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도 병신 안 읽어도 병신이라면 책 읽는 병신이 돼라 -엘빈 토플러
책게는 당신을 원한다 -미군 홍보 포스터
병신 한 명내가 책게에서 본 일이다.
늙은 작성자 하나가 책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병신 같은 게시글 하나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글이 병신 같지 않은지 좀 보고 추천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게시판 사람의 댓글을 쳐다본다.
댓글러들은 작성자의 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키보드를 두들겨 보고
"병신."
하고 내어 준다. 그는 '병신'이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추천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똑같은 게시글을 하나 더 써놓는다.
키보드 위에 손을 놓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게시글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병신 같아서 받은 추천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댓글러들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게시글을 어디서 퍼왔어?" 작성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웃대에서 퍼웠다는 말이냐?"
"웃대가 그렇게 노잼 글을 씁니까? 퍼오면 뒷북은 안 치나요? 어서 추천 주십시오."
작성자는 손을 내밀었다. 댓글러는 웃으면서
"병신."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추천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스마트폰 액정 위로 추천수를 쓰다듬을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게시글이 켜진 스마트폰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반대 주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퍼온 것이 아닙니다. 책에서 배낀 것도 아닙니다.
어떤 병신이 이런 글을 씁니까? 베스트 한 번을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추천 한 번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추천에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게시글 몇 개도 베스트를 못갔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병신 백일장 글 하나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병신 백일장에 나간단 말이오? 그 게시글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병신 같다는 소리 한 번 듣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세월호를 잊지 않습니다.