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망설였습니다.
다른 곳에 한 번 후기를 올려 봤는데, 반응이 뭐랄까...
너니까 할 수 있는 거다, 차라리 그냥 살 안 빼겠다..
분위기가 이랬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올려 보는 건
저처럼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도 몰라서 안 해 봤다거나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못 믿겠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제가 좀 상당히 특이한 입맛을 갖고 있는데요.
일단, 회나 육회처럼 날 것을 못 먹습니다.
생선류는 익힌 것들만 먹을 수 있고,
치킨도 별로 안 좋아 합니다.
- 그래서 삼계탕도 안 먹죠 ; -
육류도.....
삼겹살 가게에서 파는 것들 - 삼겹살, 목살 등등....단 껍데기는 제외 - 은 먹고
돼지양념 갈비는 좋아하는데 한우나 소갈비는 무슨 맛으로 먹는 줄 모르겠어요. ;;
- 저는 육즙이라는 걸 못 느끼겠습니다. 그래서 소고기도 바싹 구워 먹네요 -
순대국, 감자탕,설렁탕은 먹기 때문에 술자리를 가질 때 별 문제 없습니다만
곱창,보쌈,족발,머리고기,편육을 못 먹겠습니다.
입이 좀 짧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장점은.....
먹을 줄 아는 메뉴 한 두 가지만 있으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 채무 보증을 갚는 6년 반 중에서 적쟎은 기간동안
급여가 들어오면 3분 카레 한 달치를 사 놓고 살던 게
남들만큼 어렵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였겠죠 -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 푸드는 엄청 좋아하죠.
빵,떡,햄,소세지,돈까스,햄버거,과자,라면,짜장면,만두,탕슉 등등등....
뇌를 비롯한 우리 몸의 근육들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없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아주 중요한 것인데
너무 많이 섭취하다보니 비만의 주범이 된다는 건 다들 아실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육류 기피자라서 저탄고지가 아닌
저탄식단을 시작한지 2년이 넘었는데도 진척이 없었던 것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한다는 핑계로 가끔 - 이라고 말하지만 '종종' ;; -
라면 서너개, 직원식당에서 생선까스가 나올때면 20 여개
뷔페에 가기전의 체중과 그 다음날의 체중 차이가 3 kg 가 될만큼
폭식을 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죠.
그래서, 제대로 한 번 해 보자는 마음에
군것질이나 패스트 푸드 및 인스턴트 식품은
최대한 배제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3월입니다.
아침은 두유 1개 먹고요.
영양을 생각해서 뼈로 들어가는 칼슘이 들었다는 걸 먹습니다.
이건 아침 외에도 가끔 먹기도 하는데요.
분명히 식사를 했슴에도 불구하고
- 특히 휴일 같은 날, 집에 있을 때 -
배가 고플 때 허기를 달래 주려고 먹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오전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지만
가끔 오후에 출근해서 오후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있을때면
점심 식단과 저녁 식단을 바꿔 먹는데요.
평상시의 점심은 이렇습니다.
생아몬드 20알, 건자두 5알, 호두 한 줌, 건포도 한 줌.....
여기에다가 그 전까지는 바나나 두 송이+토마토 한 개+키위 두 개를 같이 먹었는데,
이것도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 빠지더군요.
그래서, 3월부터 이렇게 바꿨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약간 줄였네요.
다른 과일은 다 제껴 버리고 사과 1개만 추가시키는 걸로요.
대추는....얼마 전에 추석이었잖아요? 그 때 제삿상 차려 드리고 남은 거....ㅎㅎ
대추만 빼고는 똑같습니다.
궁금해 하실 것 같은 다른 한 끼는.....
공기밥 200g
이걸 현미로 계속 시작했다면 효과가 더 좋았을텐데
백미를 얼른 먹어 치워야 해서....;;
원래는 한 종류만 먹었는데,
버섯마다 영양분이 약간씩 다르다고 해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먹고 있습니다.
조만간 팽이 버섯도 섞어볼 계획입니다.
느타리 버섯과 새송이 버섯을 동시에 주문하면
대부분은 같은 날에 수령받을 수 있는데,
수령 받자마자 느타리 100+ 새송이 100g 씩
주방용 저울로 측정한 후
이렇게 랩으로 포장해 놓고
이렇게 견과류를 다 먹고 남은 지퍼백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지퍼백 한 개에 새송이 버섯 2 kg 과 느타리 버섯 2 kg을
각각 100g +100g = 200 g 을 랩으로 싼 덩어리가
두 개씩 들어갑니다.
