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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조장을 맡았던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772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cida
추천 : 10
조회수 : 20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9/22 0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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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조별과제 조장을 하다보면 세상은 참 다사다난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다사다난한 세상풍파는 나를 쏙 빼놓은 채 조원들한테만 휘몰아치곤 했다.

과제 시즌만 되면 조원들은 장례식을 가야 하거나 집안에 갑작스런 우환이 생기고는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다급하고도 중요한 사정이 생기거나. 미안하다는 말로 가득찬 단톡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면 나 혼자만 이렇게 무탈히 지낸다는 사실에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울컥 차오르고는 했다.

어쨌든 세상살이가 힘겹기 그지없는 조원들에게 조별 과제는 당연하게도 뒷전이었다. 절을 두 번 하는 건 째째하다고 생각하는지 아예 제사를 두 번 드리는 조원도 있었고 갑작스레 닥친 우환에 실어증, 아니 실톡증에라도 걸렸는가 모든 단톡에 침묵으로 답하는 조원도 있었다.

각자의 사정이 간혹 참신하고 간혹 이해가 가지않는 일이 있어도 그 사정은 모두 저마다의 몫이었다. 저마다의 사정은 모두 절박했고, 절박한 사정들이 모여서 단톡을 빈틈없이 덮었다. 각자의 사연은 각자의 고유한 것이어서 나는 감히 그 사연에 이유를 묻지 못했다. 나는 그저 계속 그렇게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면 당신의 학점에도 우환이 생길 거라는 말을 남길 따름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과제는 어떻게든 윤곽이 잡히더니 기어이 완성이 되었다. 내가 보기엔 오병이어급의 기적이었다.

맨날 깜빡했다면서 조별 모임에 빠졌던 조원은 과제 PT를 낼 때 나도 그만 깜빡 잊는 바람에 이름을 빼버렸고, 열심히 과제에 참여한 조원들에게는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나는 조별과제를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조별과제가 끝났다. 조별과제가 끝날 때쯤에 내가 얻은 건 수월한 과제 처리 능력이 아니라 바쁘기 그지없는 조원님들을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모임을 성사시키고 마는 파티 호스트로서의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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