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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기 싫어서 이모씨라고 불렀다.
나에게 아버지란 철저한 타자를 넘어서 만나선 안될 인연, 악연, 죽여야 할 사탄, 적대자, 적그리스도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건 없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그저 밥이나 하고 빨래나 하며 성욕을 푸는 대상이었다.
내 아버지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자기 욕망에만 충실한 동물이었다.
아니 아버지를 동물에 비교하는 건 동물에게 무척 실례되는 말일 것이다.
벌레만도 못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기엔 그 사람에게 농축된 악의의 크기가 너무나 진하고 컸다.
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이던 때, 운동회였다.
동생은 달리기를 잘 하지 못했다.
꼴지를 했던가 뒤에서 두번째인가로 들어왔다.
그 날 아버지는 동생을 팬티만 입은 채로 홀딱 벗겨서 옥상으로 내몰았다.
동생을 잘 챙기지 못한 나도 알몸으로 같이 내몰렸다.
초등학생이던 내 머리 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내 동생은 무슨 큰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옷을 홀딱 벗긴 채로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두들겨 맞고 집밖으로 쫓겨나와
이 추운 늦가을에 이런 모진 학대를 받는가?
그리고 동생이 달리기를 못한걸 나도 같이 맞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중학교 때의 일이다.
그 날도 새벽 2시가 넘어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들어온 아버지는
나 동생 어머니를 깨우고 무릎을 꿇게 하고 일장연설을 한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며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중학생의 어린 마음에도 대단한 사람이 집에 와서 저런 짓을 하면 대단한 사람은 아닌거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미친 ㄱ새끼라고.
그러다가 아버지가 내게 질문을 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한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짜 수업시간은 45분이고, 쉬는 시간은 10분이다. 그러면 5분이 남는데
이 시간은 뭐하는 시간이냐.
당연히 답을 몰랐다.
정직하게 모른다라고 답변했다.
따귀가 올려붙여졌고 코피가 흘렀다.
흐르는 코피를 훔칠 사이도 없이 엎드려 뻗쳐를 시켰고
엎드리고 이내 옆구리에 발길질이 날아왔다.
그것도 모르나 이 멍청한 새끼가.
나는 당신 새끼는 맞지만 그런 ㅈ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는데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더 이상 당신 새끼 아니고 싶다 라고도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모진 매질 앞에 살아야 하겠기에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다음시간의 준비 입니다! 라고 외쳤다.
그리고 나서 눈에 불이 번쩍 보이는 따귀를 한차례 더 맞고 나서야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
거봐라 너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정답을 말하네 계속 맞아야 되겠다
......
여기까지 썼습니다..
이걸 윤문해서 소설로 응모해볼 생각입니다.
모든 에피소드는 제가 겪은 일입니다.
혹은 어머니가, 혹은 동생이 겪은 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살심을 먹고 칼을 두 번 샀습니다.
하지만 존속살해라는 멍에와 비난을 나 대신 받을 동생과 어머니를 위해 살인을 저지를 순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주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제 인생에서 사라진지 20년이 되어갑니다.
돈이 많은 삶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저는 행복할 겁니다. 오유 여러분들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