먹을 때에는 느타리 50 + 새송이 50 g....요렇게 먹죠.
지퍼백 한 개에 4일치라고 계산합니다.
거의 맨 마지막에는 버섯이 탱탱하지 않고
좀 물이 많이 먹거나 약간 버섯향이 강하게
나긴 하는데 그런 것들은 그냥 좀 더 오랜 시간
쪄서 먹습니다만 아직까지 별 탈 없었네요.
먼저 느타리 버섯과 새송이 버섯을 각각 50 g 씩
- 여기서부터는 귀찮게 저울로 재지 않고 그냥
반으로 싹둑 잘라 버립니다.
각각 100 g 씩 재서 포장한 거니까 반씩 자르면
대충 50 g 정도 되지 않겠어요?;; -
자른 후 찜통에 쪄서 먹습니다
- 익혀 먹는 방법 중에는 쪄서 먹는 게 영양소 파괴가 가장 적다고 하길래....-
버섯을 쪄서 건져내면 저렇게 건미역 반 줌 가량을
물 속에 집어 넣고 그 위에는
브로콜리를 이 정도 측정해서
- 사진에는 안 나왔는데
평소에는 줄기인지 기둥인지 하는
그 부분도 버리지 않고 다 먹습니다.
그 부분도 영양분이 많다고 들어서요 -
이렇게 찝니다 그 다음엔.....
고추장과 들기름을 한 숟갈 넣고 좀 심심해서 후추를 왕창 뿌리죠.
최종 셋팅 끝입니다. 200g 짜리 연두부 한 개와 계란 후라이 두 개를 김치와 함께 먹어 왔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냥 저탄수화물 식단입니다.
3월의 체중에서 대략 15 kg 빠졌습니다.
운동은.....다음달에 연골 수술 결과를 확인하게 되는데
의사선생님께서 허락하기 전까지는 자전거도 타지 말라고 해서
운동은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을 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질문에......
사무직은 아니지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만큼의
노동 강도만큼은 안 되는 일을 하고 있고요.
먹는 게 부실해 보여서 혹시나 변비 또는 영양 결핍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계실 듯 한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바나나 큰 거 한 송이보다 더 긴 덩어리인데도 불구하고
- 좌변기에서 덩어리가 전부 물 속에 잠긴 날이 거의 없습니다; -
똥고가 찢어지는 고통 따위는 전혀 없이 정~말 부드럽게 쑥 나옵니다.
그것도 배출을 시작하고 옷을 추스려 입는데에 2분 남짓 정도 밖에 안 걸리죠.
1일1똥이 거의 대부분이며 식단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이틀을 넘어가는 일은 없더군요.
영양 결핍이요?
9월 3일에 받은 직장 신검 결과에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방법만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거..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의사선생님의 허락을 받으면
지금처럼 식단에만 매달릴 일은 없겠죠.
이미 2년 넘게 해 왔던 식단인만큼
앞으로도 질리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표가 허리둘레 28" 인데, 대략 10 kg 정도 더 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체지방을 제거한다는 건 우리 몸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는 셈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거죠.
빨리 빼고 싶다는 조급함은 버리고,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인내심은 가지셔야 합니다.
다들 건승하세요.
P.S : 인간이 1주일간 제거할 수 있는 최대 체지방량은 0.5~0.75 kg 이므로
그 이상 빠졌다면 몸 속의 수분이나 우리 몸의 지방을 태우는 공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근육이 없어진 것이니까 결코 좋아할 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빠른 시간내에 줄어든 체중은 그 원인이 사라져 버리면 그만큼 빨리 늘어납니다.
또한, 체중은 줄이면 줄일수록 더욱 힘들어지고요.
- 몸이 적응을 해 버리니까 예전과 같은 자극으로는 효과가 떨어지는...... -
그래서, 감량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는 거죠.
감량했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한 사람은 훨씬 적은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담배 끊는 것과 같습니다. 피우고 싶은 것을 죽을때까지 평생 참듯이.....
우리 같은 사람들도 평생 할 수 밖에 없어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이었다면 우리처럼 살이 잘 찌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생존력 짱이었겠지만 그 때보다 먹을 것이 풍족해진 요즘에는 결코 장점이 아니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노력하며 사는 수 밖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