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이 8개월된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했습니다.
저 없이 아기와 단둘이 외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시간 내외의 "산책"을 나간 적은 몇 번 있지만, 여분의 기저귀를 챙겨가야할 정도의 "외출"은 처음이었습니다.
원래는 셋이서 나갈 예정이었는데, 제가 "나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갖고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데리고 나갔어요.
오전에 3시간 정도?
와... 좋더라구요.
일단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했습니다. 아기가 낮잠 잘 때도 종종 하곤 했지만, 언제 깰 지 모른다는 생각없이 게임하니 완전 재밌습니다.
상쾌하게 게임을 마친 후 미뤄놨던 집안일들을 처리했습니다.
쌓아둔 설거지거리들 식기세척기에 척척 집어넣고, 주방에 로봇청소기 풀어놓고,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면서 내버려뒀던 거실 구석의 잡동사니들 정리하고 아기 이불 마당에 갖고가서 햇볕에 말리고.
내가 정한 스케줄대로 집안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이 쾌감!!!!!!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숴!!!!!
거실과 침실 청소기 돌리고 막 코드 빼려는데 남편이 아기와 돌아옵니다.
3시간 떨어져있었는데 막 뭉클하더라구요. 갑자기 아기가 큰 것 같고.
남편이 외출한 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는데 내가 못 본 아기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묘한 느낌이 나기도 하구요.
남편은 "무엇보다 니가 리프레쉬 된 게 보여서 다행이다"라며 앞으로도 주말에 가능한 아기와 단둘이 집을 나가주는 시간을 갖겠다고 합니다.
돌아오니 집안이 말끔해진 모습에 자기도 기분이 좋다고 하구요.
오후에는 제가 아기 데리고 두 시간 장보러 다녀왔습니다.
남편은 그 사이 쓰레기를 정리하고 아이스하키를 보고 있네요.
셋이 함께하는 시간은 그 시간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건 그것대로 소중한 것 같아요.
어제는 그렇게 각자가 재충전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야말로 윈-윈한 일요일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방전상태입니다. 후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