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같은 영화, 그것도 시리즈물 세편을 각 10번을 넘게 보고 있다.
처음 볼때는, 영화의 아름다움을 말하던 그녀가.
다섯번쯤 다시 봤을때부터는 나에게 주인공들간의 깊은 정서적 유대감과,
그 미묘한 감정 변화에 대해 놀라워하며, 나에게 그것을 일일히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와이프의 영화 예찬을, 세네번쯤 들었을때인가,
이제 슬슬 지겨워진 내가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 아 나도 그 영화 많이 봤으니까... 그만 설명해줘도 돼..."
와이프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게 되물었다.
" 당신이 이 영화를 많이 봤다고? "
" 어.. 봤어... "
" 근데 내가 스토리를 얘기하는데 왜 하나도 모르는 눈치야? "
" 어.. 그게... 어.... "
나는 분명히 그 영화를 다운받아 10번을 넘게 봤다.
다만 스토리를 모를뿐이다.
나는 아내의 물음에 어색히 침묵했다.
영화의 제목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나는 분명히 그 영화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