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헌다28호 입니다.
최근에 이런 저런 일이 많아서, 오유 자게에도 잘 못들어왔네요.
음, 프리랜서라곤 하지만 거의 백수인데도, 바쁜 척은... 음흠.
아무튼 다들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하고 계신가요?
요즘 날이 추워서 야라하기도 되게 애매하던데,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
예전 7월 달 즈음인가 여행 가기 전에도 글을 한 번 올렸었는데,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벌써 다녀온 지가 두 달도 넘었네요.
4년 전부터 여름이면 일본에 사는 형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우리 형제는 그냥 도쿄에서 후지산이나 하코네 가는 걸로 만족하는 게 좋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그런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3박 4일 정도 일정에,
둘 다 출혈이 좀 심할 정도로 지출이 커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1년에 몇 번 만날까 말까 하는 형제가 자전거로 함께 달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사설이 기네요.
얼른 같이 출발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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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까지만 해도 일본 여행을 할 때면 제가 타는 '비앙키 니로네7'를 일본으로 가져가서 탔었는데요.
올해 초 형이 자전거를 한 대 더 구입했습니다.
이제 자전거가 세 대(...)죠.
씨포 바이퍼, 비앙키 올트레 Xr1, 그리고 이번에 새로 산 비앙키 올트레 Xr(...)
마지막 비앙키 올트레 Xr은 이제 제가 일본 여행을 가면 타게 되는 자전거 입니다.
덕분에 한시름 놓았죠.
제 자전거는 가뜩이나 알루프레임이라 무겁거든요.
한 9~10kg 되는 자전거를 소프트 캐링백에 담고 그 안에 여러 가지 형한테 줄 물건들, 자전거 장비들을 넣으면
한 15kg까지 나가더군요.
그걸 들고 일본에 왔다갔다 하는 게 무척 피곤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몸만 딱 가도 자전거가 있으니까 부담이 없었습니다.
사실 지난 4월에도 일본에 스키타러 한 번 갔다가,
마지막에 저 자전거를 한 번 타보긴 했거든요.
저는 한국에서 46사이즈를 타는데,
저 자전거는 47사이즈에다,
본 주인이 제가 아니니 아무래도 저한테는 피팅이 좀 안맞았어요.
그래도 주어진대로 가리지 말고 타야죠.
그래서 언제나 그렇듯 현지 적응 훈련으로,
치바쪽의 디즈니랜드와 도쿄 골든 게이트?가 있는 해변 공원와 오다이바 등지를 돌고 왔습니다.
일본에 가면 꼭 자전거를 타고 가보는 골든 게이트 해변 공원.
아시안 게임인지 올림픽인지 한때 여기 있는 요트 경기장에서 경기를 했던 곳이라더군요.
자전거로 가면 디즈니랜드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다,
뷰도 좋아서 꼭 들르게 되는 곳입니다.
사진 보정 같은 건 안했네요(...)
사진이 워낙 많아서 추려내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짧고 통통한 헌다 28호의 다리 파츠!
디즈니랜드 갔다가 누워서 쉴 때 찍었던 모양입니다.
이때만해도 살이 참담할 정도로 많이 쪄있었다고 해야겠네요.
한국에서 예전보다 라이딩을 설렁설렁 하는 바람에,
게다가 야식으로 엄청나게 뭘 많이 먹었기때문에,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을 때였습니다.
아, 이건 골든 게이트가 있는 해변 공원을 가기 전에,
들렀던 공원에서 먹은 '카키코오리' 라는 건데요.
아시는 분은 아실듯?
일본의 불량식품 빙수 같은 겁니다.
여름철에 노점상들이 많이 팔아요.
전 일본을 몇 번이나 갔었지만 이때 처음 먹어봤습니다.
재료는 아주 간단하게도,
간 얼음과 식품첨가액상이 전부 입니다.
식품첨가액상은 딸기맛, 콜라맛, 뭐 다양하게 있고,
간 얼음 위에다가 그걸 뿌려서 먹어요.
맛은 무슨맛이냐면,
예전에 CU가 패밀리 마트였던 시절에 팔던 쉐이크 있죠?
이거 알면 빼박 아재(...)
그거보다 좀 얼음 맛이 많이 나고 밍밍합니다.
첨가액상을 많이 넣으면 그 맛이 나요.
가격은 보통 노점 기준으로 300엔.
후지산 스바루 스카이라인 자전거 입장료가 200엔(...)인거에 비하면.
비싸!
그런데 땡볕에 이거 먹으면 행복해요.
얼마나 행복하냐면...
오다이바에서 또 사먹을 정도로!
딸기맛
이건 무슨 맛이더라?
민트맛인가.
오다이바에 와서 해변을 보면 카키코오리 파는 상점이 있는데요.
거기엔 무려 한 잔에 400엔!
그리고 우리 형제는 두 잔씩 먹었으니,
1,600엔 어치를 앉은 자리에서 먹었네요.
골이 깨질 것 같은 쌩얼음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여름에 꼭 드셔보세요들!
사실 집에서 만들어드셔도 될겁니다.
