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제 마음이 결정된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영 잡히지 않아 글을 씁니다.
제가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이러쿵 저러쿵 주고받다보니
저 역시도 호감이 생겨서
사내연애라는거, 위험하다는거 알면서도 시작을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우리가 들키지 않으려고 미친듯이 노력해봐도
보는 눈 많은 이 지역에서
언젠간 들킬거지만 시기라도 늦춰보자며
숨기기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함께사는 우리 가족,
멀리살든 가까이살든 저의 지인들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여자친구가 생긴 상대는
가족들에게도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다 이야기 한 상태였고
그 친구분들 중에 한 분은
함께다니는 회사의 직장선배와 먼 친인척 사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때도
이미 말한거 어쩌겠냐고,
그 분이 알아서 잘 컷해주시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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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에 있다보니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이리 저리 많이 들었습니다.
평판이 굉장히 좋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실망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이야기인 즉슨,
이 여자 저 여자 다 한번씩 건드려본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해서 잘 된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업체와 컨택하던 여자분에게 그랬다며 한 일화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만나기 전에 상대에게
"남들이 각자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내가 겪어보지 않았으면 그 말을 듣고 휘둘리지 말자" 고 얘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도 신경을 안쓰려했지만
'이여자 저 여자'에 나도 해당이 되었던건가...싶어
상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내가 들은 이 이야기 말고
내가 들어오기 전에 입사한 여자선배들에게도 그랬었는지
물어봤습니다.
단호하게 없었다고 이야기했고,
저는 혹여나 그런게 있는데 거짓말하는거고
나중에 알게되면 나는 정말 헤어질거라고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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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대의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던 중에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을 통해
저보다 6개월 빨리 입사한 여자선배에게
상대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심지어 그 시기가 저랑 연락하기 시작했을 때와 겹쳤고,
저랑 만나고 있을 때도
그 분에게 이따금씩 '먼저'연락하고
직장사수의 역할을 다하는 듯하면서도
또 착한사람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우선 휴대폰을 본 사실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고,
내가 느낌이 영 안좋아서 그 때 물어봤을 때도
말할 기회를 줬는데 너는 말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 관계가 틀어질까봐 그랬겠지만
나는 너무 황당하고,
나랑 그렇게 연락하고 있을 때도
뒤에서 둘은 만나고 연락하고 있었다는게
나는 화가난다. 아무리 우리가 사귀기 전이라 해도.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상대는 말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너를 만나면서 연락을 계속 했던건
나도 그 사람이랑 계속 얼굴을 볼거기 때문에
잘 지내고 싶었다. 그러면서 정리를 했던 거였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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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집에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그래 이건 예전 일이니까, 또 만나기 직전이었으니까
지금 우리가 좋으면 괜찮을거야 생각하고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꼭 해야할 이야기가 있다며 좀 보자고 하는겁니다.
그 이야기는
저랑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그 직장선배에게 했고,
그 당사자가 저라는 것까지도 이야기를 했다.
너무 위로가 받고싶어서 이야기 했고,
또 다시 너랑 잘 만나게 되었는데
제발 비밀로 해줄 수 있냐고 빌었다는겁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나라는거 까지 굳이 얘기한 이유는 뭐냐고.
내가 그렇게 숨기고 싶다고 말을 하고
평소에도 잔소리처럼 계속 언급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배려가 없을 수 있냐고.
나아가서
제가 그 직장상사에게 사과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그 분의 이름이 오르내린건 사실이니
저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이
아무렇지 않게 연락하는 저를 보며 어이가 없었고,
알지도 못하는 비밀 사내연애가 끝난 이유가 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게 너무 웃겼고 화가났었다고.
(제가 이 분과 하는 업무가 많아서 계속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저도 이 선배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자주 연락을 했고, 또 만남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다가 이런 얘기를 남을 통해 들으니
선배는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물론 저는 남자친구가 선배에게 이야기 했을거라는건
전혀 모르고 상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도 화가나고, 앞으로 이 선배를 어떻게 봐야하나 난감했습니다.
선배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며,
그 남자는 정말 아니라고.
진짜 배려없고 이기적이고,
자기는 그냥 직장사수라서 이해해주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정도가 있지 입막음하려는게 너무 화가났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냥 새로운 얼굴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본인도 바로 위에 여자선배가 조심하라고
얘기해줘서 늘 경계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누구든지 다 한번씩 찔러보고
이것 저것 해준다며 연락하고
심지어 남자친구가 있어도 그런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실망했습니다.
또한
회사에서 평판이 너무 안좋고,
윗 선임들이 이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는건 알고 있었냐고
저에게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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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잘 못하는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잘해줬던 사람이니까...
숨기고 잘 지내야하나 잠깐 고민했습니다.
(남자친구도 왜 헤어지자고 안하냐고, 다 자기가 잘못한거라며 얘기했습니다.)
지내다보면 호감이 생겼을 수도 있지,
나도 어차피 이 사람한테 호감을 느낀건 사실이니까...
잘지내려하다가도
계속 그 얘기가 떠오르고
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 같아
이 관계를 끝내고는 싶은데 맞는건지 또 고민이 됩니다...
너무 긴 글이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