 무렵
한명의 남학생이 가게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중국어의 향연.....
할머니와 남학생(아마도 인근대학교의 교환학생)은 잠시 중국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어요...
요즘은 중국인들도 세련되게 옷입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이 남학생은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은 한눈에 봐도 -나 중국인입니다-라고 씌여져있었어요...
잠시후 가게 밖에 서있던 중국남학생 2명도 가게안으로 들어왔어요.
주인 할머니는 세상 사람좋은 얼굴로 냉장고에서 "더위사냥"을 꺼내셨고 절반으로 뚝뚝 부러뜨려
학생들 손에 쥐어 주셨어요.....
이쯤에서 저와 일행은 계산을 하고 (오늘은 14000원 정가를 받으셨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다는 배꼽인사와 함께 밖으로 나왔어요..
일행이 잠시 물한잔 먹고 나오겠다며 가게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나와서 가게 안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앞에서 말했듯 동행분은 중국어를 할줄 아십니다..)
남학생들이 내일 이 물만두집에서 회식을 하고 싶다고 할머니에게 말을 하고 있더랍니다...
총 17명이 올 예정인데 예약이 가능한지 물어보았고 할머니는 흔쾌히 그러라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너네 뭐 먹고 싶냐고 먹고싶은거 있으면 해줄테니 말해보라 하더랍니다...
학생들은 물만두면 괜찮다고 말했고 할머니는 물만두는 물론 해주고 다른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만들어 줄테니 말해보라 하더랍니다...
거기까지 듣고 지인은 나왔는데 마음이 이상하다고....
우리는 큰길로 걸어내려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니는 오늘밤에 물만두를 몇개를 빚어야 할까
1인분에 10개인데 17명이면 최소 1인분씩만 먹어도
170개이고 한창 먹을 20대 중국학생들이 최소 3인분만 먹어도
500개는 빚어야 할텐데...할머니 혼자 힘드시겠다고....
우리도 추석이고 중국도 추석인데 유학온 중국학생들은 집에도 못가고 한국에 있는데
중국음식이 먹고 싶어서 이 집에서 회식하나보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런 중국학생들이 왠지 짠해서 뭐 먹고 싶냐고 연신 물어봤나보다...
오늘밤 할머니는 애들 먹일 생각하며 손만두를 몇백개를 빚고 또 빚으셔야겠지....
그 마음은
마치 한국학생들이 외국의 어느 대학으로 유학을 갔는데 명절 끝자락에 인근 한인식당에서
회식을 하려 하는데
주인 할머니가 한국음식 해줄테니 먹고 싶은거 말해보라는 그런 마음 아니겠는가...
새삼 더위사냥 반쪽씩 손에 쥐여주며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할머님 얼굴 생각해보니
가슴 한 켠이 짠해지고 따뜻했습니다...
제가 중국과 홍콩여행을 다니며 만난 많은 중국인들은 착하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습니다...
여행객으로서 친절한 중국인은 정말 많이 만났고
특히 츤데레 홍콩인들의 매력은 정말....하아 너무 좋습니다...
물론 무뚝뚝한 중국인도 만났습니다..
돈을 집어던지는 중국인도 만났지요....성조영향으로 이게 왜 나한테 짜증을 내지 하는 중국인도 있었어요...
마냥 착하기만 한 중국인도 없었고 악인인 중국인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그들도 똑같은 사람인데 여러 부류의 사람이 존재하겠지요...
네이버 여행까페 여러곳을 다니는데 많은 한국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생각과 평가는
유독 너무 박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시끄럽다.새치기를한다.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다.매너가없다.
길거리,식당안에서 담배를 핀다....아무데서나 사진을 찍는다...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아닌 중국인보다 그런 중국인이 더 많습니다..
다만...
한국인도 불과 십여년전만해도 외국에서 똑같이 저러고 다셨다는 생각도 좀 해볼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88서울올림픽을 즈음해서 해외여행의 기회가 일반 한국인들에게도 개방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2000년 이후에 해외자유여행이 본격화 되기 시작하여 우리도
똑같이 외국에 나가면 손가락 받던 일들 교육과 계도를 통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선과 발전된 모습이 현재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인들도 시간이 좀 걸리면 좀 바뀌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물만두집 주인 중국할머니를 보고 별의별 생각까지 해본 명절의 마지막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