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어매는 애주가였다.
좋은 말로 애주가지 알콜중독이지 싶었다.
그럴수밖에 없지 생각한다.
경마에 빠진 주제에 의처증까지 있는 아빠.
집에 큰불이 나 둘째 셋째를 잃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큰딸은
몇년동안 병원 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화상이 심했다. 큰 불만큼 남은 몸의 큰 상처들.
큰 불이 났을때 애들 아빠란 사람은
혼자 살겠다고 뛰어내려 골절상밖에 입지 않았다.
그래도 살겠다며 낳은 나이 어리고 약한 막내. 나.
먹고 살기 위해 포장마차를 시작했고
추위와 더위와 노점상단속과 진상손님들.
그걸 버텨내려 술이 필요했을꺼다.
어린 시절 엄마는 늘 술에 취해있었다.
술에 취해 집안일을 했고 빨래를 했고
김치도 담궜다. 그래야 잠을 안자고 일할수 있으니.
티비에서만 보던 피자가 대중화된건
아마 동네에 전단지로 스파게티와 함께
아이들을 꼬셔내던 때 일것이다.
난 힘들게 살지 않았다.
어렸고, 돈이 뭔지 몰랐고..
술을 마셔가서 번 내 어매의 돈은
먼저 간 둘째와 셋째한테 못해준 한만큼
그대로 나한테 돌아왔으니.
어느 일요일.
느지막히 일어나 티비를 보던 나는
그제서야 그날 어쩐일로 울 어매가
술에 취해 있지 않다는걸 알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나는 어매를 졸라
둥네 피자집에서 오븐 치즈 스파게티를 두개 시켜
안방 티비를 보며 오붓하게 같이 먹었다.
스파게티는 난생 처음이었지만
이국적인 향과 쫄깃한 식감. 너무 맛이 있었다..
어매와 함께라. 술취하지 않은 어매와 함께라
더더욱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경마하러 간 아빠와
그 돈을 벌어 갚으려는 상처투성이의 첫째딸이
지방으로 가서 열심히 돈 벌고 있을 그 시간에..
오롯이 어매와 나 우리 둘만의 시간.
둘만이 함께한 그 음식.
철 없는 나는 그게 세상의 전부였나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난 그때 돈벌러 간 첫째딸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었고
어매는 이제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라곤
엄마에게 죽을때까지 아프고 아팠던 첫째딸.
그리고 우연히 그 첫째딸이 세일한다고 사온
이 인스턴트 스파게티를 먹으며
그때 내 어매와 나만의 둘만의 시간을
어디다 말할수도 없는 막내. 나 뿐..
완벽한 그 맛이었다.
누구에겐 어떤 맛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내 어매와 오롯한 그 시간 속 그 맛.
보고싶다 엄마.
Ps 요게엔 처음 쓰는 글이라 상표를 가려야 하는지 판단이 안서네요.. 문제시 지적 부탁 드립니다. 특정상표를 광고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