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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data_17826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백수★
추천 : 2
조회수 : 21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1/23 04:43:51
날도 춥고 해서 점심으론 뜨끈한 닭곰탕 국물에 밥 한그릇 말아먹고 들어가는 길이었다.
사람 두어명이 겨우 지나갈 좁은 인도 위에서
롱패딩 지퍼를 열어 긴 옷자락을 펄럭펄럭거리며
내 앞길 막지마라는 듯 찌릉찌릉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자전거를 마주쳤다.
펄럭이는 롱패딩 자락의 안으로 보이는건
분명한 팬티. 팬티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스판재질의 손바닥만한 그 천조각.
그리고 드러난 우람한 근육질의 다리.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자전거에게
어쩔 수 없이 길을 내어주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변태 아냐?" 라는 소리를 내뱉었다.
짜증섞인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니,
롱패딩의 등짝에는 자랑스럽게도,
한껏 멋을 들인 한자체로,
'X려대학교 역도부'라고 써 있더라.
문무를 겸비하였음은 얼마나 큰 자랑이던가.
또한 젊음 그 자체도 얼마나 큰 과시의 대상이던가.
다들 옷자락을 움켜쥐는 한겨울 추위도,
그 문무겸비와 혈기왕성의 멋들어짐 앞에서는
그저 시선을 집중시키는데 일조하는
환경적 여건에 불과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궁금하다.
정말로, 변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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