물론 뭐, 이렇게 카키코오리만 먹으러 다닌 건 아니고,
자전거 타면서 대충 간단한 피팅도 맞춰보고,
또 Di2 인가?
자동식 기어 번경 시스템이 달려있어서,
그것도 적응 좀 해보고 했습니다.
스트라바를 보니까 한 42.3km 정도 탔네요.
그리고 좀 쉬었다가 밤에 야간 라이딩을 갔는데요.
형의 집이 있는 곳에서 오다이바까지 자전거로 가면 한 15분 정도 밖에 안걸려서,
대신 걸어가면 1시간 반입니다.
왕복 세 시간이었음ㅠㅠ
오다이바 쪽 거쳐 <춤추는 대수사선>으로 유명해진 레인보우 브릿지와 완간경찰서 쪽을 돌고 왔습니다.
도요스 대교 부근에 있는 공원에서 본 레인보우 브릿지.
왼쪽이 제가 타는 Xr이고, 오른쪽이 형이 타는 Xr1이네요.
아, 그리고,
일본은 의외로 공원 내에서 자전거를 타면 안되는 법 같은 게 있나봅니다.
우리나라는 오토바이 정도겠지만,
일본에서는 자전거도 단속 대상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상태로 일본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경비원 아저씨나 경찰 아저씨가 나가라고 소리를 칩니다.
보통 경비 아저씨가 잘 없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낮에는 주의를 받을 수 있어요.
저도 한 번 쫒겨나듯 도망친 적도 있긴 합니다.
그렇게 한 20여 킬로미터 야간라이딩을 돌고 돌아와서 쉬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는 형도 출근을 한 이틀 정도 해야되서,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까지 3일 정도 시간이 있어서 각자 할 걸 하고 지냈습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
이틀 동안 오다이바까지 걸어가봤는데요.
첫 날은 가다가 엄두가 안나서 실패했고,
두 번째 시도엔 혼자 걸어갔다 왔네요.
자전거로 가면 진짜 한 15분 안밖인데,
걸으니 편도가 1시간 반이라..ㄷㄷㄷ
몇 해 전에는 부산 강서구 쪽에서 셀프 귀향살이 비슷한 걸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햄버거 하나 먹으려면 걸어서 1시간 정도 가야 롯데리아(...)가 있었거든요.
한 번은 걸어서 롯데리아 갔다가 햄버거 하나 사먹고 돌아왔는데,
현타가 와서...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란 회의감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다이바까지는 왕복 세 시간 거리를 갔다가,
음료수 자판기에서 음료수만 빼먹고 왔어요ㅠㅠ
일본어를 잘 못해가지고 식당 같은 곳은 혼자 안가거든요.
아무튼, 뭐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전거 여행 기간 동안 날씨를 알아봤는데 기온이 31~33도로 좀 더워서 걱정했습니다.
일본은 더위야 우리랑 비슷하지만 해안가 지방은 습하기도 엄청 습하거든요.
...실제로도 무척 더웠어요.
그래도 다른 분들이 하시는 자전거 여행에 비하면,
첫날만 120km 정도 되고 그 다음부턴 짧은 산악 구간만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 전날 밤까지도,
우리 형제는 자전거 가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어요.
혹시 신칸센을 타고 다시 돌아올 경우가 있으니 자전거 소프트 캐링백은 필수고,
여행할 땐 자전거 옷을, 호텔에선 평상복을 입어야 하니 가벼운 티셔츠에 반바지, 슬리퍼도 가져가야 하고,
주로 전자기기류, 카메라, 충전기, 핸드폰 보조 배터리, 카메라 배터리 등 챙기고,
썬크림 같은 것도 넣고 해서 짐을 꾸리는데,
처음 계획 단계에서는 자전거 싯포스트에 다는 자전거 가방을 달고 가기로 합의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부착해보니까 얼마 들어가지도 않고, 또 흔들림이 너무 심해서 불안하더라구요.
하지만 전 당연히 자전거 가방을 달고 가는 줄 알고 자전거용 백팩을 안들고 왔습니다.
자기 전까지 짐은 일단 다 정리해놓고 형과 상의를 하다가 여행 출발하는 새벽 5시 즈음 결국 백팩을 매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그냥 일반 등산 가방 같은 걸 매고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7월 17일 새벽 4시에 제가 먼저 깨고, 4시 반 즈음 형이 깼습니다.
원래 출발시간이 새벽 5시로 정했었는데,
도쿄에서 하코네까지는 몇 번 가봤던 길이고,
120킬로미터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평지라서 출발 시간을 조금 늦춰서 6시 즈음 출발했네요.
+
본격적인 여행의 이야기는 또 다음 편에서 계속 하겠습니다.
오늘은 저도 연습삼아 한 번 써보는 거라.
재미있으실지 모르겠네요.
하코네야 몇 번이고 갔던 곳이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하코네와 후지산 아래에 있는 이즈 반도 니시 이즈 스카이라인을 갔던 이야기인데,
그건 거의 여행의 끝 즈음이니,
그때까지 지겨우시진 않으실까 걱정입니다ㅎㅎ
그래도 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최대한 재미있게 써볼 예정이니,
같이 여행하시는 기분으로,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 편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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