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입니다.
돈 문제로 매일 도끼눈이 되어 독한말 날리시는 어머니때문에 답답하네요.
우선 예비신부는 돈이 많고 전 돈이없습니다 .
연상녀라 사회생활기간이 길었던데다 사치도 없어 돈을 착실히 잘 모아두었더라구요. 그만한 돈이 있는건 나중에 결혼을 결정짓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모아둔 돈의 액수보다는 작은 연봉으로 출발하여 그렇게 몸에벤 절약이 나온 결과가 그 돈인듯 하여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전 사회초년생인지라 모아둔 돈도 얼마 없고, 집에서는 넉넉히 지원해줄 만한 여력이 되질 않습니다. 너무 과분한 금액은 저도 부모님 노후생활을 위해 받고싶진 않지만요.
어쨋건 집을 구하는 과정에 전세자금의 50%를 제명의로 대출. 나머지 25%는 제돈과 집의지원 그리고 25%는 예비신부가 돈을 보태어 집을 장만하게되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인데..
아무래도 어머니는 아들이 결혼하는데 집한채 못해주는게 내심, 아니 매우크게 마음에 걸리셨던모양입니다. 결국 이 생각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게 되어 이젠 '우리가 돈이없다고 처가에서 시가를 대놓고 무시한다' '처가에서 어찌 시가에 전화 한 번 없느냐. 돈 없다고 이런다' '너도 가서 호구잡히지말고 처신똑바로하라' 는 둥 사실확인이 되지않은 당신의 생각만으로 자꾸 나쁜쪽으로 생각이 번지시네요.
한 달 간 정도 예비신부가 회사일등으로 컨디션이 크게안좋아져 결혼준비 및 데이트삼아 처가에서 자주 만나고 밥도먹고 했는데 장인장모님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시했으면 매일마다 반찬 바뀌어가며 밥 차려주시며 이따금 고스돕도 같이 치시고 술도 한 잔 하시고 .. 그렇게 작은사위 챙기지도 않으셨겠죠. 어머니는 장인장모님 상견례때 본 것이 처음이었고 그 뒤론 왕래없으셨습니다..
그렇다고 어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하실만큼 제 벌이가 시원찮은것도 아닙니다. 전 젊으니까 앞으로 벌어 나갈 돈이 많겠지요. 예비신부가 모아둔 돈 만큼 저도 커리어가 쌓이면서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돈을 모아나가지 않겠습니까. 당장의 돈이없어도 젊음이라는 귀한 값어치가 있으니까요.
(참고로 예비신부와 7살 차이가 납니다. 어머니께선 예비신부에겐 전혀 악감정없으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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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내려가면서도 씁쓸하네요.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 제가 중간에서 처신을 잘해야하고.. 또 한편으론 어머니마음도 이해가 갑니다만.. 뭣보다 답답한건 결국 내 어머니도 다른 시엄마와 다르지않다는 걸 느꼇고, 대화 사이사이 강한 남존여비의 사상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는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우리 어머니만큼은 안그런줄 알았는데 말이죠 ^ ^..
귀한아들 장가보내니 너희가 굽혀라..는 식인데, 그렇다고 저희가 금전적으로 기울어진 결혼을 하는것도 아니고..예단 함 등 다빼고 간소화해서 진행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타협점을 찾아야할지 모르겠네요. 어머니말씀대로 돈이없어서 무시한다고 생각을 하신다는게 사실일지라도 어쩌겠습니다. 그것은 남은 인생동안 저희 부부가 알아서 해야할 문제일것인데 말이죠.. 설령 예비신부가 갖고있는 돈 없다 쳐도 저는 예비신부랑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쯤되니 집에서 지원받은 금액도 뭔가 목에 콱 막히는 심정이네요. 이래저래 생각이 복잡합니다 : )
둘만 좋고 사랑하고 좋은사람끼리 만나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고생각했는데, 참 어렵네요. 먼저결혼하신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 )
다들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저는 고민만 풍성한 한가위인듯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