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중국관련된 글에 댓글을 달았다가 몇분의 의견을 보았고,
나름대로 저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는 카페에서는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도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중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으니 스스로 이민1세대라고 자칭하고는 있으나, 중국통이라는 단어는 싫어합니다.
한족인 제 집사람도 중국을 모르는데 어떻게 중국통이라는게 있겠습니까?
(중국의 56개 민족중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된 민족을 漢族이라고 합니다.)
1. 박근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접하는 한국소식은 CCTV나 신화통신, 인터넷 등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합니다.
어느 정도 글쓴이에 의하여 정제된 뉴스를 보고 있지만,
무녀(최순실) 하나가 한국이 대통령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는 것과 ,
한국인들이 무지하게 화가 많이 났다는 것,
지금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집회가 벌어지는 것과,
2017년 4월에 한국의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면 왜 저런 일이 벌어졌나하는 원인분석보다는 그로 인한 혼란상황에 촛점을 맞추는 거 같습니다.
박근혜가 저지른 온갖 만행들을 우리처럼 세세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큰 감정이입은 없습니다. (저런 나쁜X을 봐라~하는 식의 감정은 없다는 말씀입니다.)
단지, 중국인 친구들이 "너네 나라는 무당이 다스린다면서?" 이 말을 하면 정말 쪽팔려서 죽고 싶습니다.ㅎㅎ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한나라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수도 있구나하는 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그저 남의 얘기로만 여기는거 같습니다. 일단 제 주변의 반응은 그렇습니다.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박정희에 대한 지식은 별로 없습니다.
2. 사드
중국인 친구들이 저에게 하는 말들이 거의 비슷합니다.
"야~ 사드는 너네 나라하고는 전혀 상관없어. 미국이 우리 견제하려고 하는건데 왜 그 장단에 놀아나냐?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겠냐?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겠냐?"
"북한을 제어하는건 우리 중국이야. 그까짓 사드는 뭔 필요가 있냐? 왜 중국과 원수가 되려고 하냐?"
"우리는 그렇게 아쉬운거 없어. 한국없어도 사는데 전혀 불편한거 없어. 근데 너네는 안그럴껄?"
"너네 대통령 바뀌면 사드 안하게 되니?"
사드 이전부터 중국 중앙정부에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조직적인 제어 및 규제가 논의되고 있었지만
사드가 일종의 기폭제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작년에 사드 얘기가 나오자마자 재중국 한국인과 입국예정자에 대한 전국적인 비자규제가 있었으며
재중국 한국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정책적으로 결정된 부분이 지금 진행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까마귀 날자 배나무가 불타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느정도 완화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아서, 우리의 태도에 따라서 다소 유동적으로 변할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약소국가인 것이 다시 한번 느껴집니다.
툭하면 관제데모를 해서 일본인들을 두드리는 것을 보았는데, 그 타겟이 우리가될까 걱정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거의 도움이 안됩니다.
사실 고등교육을 받은 중국인 친구들의 관심은 박근혜탄핵보다는 사드의 향방입니다.
3. 세월호
제가 그 날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장의 소유주가 와서 임대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소유주의 변호사가 저를 보자마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제 양손을 꼭 잡더니만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죽었다고 하지요? 정말 슬픈 일입니다."
계약 문제로 서류를 준비하느라고 뉴스를 보지 못했거든요. 업무시간에 한가하게 인터넷 할 시간도 없었구요.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나서 인터넷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며칠후부터 거래처나 관공서 사람과 식사를 하면 항상 물어보는 말들이
"왜 학생들은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가 죽은거지요? 정말 무섭게 착하네요"
"말 잘 듣는 착한 사람은 다 죽고,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만 살아 남은거죠?"
"왜 정부는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구하지 않았어요?"
술을 한잔하면, 원색적으로 한국의 정부를 욕하면서 덤비는 사람들을 보면 참 곤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자세한 내막을 모르던 저는, 처음에는 그저 변명만 하다가 나중에 내용을 조금씩 알게되면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 분들이 한국을 욕하기 위해서 일부러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더 심각한 상황이 생략되거나 축소된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느끼는 바이지만,
최소한 중국인들이 한국의 정부관계자나 일부 정치인과 대통령보다 학생들의 죽음을 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드리는 말씀은 제 주변의 일반 중국인들의 얘기입니다. (산동성, 강소성, 하북성, 하남성, 광주, 상해, 심천, 북경)
아직도 갈길이 멉니다.
이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할까요?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같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끝판왕 이명박은 나오지 않았고, 반우려는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